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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jae Lee Jan 03. 2019

미국 개발자 이야기

- 인턴십 잡기까지(1)

현재 저는 시애틀 아마존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인턴 후에 풀타임 오퍼를 받고 계속 같은 팀에서 쭉 지내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외고 유학반으로 진학해서 미국 대학으로 진학 후에 졸업 후 미국에서 계속 일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고등학교 때부터 CS(computer science)가 하고 싶어서 그 전공으로 대학에 왔지만, 1학년 마치고 전과를 심각하게 고려하기도 했었습니다. 과제와 시험공부로 몸은 고달픈데 저보다 잘하는 애들은 옆에 차고 넘쳐서 정신적으로 많이 위축이 됐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다른 전공으로 옮겨볼까 싶어 문의 메일도 넣고 그랬었는데 막판에 그냥 CS로 졸업하자 마음을 정하고 포기했었습니다ㅎㅎ 그때 제 전과를 만류하던 선배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1, 2학년이었을 때는 학교에 CS 전공하는 한국인이 극히 드물었습니다. 제 동기는 아무도 없었고 위로도 학년에 한, 두 명 정도.. 1, 2학년 때는 외국 애들은 룸메이트 말고는 대화 나눌 생각도 안 해서 거진 혼자 수업 듣고 혼자 과제하고 그런 일상이었죠. 그 당시엔 학교 다니면서 매일 한국어를 영어보다 훨씬 많이 썼던 거 같습니다. 수업만 듣고 한국 친구들과 같이 밥 먹고 놀고 공부하고 그랬으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원어민 영어를 자연스럽게 익힐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린 거 같아 가슴이 쓰리네요.


그래도 1학년 때는 졸업 후 미국에서 취직하는 것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어서 구글 같은 대기업들이 설명회를 하러 오면 꼭 가서 얘기 듣고 그랬었죠. 1학년 첫 학기에 구글에서 일하는 학교 졸업생이 와서 설명회를 하는데 그 당시만 해도 한 학년에 한, 두 명? 정도만 구글에 취직해서 들어가는 거 같았습니다. 지금처럼 IT회사들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기  이전이었기 때문인지 회사들 채용 규모도 그렇게 크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어찌 됐든, 학년이 지날수록 저는 혼자 (한국인 중에서) 이 전공에 남아있는 것에 지쳐갔고, 제가 의지하던 한 학년 위 선배는 제가 1학년 마치고 바로 군대로 가서 더욱더 쓸쓸한 전공과의 싸움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 와중에 한인회를 1학년 때부터 꾸준히 해오고 2학년부터는 더욱 열심히 활동을 하면서 (술을 마시면서) 제가 바라던 미래와는 점점 더 멀어져 갔습니다. 


매년 첫 학기에 열리는 가장 큰 취업 박람회 (회사들이 부스를 차려서 회사 소개도 하고 레쥬메도 받고 하는, 취준생들에게 있어서 필수로 참여해야 하는 이벤트)도 어차피 가서 사람들 만나도 영어로 말 버벅 거릴 테고 레쥬메는 바로 버려질 텐데 시간 아깝다고 합리화하면서 그 시간에 대충 허비하면서 보낸 거 같습니다 ㅎㅎ 그 당시 공대에 있던 선배들도 왜 시간 내서 그런데 가냐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부모님의  피땀 흘린 유학비를 이렇게 썼다는 게 참..


고등학교 동기들이 대부분 1학년 마치고 바로 군대에 입대한 거에 비해 저는 학, 석사 후 전문연구원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군대 가기가 싫었기 때문이죠 ㅎㅎ. 2학년 마치고 여름 방학 때 잠깐 한국에 가서 친구들 면회를 갔었을 때, 이미 걔네들은 상병도 달았고 전역 후 복학해서 열심히 공부할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때 애들이 하는 소리가,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 당장 짐 싸서 한국 와서 입대해 였습니다. 저는 한 귀로 흘려 들었지만 또 마냥 이대로 미국에서 학업을 지속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을 거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3학년이 되고, 첫 학기가 지나면서 지금 군대에 안 가면 정말 늦어버리겠다 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공에 대한 애정도 의지도 희박해져 있고, 이 상태에서 졸업한다고 석사에 합격할 보장도 없고, 미국에서 취직을 할 생각이면 군대를 무조건 도중에 다녀오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예전부터 봐오던 S/W 관리병으로 지원을 생각하게 되고 시험 및 면접을 보러 학기 중에 잠깐 한국을 가게 됩니다. (부모님 비행기 값 낭비 죄송합니다..). 병무청 가서 간단한 시험과 면접을 보고 당일 저녁에 다시 비행기 타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효율적인 일정을 강행했던 거죠 ㅎㅎ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특기를 정해서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면, 다시 그럴 거 같습니다. 최선은 그냥 여름방학에 한국으로 아예 나와서 시험 치고 입대하는 게 제일 좋은 거 같습니다 ㅠㅠ


미국에 돌아와서 남은 학기를 마치고 입대를 위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제 대학 생활 중에 생각 없이 놀았던 시절은 딱 여기서 끝난 거 같네요 ㅎㅎ.


그렇게 저는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2012년 5월에 논산훈련소로 입소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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