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 2반, 담임이 된 날
#교사 일기_05
2021.02.02.
01.
4학년 2반 담임
출근길, 전도사님으로부터 도착한 카톡 메시지.
한 장의 표에는 아홉 명의 이름이 담겨 있었다.
다섯 명의 남자 어린이, 네 명의 여자 어린이.
어머니들의 전화번호와 전년도 출석 정도까지 표기되어 있는 반편성표를 보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얼굴도 모르는 아이들이지만 분명 하나님이 주셨을 귀한 아이들이니까.
꼭 나의 기도가 필요한 아이들일 테니까.
나를 통해 자라고, 또 아이들 덕분에 나도 자랄 테니까.
그래서 교사를 하라고 자꾸 등을 떠밀어주셨을 거니까.
감사한 것은 '이왕이면 4학년을 주세요.'라는 기도에 응답하신 하나님,
그렇게 나는 4학년 2반 담임이 되었다.
02.
2011년생
아이들의 명단을 살피다가 깜짝 놀랐다.
생년월일에 새겨져 있는 숫자 두 개, '11'
이 생소한 숫자는 분명 2011년을 뜻하는 것이다.
'2011년 생이라니?'
그동안 고등부, 청년부 담임을 하고, 어디에서 강의를 할 때도 대부분은 중학생 이상이었다.
아마도 지난해 구로구에서 만났던 중학생들도 2004년생이었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 아이들은 얼마나 어린 걸까?
머리가 복잡해졌다.
2007년생인 우리 집 막내보다 네 살이나 어린 이 아이들, 갓난아기처럼 생각되는 조카랑 동갑내기 아이들을 어떻게 만나야 할지 막막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하나님은 나의 4학년을 생각나게 해 주셨다.
배구를 좋아하고, 친구들과 팀을 짜서 야구를 하고, 산으로 들로 어른들의 손길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게 생활했던 4학년의 나는 어리기보다는 제법 야물어지고 있었던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 아이들도 이미 고학년으로 접어든 생각이 여물고 있는 아이들이야.'
4학년이나 청년이나 같은 마음으로 품으면 된다는 너무나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03.
첫 문자를 보내다!
점심시간 후에 어머님들의 전화번호를 등록하고 전체 문자를 보냈다.
문자 내용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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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 안녕하세요. 2월부터 초등부 4학년 2반 담임을 맡은 강인석 집사입니다. 올해 귀한 자녀들을 하나님께서 저에게 붙여주셔서 염려되지만 기대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오늘 반 배정받고 인사드립니다.
초등부 교사는 처음이라 아이들을 어떻게 만날 지 걱정도 되지만, 일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기에 믿고 올 한 해 아이들도 저도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 되도록 기도하겠습니다. 부모님들도 아이들과 관련하여 저에게 공유해주실 부분이나 함께 기도가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오늘은 처음이라 문자를 드립니다. 불편하지 않으시면 공지사항은 단톡으로, 개별상담은 개별 톡이나 전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다가오는 2월 첫 주 예배를 기대하며 부모님들도 아이들의 예배를 위해 함께 기도해주세요.
오늘도 은혜 안에 평안하세요.
- 장석교회 4학년 2반 담임 강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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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보낸 문자라서 문장이 어색하고 횡설수설한 느낌이 있긴 했지만, 일부 어머님들의 답장에 힘을 낼 수 있었다.
아이들도 자라고, 나도 자라기를 바란다는 말은 진심이었기에, 어머니들의 기도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첫 연락이 소중하기만 했다.
함께 성장하는 1년
이게 하나님이 우리 반에 주신 메시지인 것 같다.
ⓒ2021. 강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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