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이의꿈
#교사 일기_10
2021. 03. 08.
01.
"시인이 되고 싶어요."
지난주 예배 후 일대일 상담으로 만난 ♡온이는 생각이 깊고 성숙한 아이였다.
3남매의 첫째라서 그런지 의젓해 보였고,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게 잘 전달하는 아이였다.
장래 희망을 묻자 ♡온이는 '시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선생님이 시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아마 카카오톡을 보면 나오는 내 동시집 표지를 어머니께서 보신 것 같다.
시를 좋아한다고 했다.
직접 쓴 시로, 스스로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고도 했다.
그래서 선생님 시도 읽어보고 싶단다.
주일학교 제자가 독자가 되었으니, 더 반가운 일이다.
시를 좋아해서인지 ♡온이는 이행시, 삼행시 짓기 활동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표현도 제법 영글어 보이기도 한다.
더 깊이 알아갈 수 있겠구나 싶어서 기대가 되었다.
02.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 숙제로 시를 써낸 적이 있었다.
따로 시를 배운 적이 없어서 내 맘대로 써낸 시를 보고 당시 유독 내게만 엄격하셨던(내 기억에) 담임 선생님은 "어디서 보고 배겼어?"라고 따지듯 물으셨다.
혼날 일도 아닌데 혼난 듯 그 상황을 모면한 나는
'내가 쓴 시가 나쁘지는 않았나 보네.'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내 맘 속에는 '나는 시를 잘 써'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자리 잡게 되었다.
누군가의 지지를 받았다면 더 큰 자신감으로 더 일찍 시를 써보았을지도 모른다.
시를 좋아하는 ♡온이에게 나는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딱히 다른 지원을 해줄 수는 없겠지만, ♡온이가 던지는 문장 하나하나에 따뜻하게 반응만 해줘도
♡온이는 아마 좋은 시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그 꿈을 구체적으로 꿔볼 수 있지 않을까?
복음을 제시하고, 예수를 전하는 것이 주일학교 교사의 역할이지만
아이를 지지하고, 긍정의 기운을 주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일 역시 교사의 일이다.
긍정을 배우기 어려운 시대에
주일학교가 긍정의 에너지를 아이들에게 흘려보내 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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