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졸업을 축하해

초등학교 5학년부터 제게 농구를 배운 두 친구가 이번에 중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감회가 참 새롭네요. 드리블도 서툴고, 레이업도 할 줄 모르던 삐쩍 마른 작은 아이들이, 훌쩍 커서 저와 키가 비슷한 고등학생이 되었다는 사실이요.

아직도 두 친구들이 어렸을 때가 생생합니다. 그때 촬영된 영상을 보면 더욱더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그런 두 친구가 이제는 제법 남자다운 느낌도 나고, 근육도 생기며 덩치도 꽤 커졌어요. 몇 년 뒤면 저를 아래로 내려다보며 제게 얄궂게 장난을 칠 때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두 친구에게는 참 고마운 게 많아요. 제가 농구 레슨을 시작하면서 서툴 때부터 제게 농구를 배운 친구들이거든요. 지금처럼 노하우도 없고, 커리큘럼도 제대로 짜여있지 않는 상황에서 제게 농구를 배웠습니다. 거기에 야외에서 농구를 해서 미세먼지, 추위, 더위, 비가 오는 날에도 제게 농구를 배웠습니다.

지금은 그 두 친구 덕분인지 실내 체육관에서 농구하고, 두 친구 말고도 제게 농구를 배우는 학생들이 아주 많아졌어요. 서울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 있는 농구코치로서 자리를 잡아 생활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여유도 생겨서 아주 만족하고 지내고 있답니다. 두 친구 덕분에 제 농구 레슨이 이렇게까지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농구선수 출신도 아닌 아마추어 농구인으로서 아이들에게 농구를 가르치는 게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엘리트 농구선수 출신 농구코치와 더 좋은 실내 체육관이 있는대도 불구하고 제게 농구를 배운다는 게 정말로 고맙고 감사합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자 작은 편지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단지 농구코치가 아닌, 어쩌면 형, 삼촌, 아빠 같은 마음을 담아 짧은 편지를 썼습니다. 새 학기를 맞아 운동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가방도 샀습니다. 두 친구들이 마음에 들어 할지는 잘 모르겠네요. 크게 마음에 들진 않더라도, 작은 감동과 기쁨이 있길 바랍니다.

두 친구가 언제까지 제게 농구를 배울지는 모르겠습니다. 고등학생이 되면 지금보다 훨씬 바빠져서 농구를 할 시간이 부족할 것입니다. 그럼 언젠가는 제 농구 레슨을 그만두는 날이 오겠죠. 바람이 있다면 제 농구 레슨을 그만두더라도, 두 친구가 농구를 쭉 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언젠가 저와 같이 농구 경기를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농구코치와 제자가 아닌, 그저 농구를 사랑하는 농구인으로서 같이 즐겁게 농구를 하고 싶어요. 더 욕심을 내자면 두 친구가 성인이 되어 신나게 농구를 같이하고, 가볍게 술 한잔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훈아 민준아 중학교 졸업을 축하한다.

고맙고, 앞으로도 즐겁게 농구하자.

너희들의 농구코치 쌤이.

22.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