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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동문학가 강인석 Mar 03. 2021

얘들아, 선생님 개인기 볼래?

첫 예배를 드리다

#교사 일기_06 

2021.02.07.



"얘들아, 샘 개인기 있는데 한 번 볼래?"


노트북 앞에 앉아 멀둥거리는 눈망울들을 바라보면서 50에 접어든 나는 강아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왈-왈-  왈-왈- 어때? 똑같지?

- 이번엔 고양이 소리야, 이야옹- 냐옹 옹-

- 이건 무슨 소리인지 맞춰봐, "꼬개개개객-  꼬개개개객-"

모니터 속 아이들은 여전히 별 반응이 없었다. 

강아지 소리로 시작해 알 낳은 닭소리를 넘어 필살기인 개구리 소리까지 냈지만 그다지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주일 오전, 처음으로 드린 초등부 예배 후에 반별 모임 시간이 되었다.

전도사님은 아이들과 인사하고 친해지면서 간단하게 반별 모임을 하라고 하셨지만, 고등부 아이들과는 또 다른 반응에 약간 당황했다. 

그래서 초등학교에 강의를 나가면 가끔 하는 개인기 생각이 났다.

 '분위기를 바꿔야 해. 개인기를 해 보자.' 

이런 짧은 판단 후에 아이들에게 동물소리 개인기를 시전 했다. 

결과는 참담했지만, 시도하지 않은 것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아이들이 선생님을 푼수처럼 여겼을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그게 아이들과의 벽을 조금 더 낮추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뭐든 해야 하니까. 협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니까, 나는 최선을 다할 수밖에. 

개인기로 시작된 반별 모임은 얼떨결에 끝이 났다. 

말씀 암송과 읽어야 할 본문까지 나눠주고 나니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첫 만남이니 나도 긴장하고 아이들도 긴장한 느낌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다음 주는 조금 더 나아지겠지.



눈높이, 예수님의 마음


어쭙잖은 개인기를 시도한 것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나의 첫 노력이었다. 

눈높이를 맞춰야 효과적인 관계 설정이 된다. 

예수님도 제자들과 수시로 눈높이 맞추기에 신경 쓰셨다.  

하나님이자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은 열두 명의 제자들과 함께 하셨다. 

제자들과 예수님은 많은 면에서 달랐을 거다. 

제자들의 언어,  삶, 그들의 관심사, 생각의 깊이는 예수님과 많이 달랐다. 

그들은 누가 더 높은 자인지 더 궁금해했고, 예수님께 다가오는 여인을 구박했으며, 먹을 것이 없는 상황 앞에서 걱정만 했다.

가장 크게는 예수님의 죽음을 죽음으로만 받아들였고, 돌아가신 후 부활하실 것에 대한 기대 역시 갖지 않았다.

그런데도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하셨고, 먹고 마시셨으며, 교제하시고, 그들과 비전을 나누기를 원하셨다.

그들이 알기 쉽고, 오래 남을 수 있도록 비유로 말씀하셨고, 쉽고 직접적인 설명으로, 질문과 대답으로 보여주셨다. 

예수님 입장에서 보면 힘들지 않으셨을 리 없다. 

제자들이 예수님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할 때마다, 전달한 것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마다 힘드셨을 거다. 

하지만 예수님은 끝까지 제자들과 함께 하시며, 비전을 공유하시고, 그들을 양육하신다. 


초등부 4학년 2반, 아홉 명의 어린 친구들은 예수님과 제자들의 관계보다는 나에게 더 편하고 쉬운 존재일 거다. 

같은 시대, 같은 삶을 공유하고 있으며, 부모 세대에 대한 이해도도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처럼 눈높이를 낮추고, 그들에게 친근한 언어와 삶의 방식으로, 또 오래 기다림으로 다가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눈높이, 그게 바로 예수님의 마음임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여섯 명의 아이들을 만난 첫 예배, 눈높이를 맞추려는 내 노력이 예수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닮아가기를, 예수님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더 담아내기를 기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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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석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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