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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뢰딩거 Jun 02. 2024

불편한 것들

잃어버린 불편함, 아날로그에 대해


 어쩌다 핸드폰 블루투스 연결이 안될 때, 라디오를 듣는다. 낭낭한 DJ의 멘트가 나온다. 이런 저런 사연. 사연이 담긴 노래. 익숙한 노래가 스피커로 낯설게 들린다. 90년대, 테이프가 늘어지게 들었던 노래들. 나는 좋아하는 가수 하나를 정하곤 했다. 그의 앨범이 나오면 1번 트랙부터 B면의 끝트랙까지 반복했다. 테이프를 뒤짚고 '탈칵' 재생 버튼을 눌렀다


 악기 하나 다룰 줄은 몰랐지만 레코드 가게를 기웃거렸다. 좋아하는 가수의 악보를 사다두면 쌀밥같이 든든했다


 명절에 할머니 댁에 가는 길은 너무도 멀었다. 아버지는 전국 지도를 펴두셨지만 길을 잃기도 하셨다. 가끔 큰 도시라도 빠지게 되면 곤란해하셨던 기억도 난다. 그 때 아버지의 라디오에서는 노래가 나왔고, 나는 뒷좌석에서 잠들었다


 세상이 달라졌다. 언제부터 약속된 시간과 공간이 머릿 속을 헤짚기 시작했다. 나이 때문인지, 세상이 변해서 인지. 어쨌든 계절이 변하거나, 새벽 공기에 습기가 섞이기 시작한 것 같은, 미세한 감각들에 대해 무뎌졌다


 시간 모르고 모래성에서 놀다보면. 해가 붉게 넘어갈 즈음에 밥 먹으라는 어머니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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