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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힐러 루이 Aug 07. 2020

02. 퇴사 후에도 써먹을 만한 회사 System

젊은힐러의 직장인 스토리 #22


보잘것없는 회사일도

보잘것 있어지는 때가 있더라



1. 후배의 푸념


오랜만에 연락 온 후배와 사내 메신저로 연락을 나눴다. 한때 같은 부서에 몸담은 녀석이라 가깝게 지냈었기에 갑작스러운 위화감은 없었다. 다소 어색함이 엄습했지만 그간의 안부를 묻고 자연스레 최근의 생활에 대한 대화 주제로 물꼬를 텄다. 그러나 대화 내용 텍스트에서 느껴지는 녀석의 말투는 기억 속의 모습보다 어둡게 느껴졌다.


재미도 없고 뭔가 성장하는 느낌도 없고
더이상 배울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아직 3년 차에 접어든 녀석에게 어찌 보면 당연스럽게 찾아올만한 슬럼프 시즌으로 생각된다. 이미 1년 이상의 업무 성숙도를 지녔으니 처리 방면에서 능숙할 것이며 반복되는 업무에 적당한 매너리즘에도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나쁜 방향으로 생각되지 않았다. 업무든 다른 것이든 현재 그런 감정에 심취해있다는 사실은 나 자신이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다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관에 맞춰 커리어를 구성해가는 과정에서의 답답함이 현실로 반영된 푸념으로 정의해도 되겠다. 결국 푸념이지만 좋은 방향의 푸념이지 않을까? 각자의 심연은 자기 자신만이 알기에 조언을 해주기보다는 들어주는 쪽을 택했다.


녀석! 많이 답답한가 보구나



2. 린 시절의 꽃 한 송이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셨던 말이 갑작스레 떠올랐다. 아파트 집 앞 화단에 팬지 꽃 한 송이 심으며 힘들다고 투덜대던 나에게 그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꽃 한 송이 심는 것이 남에게 보잘것없지만
나에겐 조경의 아름다움을 연출해 줄
기회를 주는 시간이란다

내가 보잘것없다 생각하면 정말 보잘것없는 것이고 반대로 보잘것 있다 생각하면 그 존재에 가치가 부여되는 것이다. 물론 영특하지 못했던 나는 그 시절 어머니 말씀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사실 조경과 연출이라는 단어의 뜻도 모를 때였으니까).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마음먹기에 따라 같은 일도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을. 인간은 학습의 동물이라고 많은 경험 속에 과거 퍼즐 같은 기억들을 완성시키고 의미를 얻게 되는 법이라 어머니의 말씀도 어느덧 인생 교훈으로 자리 잡았다.



3. 개인 가치관 차이


인간 개개인 가지고 있는 가치관의 차이가 분명했다.  이는 힘들어하는 후배와 필자 중 누가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는 아니다. 필자 역시 동일한 문제로 힘들어한 시기가 분명 존재했고 당장 나갔을 때 하릴없이 떠돌기엔 두려움이 엄습해오기 때문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실 조차 아주 조금은 이해 간다


같은 일에도 개인 간의 가치관에 따라 받아들이는 부분이 다름에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좋게 생각해" 라거나 "좋은 날 올 거야, 힘내" 따위의 영혼 없는 위로는 하고 싶지 않았다.


동일한 한 가지 무엇인가에도 나 자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조금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했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에 혹은 회사 System에도 그것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에서부터 출발한 무엇이었다.



4. 밖에서도 써먹을 수 있는 그 무엇


업이란 그 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마다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따라서 통상적으로 이렇습니다라고 정의하긴 어려우나 퇴사를 하고서 써먹을 만한 그 무엇인가도 직업 혹은 본업마다 다양함에는 틀림없다. 후배 녀석이 지금 당장 느낀 매너리즘으로 퇴사를 한다 하더라도 회사에 몸담던 시간이 아쉽지 않게 나가서 써먹을 수 있는 작은 스킬 정도는 이미 체득했을 것이다.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위한 PPT 작성 기본 능력이나 Excel 함수, 혹은 Tool을 사용해 내가 알리고자 하는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방법 등 컴퓨터를 사용해서 할 수 있는 기술은 밖에서 무엇을 하든지 쉽게 응용될 수 있다. 이처럼 쉽게 인지할 수는 없었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미래의 업에 기본 소양으로 충분히 쓰일 수 있는 부분인 것이다.


굳이 필자의 기준에서 한 가지를 꼽아보자면 회사의 일간 보고(줄여서 일보) 혹은 주간 보고(주보) System이 되겠다. 단순히 상사에게 보고를 하고자 작성하는 리포트 개념 같지만 각 부서의 일보와 주보만 어봐도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최근의 트렌드는 어떤지, 사람마다 리포트 문단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등의 여러 측면의 시야가 넓어진다.


이는 나가서 내 사업을 하더라도 내가 하루 동안 어떤 일을 했고 한 주간 어떤 일을 해왔고 해야 하며 한 달 혹은 한 해 동안 큰 카테고리 안에서 어떤 목표를 이루어왔는지 정리 혹은 계획하는 중요한 액션이 될 수 있다.


어차피 있을 회사 혹은 직장이라면 미래 내 커리어에서 조금 더 넓게 할 수 있는 일들을 혹은 스킬들을 지금의 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다. 푸념도 좋고 매너리즘도 좋다. 그런 시기가 있어야 인격은 그리고 사람은 성장한다. 하지만 어차피 겪을 일들이라면 남들보다 조금 더 현실적인 혜안을 강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은가?


현재의 시간에서 미래에도 써먹을 수 있는

보물들을 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 편파적인 직장생활 시즌 1 전체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heale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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