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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힐러 루이 Oct 22. 2020

12. 가성비 따지는 현대 직장인

젊은 힐러의 직장인 스토리 #32


계산적인걸 잘못이라 여기지 말아 주세요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니까



1. 직장인 월급을 이르는 말, 쥐꼬리


직장인 세계에서 지금 시기는 축구선수로 따지면 시즌 말과 다름없다. 해당 시즌에서의 골 스코어, 어시스트, 평점 등 모든 액션들이 평가로 이어지고 그 결과는 내년의 몸값으로 반영된다. 있어 보이는 비교겠으나 기본 개념만 비슷할 뿐 금액적인 부분이나 인상률에선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성과에 따라 몇십에서 몇 백 프로 상승이 되는 축구선수에 비해 관료제 시스템 속에 속한 우리 직장인은 특정 인원 비율에 따른 일부 인원만 상위 고과를 취득하고 과반수 이상은 일반 평 고과를 받게 된다. 필자의 회사 기준으로 상위 고과 취득 시 8~15% 정도의 연봉 상승이 발생하는데 이는 10명당 1~2명 수준이며 나머지 8명은 3~5% 상승이 결과론적이다.


퍼센트로 잘 와 닿지 않는다면 좀 더 현실적인 비교를 해보자. 연봉이 3000만 원 수준이라면 상위 고과를 받은 A 씨는 내년 240~450만 원의 연봉 상승이 발생한다. 이는 곧 월 20~37만 원가량을 세전으로 더 받는 격이다. 반면에 평 고과를 받은 B 씨는 내년 90~150만 원의 연봉 상승이 발생하고 월 전환 시 세전 7~12만 원 정도 더 받게 된다. 물론 매년 현재 연봉 기준의 복리 상승이지만 10년을 더 일해도 현 연봉의 2~3배 만들기도 빠듯한 것이 현실이다. 이래서 직장인들은 말한다. 우리 월급은 쥐꼬리 만하다고...

  


2. 실망하는 장인, 기뻐하는 직장인


고과 평가와 월급의 상관관계 때문에 많은 직장인들 갑론을박이 끊이질 않지만 결국 근로계약 아래 우린 노예기에 주는 대로 받게 된다. 라테 세대부터 밀레니얼 세대까지 다양한 현대 직장인들이 공존해 있는 곳이다 보니 월급에 대한 인식, 개인 가치관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최근 몇 년간 비트코인, 부동산, 주식 등으로 부를 취득한 신규 부흥 세력들의 등장을 함께 지켜보면서 이런 가치관의 대립은 더더욱 심화되어 가는 실정이다.


한창 고과 평가가 마무리되고 평소 많은 얘기를 나누는 후배 녀석 필자에게 상담 요청을 했다. 프로젝트 리더 부장님과 고과 면담을 마치고 나온 녀석의 표정은 썩 좋지는 않아 보였다. 왕복 4시간가량을 출퇴근하는 후배는 매일 같이 야근을 도맡아 했기에 그 성실함과 열정을 모두가 높이 사는 녀석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받은 결과는 아쉽네요
이럴 거면 열심히라도 하지 말걸...


인간사에서 실망은 기대라는 존재 때문에 발생하는 결과물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지만 결국 업무를 하다 보면 매해 결과물 고과 평가가 전부기에 내심 기대라는 것을 하게 된다. 후배 녀석은 성실함과 열정이란 이름 아래 소위 '피땀 눈물' Input을 갈아 넣었으나 원하는 고과 평가 Output은 받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반대급부로 특정 인물은 상위 고과를 받고 기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을 부러워하든 비난하든 이미 후배가 받은 고과가 변하는 경우는 드물다. 자책하는 후배에게 대놓고 표현은 안 했지만 의 잘못이 아니었다. 하릴없이 특정 평가로 동료들을 나눠야만 하는 관료제 고과 평가 제도가 만든 폐해일 뿐이다.



3. 가성비 떨어지는 회사


'가격 대비 성능' 이란 뜻의 가성비라는 단어는 보통 구입한 물건이나 상품을 평가할 때 사용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상 모든 생활에 이 가성비라는 말을 달고 사는 세상이 되었다. 회의 참석을 위한 회의실 이동에도 "(회의실 이동이 전화로 하는 것보다 시간 소요 대비 가성비가 떨어지니) 전화 참석으로 대체하겠습니다"라는 말도 필자 회사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되었다. 이는 현대 직장인들의 전반적인 회사 인생에 대한 관철 해볼 때 역시 적용되고 있었다.


우리 부모님 세대 역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삶이 쉽지는 않았다. 조직문화 또한 굉장히 수직적, 권위적이었고 복지라고 불릴만한 요소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시기였다고 들었다. 하지만 IMF 시기를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회사들의 발전이 있던 시간이었기에 회사에 성실성을 보여주면 승진 역시 보장되어있었다. 관운에 따라 임원 승격 확률도 높던 시기였다. 조금 바꿔 말하자면 회사에 충성하는 만큼 가성비가 좋았단 말이 된다.


50~70만 원 돈 하던 월급으로 2~3000만 원대의 아파트를 사기엔 현시대의 월급으로 10억대 아파트를 사는 것과 비슷한 체감이었겠지만 꼬박꼬박 모은 월급으로 높은 고금리의 예금 혜택을 볼 수 있었다. 원만한 우량 주식에 투자를 해놨으면 최근 전국구의 부동산 상승과 같은 결과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자산 증식에도 열중할 수 있던 시간이었던 것이다. (물론 사람 심리라는 변수가 들어가면 결과물은 언제나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요새 세대라 일컫어지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말로 "No Answer", 노답이다. 바늘구멍만큼도 못한 확률로 임원 승진을 하기에는 현재 특정 계급으로 남아있는 기성세대들이 자신들의 미래일 것만 같아 참담하고, 불안한 미래에 투자하자니 선뜻 몸이 나서지 않는다. 내 노동의 가치는 부동산, 주식, 비트코인 수익 가치의 상승을 따라잡을 수 없었기에 이런 심리는 최근 더 확산되었다. 더군다나 밤낮 없 피폐한 직장의 삶보다 내 인생 한번 더 즐기고 소중히 여기는 시간이 가치 있고 의미 있게 느껴지는 이들에게  회사는 곧 "가성비 떨어지는 장소" 일 뿐이다.



4. 존중받아야 할 각자의 가치관


밀레니얼 세대부터 기성세대까지 현대 직장인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해서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각자의 인생에 있어 각자의 가치관은 충분히 존중받을 대상이다. 필자는 인간이 원래부터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라고 여긴다. 그것이 사피엔스 DNA를 물려받은 우리들 그 자체이기에 항상 내 기준에서만 옳고 그름이 있지 그 판단기준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회사에서든 그 밖에서든 당신의 신념을 필자는 존중하고 또 응원한다. 오히려 가성비 따지는 당신, 그런 우리 직장인이 조금 더 경쟁력 있고 효율적인 업무 문화를 만들 것이다. 조직생활의 반역자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나를 위해 조금 더 계산적이고 조금 더 관계를 따지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될 것이다. 나를 위한 스마트한 생각이 나를, 가족을, 친구를, 그리고 우리 모두를 풍요롭게 함을.


소신 있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 파적인 직장인 스토리 시즌1 다시 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healer-j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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