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세대(1980년도 ~ 1990년도 중반 출생자) 중에서도 서열상 우두머리 급에 속하는 80년대 초중반 형님 Y세대들이 회사 직장생활에서 과장급 이상 중간 관리자급으로 올라서기 시작했다. X세대(1970년도 출생자)들과 Z세대(90년대 후반 출생자)들 사이에 끼인 세대인 이들은 스탠스 자체가 애매모호하다. 다시 말해 꼰대라 불리는 라테 세대부터 본인의 이익이 우선시 되는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이도 저도 아닌 세대로 자리 잡힌 것이다. 업무적으로 심성적으로 이 둘 세대의 가교제 역할을 해야 하는 이들의 입장을 조금 더 세밀하게 관찰해보자.
오늘 저녁에 모두 같이 식사 한 끼 하시죠
불호령 같은 부장님의 카톡은 분위기를 타짜 영화의 명장면으로 만들어버렸다. '싸늘하다'. 그렇다. 싸늘한 분위기, 대답하는 이 한 명 없는 상황 속에서 신입사원의 패기 넘친 말풍선이 나타난다. "전 오늘 약속 있어서 불참하겠습니다". 그 누구보다 재빠르고 거침없는 거절에 어안이 벙벙해진다.
내가 니 직급 땐 무조건 따라갔는데.... 요새 신입들은 회사에서 하는 것도 없으면서...
반도체 회사를 다니는 86년생 책임 연구원 윤 모 씨의 일상이다. 기성세대의 꼰대질을 견뎌내며 저렇게 되지 말자 수백만 번 다짐했던 그지만 너무나도 당당한 90년대생 밀레니얼 세대 앞에선 꼰대질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실세가 되었음에도 시간의 흐름에 변해버린 조직생활 문화가 업무 분배 시간 하나에도 상사와 후배들의 눈치를 보며 그를 치 떨게 만들어버렸다. 후배들의 갑작스러운 당일 통보 휴가나 연휴를 낀 5~10일의 휴가에도 이전 그럴 수 없던 본인의 모습을 떠올리며 못마땅한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2. 젊은 꼰대보단 차라리 늙은 꼰대
직장인 포털 사이트 '사람인'에서 분석된 내용을 인용하자면 직장인 1,945명 대상 설문 결과 10명 중 7명(75.4%)이 "우리 조직에 젊은 꼰대가 있다"라고 답했다. 대상은 사원급 밀레니얼 세대 및 일부 중간관리자 이하일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라고 필자는 생각해본다. 함께하는 후배들조차 젊은 꼰대의 존재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 이들은 오히려 늙꼰(늙은 꼰대) 보다 젊꼰(젊은 꼰대)를 훨씬 혐오하고 싫어한다.
50대 이상의 부장, 임원급 분들은 나이차가 많이나 오히려 잘해주시는 경우가 많고 부모님 뻘이라고 생각하면 잔소리나 간섭도 한 번은 들어보려는 노력이라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오히려 몇 살 차이 안 나는 30대 중후반 선배 젊꼰들이 '막내가', '신입이', '나 때는' 이란 말을 달고 살며 부장님들 눈치 보고 출퇴근 시간과 회식 참석 유무 등에 대해 언지하는 부분이 너무나도 이해가 안 된다고 어필하고 있다.
자신들의 과거를 대입해 박탈감과 피해의식은 느낄 수 있다고 이해는 하지만 윗사람을 방패 삼아 아래 후배들에게 하는 잔소리는 정말 참기 힘들다고 후배들은 답했다. 나는 되고 너는 안되라는 '내로남불' 개념과는 확연히 다르다. 나도 안되고 너도 안되는 거야, 왜? 윗분들이 싫어하시니까...라는 논리성 없는 '내불 남불'이 되는 것이다. 덩달아 이들 젊은 꼰대가 자신이 직접 꼰대는 되긴 싫고 잔소리는 해야겠지만 마음속에 있는 말을 윗사람 핑계를 대며 말하는 부분인 것 같다 말했다.
3. 젊은 꼰대들의 항변
젊꼰들의 대부분은 필수 불가결한 상황에 놓인 불쌍한 사람들이 바로 자신들이라 항변한다. 필자 역시 80년대 과장급의 젊꼰 위치지만(꼰대가 맞을 수도 있고) 그들의 입장 역시 난감하다. 상기에서 서술한 대로 끼인 세대기 때문에 자신들의 애매한 스탠스에 옥죄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 더불어 어린 시절 그들의 부모가 IMF에 좌절하는 시기를 함께 겪었고 경제가 부흥하는 시기를 지나 처음으로 실업이라는 태풍을 겪은 1기 실업 멤버로 세대가 변해가는 과도기에서 직장을 얻었다. 기성세대들의 문화를 겪으며 성장했고 할 말 하는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정체성의 혼란을 함께 겪고 있는 것이 그들이다.
선배들은 나를 쪼으고 후배들은 자기한테 피해가 가면 도저히 못 견뎌한다
젊꼰들은 이 중간에서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 자체를 힘들어한다. 또 그들은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세대가 다르니..." 라며 이해해주시면서 우리에겐 꼰대 문화를 적용하는 게 당연지사인 양 말씀하시니 서운하다고 말한다. 어찌 보면 폐해를 직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신 문물과 신 조직문화는 오롯이 90년대생 세대에게만 돌아가는 현실에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필자와 같은 곳에 근무하는 85년생 김 모 과장은 "나도 신입사원 때 원대한 꿈과 열정이 가득했는데 군대 문화 같은 수직적 조직세계에서 살아남으려 아등바등하다 보니 꼰대 문화를 체득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스케줄을 챙기고 할 말 다하는 후배들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내가 왜 이러고 있나라는 생각의 소위 '현타'가 오기도 한다고 했다.
4. 서로를 이해하는 세상
이상과 현실은 항상 괴리감이 있지만 각자의 입장에서 각자의 힘듦이 존재함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젊꼰 세대들도 개인적 성향과 가치관에 따라 기성세대 쪽으로 혹은 밀레니얼 세대 쪽으로 확 기울 수도 있다. 젊꼰이 되고 싶어 되진 않았을 것이다. 기성세대는 기성세대만의 성장 배경과 환경이 있었고 밀레니얼 세대는 부동산, 비트코인, 주식 등 노동의 의미에 대해 다채로운 생각을 해보는 환경적 요인들이 존재했듯이 젊꼰들 역시 중간 과도기에서 지금의 조직문화를 체득할 수밖에 없던 계기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기성세대부터 젊은 꼰대 그리고 X세대 또 밀레니얼 세대까지 그들의 세계에서 힘듦은 그들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영역이다. 하나 우리 모두 관료제 시스템 안에서 월급이라는 노동의 대가를 취득하기 위해 모두가 아등바등하고 있는 것 또한 변치 않는 사실이지 않을까? 서로가 서로를 모두 이해하라는 뜬구름 잡는 소리는 의미가 없다. 하지만 각자의 힘듦을 이해하기보다 조금이나마 존중하는 의미에서 역지사지하면 적어도 얼굴 붉힐 일이 한 개는 더 줄어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이런 세 가지 세대로 나누기보단 하나 된 조직문화의 특정 세대로 불릴 수 있는 그날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