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턴십 잡기까지(2)
안녕하세요,
저번 글에 이어서 두 번째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군입대 전 한 달 간은, 한국에서 갓 전역한 친구들과 하릴없이 놀면서 보냈습니다. 그 당시 롤이 한국에서 막 유명해질 때라 피시방에서 밤새며 롤도 하고 제주도도 다녀오고 마음을 비우며 지냈었네요. 특기도 이미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군생활이 마냥 힘들진 않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하면서 말이죠. 입대 전에 미리 제 특기가 주로 어느 부대에 배치받는지 인터넷으로 열심히 찾아보았었습니다. 꿀을 빨려면 최대한 빨 수 있는 곳으로 가자는 마음으로 임했었죠.
개발병이 보통 가는 곳을 알아보니, 육군본부, 연합사, 정보사, 기무사, 육사, 777 사령부, 국통사, 그 외 군단, 사단들 중 한 곳 등 웬만하면 몸이 편하고 전공 공부에 용이한 부대들 같아 보였습니다.
그렇게 꿈같은 군생활을 그리며 드디어 입대날 어색한 민머리를 만지며 논산훈련소로 향했죠. 제 부모님 외에도 갓 전역한 친구들 (저를 놀리려고)과 함께 훈련소에 가서 연병장을 몇 번 돌다가 그렇게 군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훈련소는 아시다시피 멘붕의 현장.. 나는 누구 여긴 어디를 백번 정도 반복하다 보니 적응이 된 거 같습니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생물.. 첫 7일 정말 시간도 안 가고 지루하고 답답하고 막막했는데 그 이후 훈련들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정신없이 흘러간 거 같습니다. 훈련소에 있는 와중에 위에 언급한 한 부대에서 병사들 뽑으러 면접을 왔습니다. 그 부대에서 개발병은 총 8명 중에 2명을 뽑았고 그렇게 저와 군생활을 끝까지 같이 할 다른 개발병 친구와 그곳으로 가게 됐습니다.
머리 길고 사복 입고 핸드폰 들고 다닌다는 기무사 가서 편하게 개발하며 군생활을 하겠구나 하는 복에 겨운 상상도 잠시, 교육 학교에 2주 동안 있으면서 열심히 구르고 얼차려 받고, 드디어 본부 배치받아서 왔더니 바로 저희 둘은 파견을 보내더군요.
그래도 좋았던 건 본부도 서울인데 파견 지도 서울... 서울 토박이에겐 최고의 환경인 거 같습니다.
마지막 자대 배치받기 전까지 기밀 유지하겠다는 서약서만 열 번은 작성한 거 같습니다. 근데 뭐.. 부대도 이제 해편되서..
어쨌든 파견으로 저희는 서울 어딘가로 향하고, 도착하자마자 개발병 선임에게 들은 소리는 "개발 대신 삽질한다"였습니다.
WTF.. 정말 군 생활하면서 Hello World도 작성해본 적이 없던 거 같습니다.
대신 낙엽 쓸기, 제초, 하수구 뚫기 (최악), 제설, 꼽등이 박멸 등 건물 관리 스킬이 나날이 발전하고 늘었죠.
사실 다른 기무 관련 업무도 조금씩 하긴 했지만 그건 기밀로 간직하고.. (그래 봤자 전체 생활 중 20% 정도?)
그래도 몇 좋은 간부님들 덕분에 디지털 포렌식이라는 새로운 분야도 접해보고 관련 자격증도 몇 개 따고 나름 유익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전공 관련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거에 대한 좌절감과 전역 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항상 저를 괴롭혔었죠.
금융권 (금융공학 쪽) 도 한번 노려보고 싶어서 군대에 있으면서 CFA1도 공부해서 시험 치러 나가고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지하철 3호선 끝보다 아래에서 저 위에 일산까지 갔던...)
책도 본부 도서관에서 매주 빌려오고 따로 주문도 하고 그래서 미친 듯이 읽었습니다. (150권은 넘게 읽었던 거 같네요).
그러면서 전역할 때 즈음엔 어느 정도 제 진로에 대한 목표가 잡혔던 거 같습니다. AI, Big Data가 더 각광받을 테니 그쪽으로 가자고 (실상은 아무 받아주는 미국 회사에 감사한 마음으로 가자).
그렇게 14년 2월, 꿈에 그리던 전역 일을 맞이했고 다시 미국으로 복학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