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njae Lee Jan 03. 2019

미국 개발자 이야기

인턴십 잡기까지 (3)

안녕하세요. 


이전 글에 이어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2년 만에 새로 복학한 학교는 여느 복학생들이 그렇듯 제게도 낯설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것은 똑같이 군 복무를 하느라 졸업을 아직 못한 다른 친구들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특히 저와 같은 전공으로 전과 (전자공학에서 컴싸) 하기로 결정한 친한 형이 있어서 앞으로도 잘해나갈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형은 지금까지도 서로 교류하며 큰 의지가 되는 분이라 정말 큰 자산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3학년 막 학기로 복학하는 터라 조급함이 들기도 했고 의욕이 넘치기도 해서 첫 학기부터 어렵기로 소문난 운영체제와 알고리즘 수업을 다른 수업과 함께 들었습니다. 특히 운영체제는 저희 학교에 유명한 강사가 가르치는데, 프로젝트와 시험 난이도가 예로부터 악명이 높았습니다. 사실 듣기 전부터 걱정도 되고 겁이 났지만, 위에 말했던 형이 듣는다고 하여 지금 듣는 게 훨씬 나을 거라 생각해 같이 신청하였습니다. 나중에 되돌아보니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네요 ㅎㅎ. 과제로 내주는 프로젝트들은 2인 1조가 돼서 하는데 저는 같이 듣는 형과 한 조를 맺어서 열심히 과제들을 했습니다 (버스를 탔습니다). 혼자서 했으면 도중에 낙오됐을 거 같아요.


복학 전과 달라진 점 중 하나는 제가 매주 office hour에 조교를 찾아갔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귀찮기도 하고 낯을 많이 가리기도 해서 조교나 교수를 찾아간 적이 손에 꼽는데, 좀 더 간절해진 탓인지 항상 프로젝트나 숙제에서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조교를 찾아가서 도움을 얻고는 했습니다. 


복학하고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군대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건강 챙기며 인생에서 제일 짱짱했던 몸이 그 학기 동안 다 망가진 게 아닐까 합니다. 일주일에 3일 정도는 같이 밤새서 프로젝트하고 오전에 수업 들으러 가고, 다른 날들은 시험공부와 다른 과목들 과제와 공부를 하고.. 학기 첫 주에 매일 가던 Gym도 점점 안 가게 되더니 1주일에 한번 가면 많이 가는 게 되어버렸죠.


저는 거기에 더해 따로 매주 리서치 발표를 하는 게 있어서 매주 새로운 논문을 읽고 요약, 발표하고 질문에 답하는 미팅을 금요일마다 하게 돼서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너무 힘에 부치던 학기였습니다. 논문도 그때 처음으로 읽어보게 됐는데 이제 페이지 수가 6쪽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 축약된 다른 논문 정보나 공식들을 이해하려면 그 몇 배에 해당하는 다른 정보들을 찾아봐야 했었습니다. 게다가 발표할 때 제가 이해를 완전히 못하고 설명을 하면 어김없이 날카롭게 파고드는 질문들이 들어오는 지라 항상 긴장하며 준비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복학 첫 학기가 정신없이 흘러가고 여름 방학이 다가왔습니다. 3학년 여름 방학은 졸업 후 바로 취직을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3학년 여름 때의 인턴 경력이 그 이후를 결정한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저는 복학 전에 한 가지 결정을 내립니다. 졸업을 한 학기 미뤄서 4학년이 아닌 5학년 1학기를 마치고 졸업하는 것으로. 


미국에서 유학생이 여름에 인턴을 하려면 CPT/OPT를 미리 신청하여 발급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자격 중 하나가 이전 3학기(쿼터)를 연속해서 다녀야 하는 것이죠. 저는 3학년 마지막 학기에 복학한 상황이라 애초에 미국에서 여름 인턴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군대 말년 때부터 한국이나 미국이 아닌 다른 외국 인턴쉽을 알아보고 있었죠. 


0순위는 구글 코리아였는데 서류 내고 답장도 안 왔었습니다 ㅠㅠ 제가 봐도 그 당시 레쥬메가 형편없었으니 이해할 만 하지만..

두 번째로 눈여겨보던 곳은 스위스의 로잔공대 여름 리서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https://ic.epfl.ch/computer-science/summer-at-epfl). 여기는 영어로 자기소개서도 작성해야 해서 통역병 후임을 괴롭혀가며 영어 첨삭도 받고 나름 성의껏 지원했지만 또 탈락..

전역 후에도 계속해서 여름에 인턴 할 곳을 찾아보았고 건실한 보안 개발회사 하나와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스타트 업, 두 곳에서 인터뷰를 보게 되었습니다.


둘 다 미국에 와서 인터뷰를 보게 되었는데 보안회사 같은 경우엔 스카이프로 화상 면접을, 스타트업 같은 경우 미국에도 오피스가 있어서 (공교롭게도 산타모니카에 위치) 직접 버스 타고 오피스에 가서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면접은 무난히 넘어가고 둘 중 한 군데를 선택해야 했는데, 저는 AI 쪽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인공지능을 기본으로 하는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여름이 돼서 한국에 돌아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출퇴근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ㅎㅎ 아침 지하철이 그렇게 빡빡한 곳인 줄 처음으로 느꼈죠. 제 계획은 여름 인턴을 디딤돌로 해서 가을에 있을 내년 여름 미국 인턴 채용회에 준비를 잘해가서 인턴 자리를 얻자 였습니다. 그래서 출퇴근 지하철에서도 프로그래밍 인터뷰 책을 들고 문제를 풀며 다녔습니다. 인턴 생활도 재밌고 유익했습니다. 상당히 수평적인 분위기에 회사에 있는 사람들도 친절하고 좋으셨고,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인공지능 분야에 좀 더 세부적인 지식과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사장님께서 여름 이후에도 좀 더 제게 기회를 주고 싶어 하셨지만, 저는 원래 목표였던 미국 취직이 좀 더 간절하여 미국에서 좀 더 열심히 도전해보겠다 말하고 인턴 마지막 날을 뒤로하고 다시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 개발자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