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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힐러 루이 Sep 22. 2020

07. 일 떠넘기는 동료와의 신경전

젊은 힐러의 직장인 스토리 #27


당신이 귀찮은 일이라 여길 때

나한테도 귀찮은 일이라 여겼어야지



1. 다양한 인격의 집합체, 회사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 상식선에서 벗어나는 다양한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즐거움, 슬픔, 화남, 짜증 등 하루의 2/3 이상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다 보니 연애라도 하듯, 이 회사와의 추억은 날이 갈수록 쌓여만 간다. 그러나 단순 일어나는 것들이 일뿐이면 다행이겠지만 여러 사람들과 공존하는 공간이다 보니 그 일들도 결국 '사람'들과 엮여서 생겨나기에 조금은 복잡 미묘 해지는 것이다. '라테는 말이야'를 연발하는 부장님부터 '지금 시대는 다른데요'로 방어하는 사원급까지 세대차이를 어우르기에는 각자 논리와 일리가 있는 주장들을 펼치만 결론 없이 배가 산으로만 가는 횟수만 늘어나는 추억이 쌓이는 것도 현실이다.


필자가 지금부터 나열해 볼 일들은 단 2시간 사이에 일어났던 그 다양(?) 한 일들에 일부가 되어버린 사건들인데 개인별로 받아들이기 나름일 수 있다. 이게 뭐 어때서?라고 할 수도 있고 이걸 왜 참고만 있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각자의 생각 나침반에 맡기고 해프닝에 집중해보자.




2. 노가 없는 뱃사공 부장


대부분의 회사는 관료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상명하복 형태의 업무 전달이 Base로 되고 있다. 사회적 지위와 회사 입지를 감안했을 때 일부 겉으로 보이는 번지르한 이미지를 중시하기 위해 아닌 척, 좋은 사람인척, 일명 척척척을 시전 하는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시대가 바뀐 만큼 밀레니얼 세대들이 실무진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전 형태의 업무 편달로는 조직이 돌아가지 않을 때도 존재하지만 단순 세대차이가 아닌 무의미한 신경전으로 번질 때가 많다.



해당 PPT에 Fill-in 해놓으세요


필자가 오늘 아침에 받은 메일 내용의 전부. 뭘 채울지, 어떤 부분을 조사해야 할지, 누구와 컨택해야 할지, 언제까지 해서 줘야 할지 그 일말의 단어나 설명도 없이 메일 하나로 모든 업무 지시가 종료되었다. 그것도 개인 지시가 아닌 열댓 명에게 동일한 내용으로 지시를 했는데 누가 뭘 하라는 지도 표시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 어떤 방향성도 없이 승객들을 리드하는 뱃사공의 배는 결국 망망대해를 표류하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심지어 필자가 속한 조직의 직속 부장도 아닌 분이기에 이런 지시가 회사 생활 10년 차 입장에서 상당히 난감했다. 어디로 노를 저어야 할지 모르는 부장에게서 받는 업무가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노를 만들어 드릴 수도 없는 상태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3. 노를 대신 만들어달라는 교육 담당 과장


필자의 회사 조직 속에 일부 특별 임무를 수행하는 담당자들이 존재하는데 그 업무 중 하나가 바로 교육담당이다. 부서원들이 만족도 높은 수준의 교육을 들을 수 있도록 존재하는 교육을 공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물론 소조직 위 대조직의 대표 교육담당이 따로 존재하는데 문제는 여기서 터졌다.


그렇다, 나는 그 소조직의 비공식 교육담당이다. 왜 비공식이냐? 공식적인 직책이 아닌 타의적으로 배정된 일종의 희생 직책이기 때문인데 해당 교육담당으로 진행하는 업들은 철저히 대조직의 대표 교육담당을 위해서 돌아간다. 문제는 이런 업들은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말 그대로 희생적인 부분이고 팀의 대표 교육 담당자는 부서원들의 교육을 위해 1년간 성과를 내고 평가 고과를 취득해간다. (말을 그럴싸하게 했지만 소조직 교육담당들 피 빨아서 본인의 이익을 취해가는 업을 담당한다)


오늘 그런 대표 담당자께서 소조직의 교육담당자들을 모아놓고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전체를 양도하는 발언을 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올해는 특별하게 인사에서 임직원 개인별 교육 인시를 특정 시간까지 채우도록 장려를 하고 있는데 해당 교육 인시를 팀 임원의 성과 목표로 상정했다 한다. 물론 해당 인시를 맞추면 본인의 성과로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란 명제도 있어 어떤 말이 참인지는 모르겠으나 팀 전체 대표 담당자 본인이 팀 인원들의 교육을 독려해야 하는데 자신이 하면 이상한 상황이 된다며 비공식 직책인 프로젝트 별 교육 담당자들이 대신하라 했다.


이 상황이 소위 말로만 듣던 "말이야 방귀야" 시전이었다. 팀원들을 위해 존재하는 팀 전체 대표께서 자신의 업을 위해 희생정신을 요구하는 순간이었다. 그 자리에서 직접 하시라고 말했더니 또 다른 핑계와 함께 회피하기 시작하셨다. 할 말은 해야 했기에 직접 하시라고 말했더니 욱하며 돌아오는 논리 없는 반박. 내 노를 만들기도 빠듯한데 가장 큰 노를 만들어야 할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만드는 김에 내 것도 좀....' 이라니. 그저 웃음만 나왔다.

 


4. 호이 하면 둘리 되는 회사


필자는 Yes맨이 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Yes맨에서 거절하는 방법을 몸소 체득했다. 사피엔스 DNA를 물려받은 우리 인간들은 약육강식 역시 해당 DNA의 특성이라고 했다. 남 입장에서 호의를 베풀어 주는 부분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업신 여기는 순간 이런 동료들을 손절할 수 있는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


남 좋은 일 해주는 거 아니다


말 그대로 관료제, 직사회다 보니 아랫사람이 일을 해야 윗사람이 어필할 성과가 생기고, 인정받은 윗사람은 승진을 한다. 승진한 윗사람은 임원 승격의 기회가 생기고 또다시 밑 사람들에게 빨대를 내민다. 직접 빨대를 꼽는 것도 아니라 눈앞에서 제시한다, 네가 꼽으라고.


이전처럼 밀고 끌어주는 회사 문화, 분명 아직 존재하는 집단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성공할 Case 역시 굉장히 소수임에 확신한다. 바늘구멍보다 통과하기 어려운 회사 임원 승격 제도에 100% 완벽한 보장이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 좋은 일은 그냥 남 좋은 일로 끝나는 경우가 태반이기에 적어도 본인이 아니다 싶은 일에 올바른 말을 할 수 있는 소신과 거절할 수 있는 용기는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의 가치관 차이는 높게 존중한다. 하지만 적어도 본인이 회사에서 추구하는 노예 직원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쓸데없는 신경전을 피하고 일 떠넘기는 동료들은 무시하되 시원한 사이다 한잔 먹여주는 일상이 더 다이내믹하지 않겠는가? 잘리면 어떡하냐고? 장담컨대 잘리기 이전에 상대가 나를 둘리로 보지 않게 되는 신기함부터 경험하게 될 것이다. 조직이 있기 전에 내가 있어야 된다. 본인의 모습을 먼저 찾기 위해 슬기로운 혜안을 강구할 줄 아는 참된 직장인을 응원한다.



< 편파적인 직장인 스토리 시즌 1 다시 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healer-j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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