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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힐러 루이 Aug 12. 2020

04. 직장인 우울증, 그리고 자존감

젊은힐러의 직장인 스토리 #24


내가 나 자신을 다잡기 힘들 그때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


9개월가량을 힘들어했다. 회사 생각만 하면 가빠지는 숨, 롤러코스터를 타는 감정 기복, 뜬눈으로 지새우던 새벽 단순 피로 누적에 따른 신체적 약화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담당 내과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육체적 문제보다 정신적인 문제 같아요
정신건강 의학과를 찾아가 보심이...


운동만큼은 꾸준하게 즐겨왔던 터라 육체적인 문제는 아닐 것임을 예상은 했지만 믿고 싶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은 늘 역시로 다가온다. 바닥으로 무너지는 나 자신을 붙잡 정신 의학과를 찾았다. 오랜 기간을 힘들어했건만 나라는 놈의 상태는 '심한 스트레스에 의한 반응 및 적응장애' 질병코드 'F432'로 아주 쉽게 문서화되었다.


말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텍스트로 그럴싸하게 포장되어있지만 결론은 우울증이었다. 내가 우울증이라니... 대체 왜? 내가 뭘 잘못했다고? 억울함만이 그 순간을 맴돌았다.



2. 잠재적 우울증 환자, 90%


필자의 회사는 매년 건강검진 수검의 복지혜택이 주어진다. 육체적, 정신적 건강검진을 모두 받게 되는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임직원 전체 90% 이상의 인원들이 잠재적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 이는 10명 중 9명가량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직장인 1,437명을 상대로 사람인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함께 보자. (*직장인 증후군, 복수응답 가능)


만성피로 증후군 (56.0%)

    -> 충분한 휴식을 취해도 피로감을 느낌

번아웃 증후군 (38.2%)

    -> 열정적이었던 사람이 극도의 피로로 무기력 해짐

파랑새 증후군 (34.5%)

    -> 현 직장의 만족감보다 새로운 이상을 꿈꾸는

3.6.9 증후군 (30.0%)

    -> 3개월 단위로 이직이나 퇴사를 고려하는 것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18.1%)

    -> 항상 밝게 보이려 겉으론 웃지만 실제로 우울한 것

사춘기 증후군 (15.9%)

    -> 뚜렷한 이유 없이 직장에 불만을 갖는 것


해당 결과는 형태만 조금씩 다를 뿐 많은 직장인들이 변형된 형태의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출근만 하면 무기력해지고 불안감과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우리 직장인들. 과연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심리적으로 오래된 고통에 방황하다 보면 내가 무슨 상태인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어디에서 도움을 받아야 할지 조차 막연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3. 직장인 우울증 자가진단


인제대 백병원 스트레스 센터에서 제공하는 직장인 우울증 자가진단 설문으로 나 자신의 상태를 아는 과정이 우선이 될 수도 있다.


내 직업은 미래가 불확실해서 불안하다

업무가 많아 항상 시간에 쫓기고 힘이 든다

내 실력이나 경력보다 직책, 급여가 불만족스럽다

상사나 부하, 동료와의 관계 때문에 불편하다

내 기분과 상관없이 웃거나 말하는 편이다

주변 사람 눈치를 많이 보고 평가에 민감하다

출근하면 우울하거나 짜증스럽다

업무에 집중이 안되고 잡무가 많다

출근하면 더 졸리거나 무기력하다

회사에 있을 때 신체적 불편함을 자주 느낀다


전혀 그렇지 않다 (1점), 조금 그렇다 (2점), 그렇다 (3점), 매우 그렇다 (4점)로 점수를 합산했을 때 0-15점 범위에 있다면 우울 증상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며 16-30점 범위에 있다면 우울 증상 경미, 30점 이상이라면 심각한 우울증으로 판단된다.



4. 최고의 해법, 퇴사?


직장인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필자는 100% 확신을 담아 솔루션을 제시해주겠다.


퇴사하시면 금방 나을 겁니다


맞다. 퇴사하면 된다. 나오기 싫은 직장도 안 나오면 된다. 보기 싫은 사람은 안 보면 된다. 이 방법만큼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올 처방은 없다. 모두가 공감할만한 솔루션임에도 쉽사리 이 방법만은 택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런 대답을 듣고자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퇴사와 동시에 사라지는 건 내 우울증 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월급도 같이 사라지는 현실이 두려운 것이다. 하릴없이 직장생활을 선택한 우리에게 주변인들과 사회가 주는 솔루션 역시 굉장히 미시적이다. 굳이 예를 들자면 "긍정적으로 생각해봐", "그 사람을 좋게 보도록 노력해봐", "취미를 만들어봐", "게임을 하면서 시간 보내봐" 등등.


자신의 심연은 자기 자신만 알고 있다. 아무리 저런 대책을 대입해봐도 쉽게 생겨난 우울감이 아닌 만큼 쉽게 사그라들지도 않는다. 특히나 필자는 저 긍정이라는 단어를 맹신하지 않는다. 아니 긍정적으로 생각이 안되는데 어떻게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냐고!



5. 우울의 정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이전에 개개인별 우울에 대한 정의를 내려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우울이란 게 뭘까? 소위 멘탈이 약한 사람들이 겪는 정상적이지 못한 상태가 우울증일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채워지지 못한 나, 내 마음속 나
어린 자신을 달래지 못해 생긴 영혼의 빈 공간


필자가 내린 우울은 "내 자존감을 채우지 못해 생긴 심적 고통"이라고 정의했다. 마치 배가 고픈데 무언가를 먹지 못해 짜증이 나는 것처럼 직장생활을 하며 생긴 그 어떤 허전함(성취욕, 고과욕, 인간관계 등등)을 채우지 못해 발생하는 내 영혼의 빈 공간이 나에게 발현되는 것이다. 즉, 직장이라는 한정된 상황 안에서 마음속 어린 나 자신이 요구하는 그 무언가를 달래지 못해 발생한 감정인 것이다.


조금 더 쉽게 예를 들자면,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다는 말은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소속감을 느끼고 싶다는 말이 되며,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는 말은 내 생활의 조금의 여유와 휴식이 필요하다는 말과 같다. 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해 오랜 기간이 흐르면 우울증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6. 자존감의 확립


9개월간 힘들었던 시기를 회복하기에 필자는 5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회사에 던진 휴직계와 더불어 그간 돌보지 못한 나를 위해 온전히 그 시간을 쏟아부었다. 지쳐버린 심신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쉬는 시간을 마련했고, 불필요한 체지방을 걷어내기 위한 운동을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강의를 들으며 내가 좋아하는 취미가 무엇인지 탐구해나갔다. 내 내면의 아이가 원하는 바를 충족시켜 주었을 때 나는 온전히 내가 될 수 있었다. 우울감은 사라지고 높아진 자존감에 더 이상 쉽게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직장인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분들도 필자와 크게 다르지 않게 훌륭하신 분들이다. 여러분의 가슴에서 갈망하는 그것을 채워야 해결되는 문제인 것이다. 즉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고 그것을 충족해주면 근본적으로 문제는 해결된다.


내가 원하는 것이 조직 안에 있다면 조직 내에서 직무이동, 부서이동 등을 통해 환경을 조성해보는 것도 괜찮고 조직 밖에 있다면 이직이나 퇴사, 혹은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좋아하는 미래 업에 대한 준비 등도 방안이 될 수 있겠다.


억울할 수도 있다. 내가 왜 바뀌어야 되냐, 저들 때문에 이리되었는데 내가 왜 그래야만 하냐 등 복잡한 감정으로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런 감정일 때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우울한 감정은 작은 액션에도 큰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행동 하나가 부담이 된다. 단지 오늘 내디딘 무거운 발걸음이 내일은 조금 가벼워지지 않을까라는 작은 희망을 가져보길 바란다. 나라는 사람은 소중하니까



당신은 소중합니다


의미 없는 관계와 상황에 방치된 내면의

자신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세요



< 편파적인 직장생활 시즌 1 전체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heale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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