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사님과 첫 통화에 청탁을 하다
#교사 일기_04
2021.01.19.
01.
"강인석 선생님이시죠?"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 수줍은 듯한 젊은 남성의 목소리에, '어디서 강의 문의를 하시는가' 싶었다.
"저, 장석교회 이** 전도사입니다."
아, 드디어 연락이 왔구나!
코로나로 주일학교 일정이 모두 1개월 연기되면서, 교사를 지원하고도 아직 아무런 연락을 못 받고 있던 차에 받은 전도사님의 전화. 반갑기도 했지만, 막상 전화를 받으니 '이제 본격적인 교사의 시작인가' 하는 생각에 부담감도 느껴졌다.
전도사님과의 짧은 대화를 통해, 초등부 예배는 인터넷 화상 예배로 드리고 있으며, 신임 교사인 나는 2월 첫 주부터 합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직 누가 어떤 일을 할지 결정된 바 없고, 보내야 할 학생들과 교사들과의 이별 후에 신입교사와 새 친구들을 맞이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코로나 상황이니 한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일이 얼마나 힘겨울지 상상이 되었다.
"선생님께서 든든한 힘이 되어주실 것 같습니다."
이 말씀에 '아직 저를 모르셔서 하시는 말씀입니다.'라는 말이 나오려는 것을 막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 특별한 게 있을까? 그저 기도하면서 아이들을 만나는 것일 뿐인 것을.
02.
"저는 몇 학년을 담임하게 되는지 결정되었나요?"
이 질문에 전도사님께서 오히려 반가워하셨다.
아직 결정된 것이 없는데, 반담임을 맡아줄 지에 대해 걱정하고 계셨던 것 같다.
교사를 지원한 이유가 담임으로 아이들을 만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받았기 때문이라, 당연히 담임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넌지시 덧붙였다.
"저, 그런데 이왕이면 3학년보다는 4학년이 낫지 않을까요?"
아이들 아빠보다 나이가 많은 선생님, 그런 선생님을 아이들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늘 고등부만 담임해오다가 처음으로 고등부 담임을 한다는 일이 나에게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우리 집 막내아들보다도 한참 더 어린아이들이니 쉬울 리가 있겠는가.
그래도 한 살이라도 많으면 좀 더 낫지 않을까, 그런 작은 기대감에 3학년보다는 4학년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얼마나 차이가 있겠나 싶지만...
전도사님은 나의 이 속 좁은 청탁을 들어주셨다.
특별한 배려로, 4학년 담임을 하는 것으로 확정되었다.
이제 4학년 아이들의 주요 관심사가 무엇인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좀 찾아봐야겠다.
다행히 주변에 4학년 아이를 둔 부모들이 제법 있으니 말이다.
자, 이제 2주만 기다리면 초등부 교사, 시작이다.
ⓒ 2021, 강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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