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젊은힐러 루이 Sep 28. 2020

08. 직장인의 새벽은 낮보다 뜨겁다

젊은 힐러의 직장인 스토리 #28


왕복 100km 출퇴근의 주역

아빠는 슈퍼맨이야



1. 천근만근 출근길


아무것도 느낄 수 없던 잠 속에서 를 흔들어 깨우는 핸드폰 알람, '출근 기상'이라는 텍스트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아직도 주말이 오지 않았다는 아쉬움과 좀비 같은 몸을 이끌고 샤워를 시작하는 우리 직장인. 덜 깨어난 잠 속에서 인력시장에 팔려가듯 셔틀버스를 타고 있다 보면 가끔씩은 내가 왜 이러고 있나 라는 생각까지 엄습해온다.


필자의 회사는 집에서 버스로 40여분이 소요된다. 거리상으로 15km 남짓이지만 몇십 대의 버스가 한 곳으로 병목현상을 일으키며 시간적 손해 역시 감수해야 한다. 그게 자본주의 노예인 나의 운명이니까...

 

회사 버스 정류장에 하차해보정말 가지 각색의 임직원들이 눈에 들어온다. 머리에 핑크색 롤을 머리핀 삼아 달고 가는 사람, 머리에 떡이 진 상태로 하품하며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 등등 그 어떤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 모습들도 결국에는 '직장인의 삶'이라는 문구에 종속되어 버린다.



2. 세븐틴의 노래


필자가 요새 꽂혀버린 노래가 있다. 바로 세븐틴의 '우리의 새벽은 낮보다 뜨겁다'. 솔직히 춥다, 요즘 새벽은. 일교차도 심하고 새벽 공기조차 싸늘해서 반팔 안 살갗에 닿는 냉기에 몸을 움츠려도 부족한 날씨다. 진부할 수 있는 노래 제목과 가사지만 사람 간의 사랑 속에 열정과 에너지가 넘쳐난다는 내용으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이 노래의 주인공들은 본인의 의지와 신념이 몸속 열기로 발산되는 참된 사랑이겠지만 우리 직장인들은 어떠한가? 새벽에 추우면 바로 몸살 난다. 아니 직설적으로 말해서 하릴없이 뜨거워야만 한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그게 우리니까!

 

물론 회사 다니는 일이 즐겁고 보람차고 하루하루가 기다려지는 사람도 있다(필자가 10년간 회사생활하면서 3명 정도 본 것 같다). 모두가 그렇다는 일반화보다 적어도 나 자신만큼은 회사와 러브스토리 찍을 만큼의 의지와 열정이 지금은 없다. 아니 어떻게 보면 만날만큼 만난 후 권태기가 와버린 연인과 비슷하달까? 그래서 하루하루 만남이 기다려지지 않지만 내 노력에 대한 대가는 꼬박꼬박 챙겨주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새벽이 낮보다 뜨거워야만 하는 입장에 마주했다.



3. 우리 아버지의 새벽


매일 새벽 5시에 출근하시던 나의 아버지. 어느 가장들 못지않게 뜨거운 새벽을 보내오셨고 회사를 향한 열정 또한 대단하셨다. 매일같이 100km나 되는 집 to 회사 거리를 자차 운전하시면서 출퇴근에만 3~4시간을 소비하셨음에도 피곤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으셨다. 임원의 길을 걸어보고자 모두가 노력하지만 관운이 따라야 하는 회사 승진의 길은 쉽게 허락되지 않았기에 아버지 역시 그 뜨거웠던 30여 년의 새벽들이 급속도로 냉각되었다.

 

부모님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려면 그와 동등한 삶을 살아봐야 한다 했던가. 필자의 인생 30여년의 꽃을 피우기 위해 우리 부모님은 흔쾌히 거름이 되어버다. 우리 가족 세끼 잘 먹여보겠다고 인생의 에너지를 기름 삼아 뜨겁게 불태우던 그 아버지의 새벽들,,. 초라해 보이는 뒷모습이 그때의 늠름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성실함과 열정 가득한 우리 아버지를 그리고 그 새벽을 나는 존중하고 또 존경한다. 나만의 슈퍼맨인 아버지.



4. 낮의 따스함을 즐길 때를 기다리며


우리 조금은 솔직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매일 아침 억지로 몸을 이끌고 새벽부터 일하러 나오고 싶지 않다. 싫은 건 싫은 거지 좋아지려 노력해보라 아무리 말해도 이미 몸과 마음이 안드로메다로 떠난 지 오래다. 월급치 이상의 일은 하는 편이 주변의 지적을 듣는 사람은 아니나 새벽보다는 낮의 따스함을 즐기고 싶다. 내 시간을 꿈꾸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당장은 너무나도 이상적이지만 현실의 길로 한발 내딛고 싶다.


육아로 지친 워킹맘, 가장의 짐이 버거움을 느끼는 워킹대디, 이상과 현실 사이 고뇌로 힘들어하는 밀레니얼 세대, 지나버린 세월에 아쉬워하는 4050 세대 등 우리 직장인들 모두 새벽보다 낮을 즐길 권리가 있다. 누구나 꿈꾸는 그 시간을 위해 필자는 오늘도 다른 방식의 새벽을 보내본다. 미래를 위해 궁리를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써본다. 그렇게 지금의 내 새벽은 낮보다 뜨겁지만 미래의 새벽은 낮보다 차갑도록 내버려 두겠다. 억지로 불태우는 새벽보다 있는 그대로의 낮이 더 아름다운 법이니까



지친 당신, 오늘도 고생했어요

당신의 새벽을 응원합니다.



<편파적인 직장인 스토리 시즌1 전체보기>

https://brunch.co.kr/magazine/healer-job

매거진의 이전글 07. 일 떠넘기는 동료와의 신경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