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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힐러 루이 Nov 19. 2020

15. 젊음을 갈아 넣는 청년들 with 야근

젊은 힐러의 직장인 스토리 #35


아침 출근부터 새벽 퇴근까지 사무실에서

빛을 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1. 뜻밖의 파견 업무


저번 주에 있던 일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부서의 리더께서 호출하시더니 뜬금없이 타 부서로 3개월가량 파견을 다녀오라 하셨다. 사전 협의가 없던 통보는 마치 뒤에서 충돌해버린 교통사고 같았지만, 부서 내부 적합자가 없고 다른 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라면 기회기에 일단 알겠다 하고 면담실을 나왔다.


저번 칼럼에서 언급되었지만 필자는 품질을 보증하는 업을 담당하고 있다. 물론 입사는 신제품과 양산 제품을 개발하는 개발실로 입사했지만 실마다 조직문화와 업의 강도, 스타일 등이 확연하게 다르다. 그렇다. 자초지종을 듣고 보니 개발실 특정 부서에서 보증실로 인력 파견 요청이 있었고 관련 업을 진행하고 있던 자를 포함하여 몇 명의 인력 후보에서 필자가 소위 픽(Pick) 되어있던 상황이었다. 감사하기도 하면서 내심 새로운 문화 그리고 업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잠시 주춤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월요일에 자리를 옮기고 근처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2. 젊은 조직, 늙은 업무(?)


파견 부서의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젊은 피 구성된 말 그대로 젊은 조직이었다. 92~96년생(25~29세)으로 남녀 비율이 동등한 15명가량의 조직이었고 심지어 해당 Team의 리더는 필자와 동기인 과장 초년차 급이었다. 물론 이 회사의 모든 조직들이 이와 같은 구성은 아닐 것이라 생각되며 통상적으론 과장 고년차~부장급의 리더 아래 과장, 대리, 사원급이 골고루 섞여있을 것이다. 기 리더 녀석은 2년 이상의 조기진급을 한 이 부서의 에이스였고 과장 고년차 급이 많이 없어 실무진은 기성세대에서 밀레니얼 세대로 대거 이전된 선구자 조직 그 자체였다.


밝은 에너지와 발랄함 가득해야 할 젊은 구성이었지만 생각 외로 어두움과 초췌함이 눈밑 가득 서려있었다. Fresh 한 피지컬과는 달리 업무 자체는 너무나도 Old 했기 때문이다. 이틀 동안 탐색해본 결과 들의 일과는 대충 이러했다.


출근시간 아침 9~10시

업무 수령 및 오전 업무 10~13시

점심시간 13~14시

오후 업무 14시 ~ 최소 22시(?)


마지막 스케줄에서 물음표를 자아낸다. 하루 스케줄을 회사에서 보내다시피 하는 살인적인 스케줄에 업무 스타일은 상명하복, Yes맨, 젊은 꼰대들이 대거 양산되어 수직적인 조직문화로 운용되고 있었다.



3. 갈아 넣은 그들의 젊음


첫 상견례 회의 이후 외식 겸 점심을 함께 하게 되었 8~9년 차이나는 후배 사원들이지만 1~2년의 회사생활을 몸소 겪어봤을 테니 조심스레 질문을 던져봤다.


Q: 회사생활 만족해요?
A: 사람들은 너무 좋아요!


세명에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 하나 같이 동일했다. 사람들은 너무 좋다고...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뒤에 숨겨진 답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인데, 아무래도 그 말은 "업무는 잘 모르겠어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해한다. 관료제 시스템의 연봉제 회사원들은 간 실적이나 정치에 따라 받는 고과 평가로 연봉이 달라지겠지만 대체적으로 업무 강도와는 상관없이 받는 월급은 일정(일부 야근/특근비가 포함되겠지만)하다. 같은 월급을 받음에도 남들보다 더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는 게 당연지사. 한창 꽃다운 나이에 본인들의 젊음과 열정, 패기 갈아 넣어 회사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젊은 사원들은 입사 때부터의 현재 조직문화가 회사를 대변한다 여기게 되고  업무 강도와 문화 등은 른 부서도 동일할 것이라 생각하고 적응하게 된다. 이런 사실이 나중에 얼마나 큰 박탈감을 가져올지는 개인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으나 1년, 2년 지나다 보면 건강 신호에 이상이 오고 회의감이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물론 만족스럽게 업무 + 야근을 거뜬하게 해내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상응하는 보상을 모두 받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미래에 자연스레 펼쳐질 사태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4. 조금은 이기적이게!


8~9년 전의 필자도 개발실 소속 사원이었을 때 어쩌면 지금이라면 물어봤을 수도 있던 질문들을 던지지 못했다.


왜 다른 부서 대비 우리는 힘든 거죠?
왜 다들 12시 넘어 퇴근하시는 거죠?

약 3년가량을 해를 보지 못한 상태로 주말인 토요일 일요일 조차 하루 8~11시간씩 근무를 하고 왔던 그때는 아마도 모두가 그런 생활을 함께 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하다 여겼을지도 모른다. 순수한 착각이랄까?....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걸 지금에서야 깨달았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완강하게 거부하긴 힘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하다. 성과, 고과 시스템은 그런 당연한 생활 중 상위 몇 명에게 특혜(?)식의 보상으로 돌아가게 되어있고 과반수 이상은 8 to 5 칼퇴하는 인력들과 동일한 평 고과를 받게 된다. 물론 가성비를 확실히 따지며 일하기 힘든 곳이 회사이자 직장생활이겠지만 이 이상만큼은 개개인의 가치관 영역으로 접어든다. 필자 역시 완강하게 거부하긴 힘들 것이라 했으나 내 건강, 내 워라밸, 내 모든 것을 뒤로 한채 회사를 위한 충성심만을 강요하는 곳에서 내 젊음을 갈아 넣진 않을 것임은 장담할 수 있다. (충성심이 없는것이지 애사심이 없진 않으나!)


당연하다 생각하고 있는 일들에 조그마한 의문을 조금씩 품어보자. 모난 사람으로 전락하란 말이 아니다. 당위성과 타당한 이유를 알고 행하는 사람은 군중심리에 휩쓸리는 사람보다 장기적으로 좋은 인생의 결과물을 취득할 것이라는 필자의 믿음이자 신념처럼 나를 위해 조금은 이기적으로 생각하는 오늘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당신은 당신을 위해 오늘 얼마나 이기적이었나요?

나 답지 않은 일에 에너지를 쏟은 오늘...


고생 많았어요




< 편파적인 직장인 스토리 시즌 1 다시 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healer-job


< 편파적인 직장인 스토리 시즌 2 다시 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healer-job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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