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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 작가 Feb 16. 2024

[웹소설 작가] 새로운 언어의 재정의.




얼마 전.

친한 지인과 재미 삼아 타로를 보러 갔는데, 타로 마스터의 풀이 도중 '여성스럽다'라는 표현이 자연스레 나왔다.

'여성스럽다'라는 표현은 웹소설 강의 수강생 원고를 피드백하다 보면 여주의 인물 설명으로 쉽게 만나는 표현 중에 하나임에도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인물 소개 중 '평범하다'라는 표현도 자주 만날 수 있는데, 되도록 쓰지 말자. 평범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니까.) 

사실 여성스럽다 표현은 어릴 때부터 목격한 흔한 칭찬 중 하나로, 주로 말수가 적고, 긴 머리에 수줍은 미소의··· 기타 등등의 공통점을 가진 친구들에게 주어지던 칭찬이었고, (비슷한 결로 '참하다'라는 표현도 있음) 그런 이미지를 내심 부러워한 적도 있었다.

당시의 나는 짝꿍이던 남자아이에게 '어제 너한테 맞은 팔, 멍들었어!'라는 항의나 듣는 에너지 넘치는 초등학생이었으므로.




익숙한 표현일지라도 변화한 사회에 맞추어 
낯설게 바라보고 
세심하게 언어를 재정의 할수록 
계속 새로운 세계가 열립니다.

-시대예보 : 핵 개인의 시대 중 


별생각 없이 칭찬으로 인지하던 '여성스럽다'라는 표현은 이젠 지적을 받기 좋은 표현이 되었다. 여성스러우시네요,라는 말을 들으면 여성스럽다는 게 어떤 건데요? 하고 반문하기 좋은 시대가 된 것이다. 

몇 년 전. 

판타지 요소를 담은 한 작품에서 여주의 능력 중 하나로 특정 스킨십을 하면 외형이 여성스럽게 변한다는 소재의 작품을 본 적이 있다. 당시 나는 해당 작품의 댓글을 보며 놀랐는데 독자들이 한결같이 분노를 토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여자로서 미의 기준이 무엇이며, 누가 정의했기에 작품에서 여성의 미를 이런 식으로(만) 표현하느냐는 항의였다. 

당시만 해도 그런 독자들의 반응이 너무 예민한 것 아닌가, 작품을 작품으로 보면 안 되는 것인가,라고 생각했지만 이후 시대는 또 열심히 변했고 이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작품 자체가 배척당할 수도 있는 시점에 도달했다.




'남성적' '여성적'이라는 표현도 
적절치 못한 표현으로 꺼려지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젠더리스라는 말조차 
구분을 전제로 한다는 의견도 있으니 
표현은 끊임없이 현행화해야 합니다.

-시대예보 : 핵 개인의 시대 중



MBC 드라마로 인기를 끌었던, 원작 만화 '궁'의 박소희 작가는 최근 작품을 재연재하며 스스로 요즘 시대 상황과 가치관에 맞지 않는 대사들이 있어 수정했다고 언급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웹소설 현대 로맨스 안에서도 남주가 여주의 손목을 끌고 가는 장면이 아무렇지 않게 쓰이던 2-3년 전과 달리 지금은 그 조차 출판사에서 조심스러워할 만큼 분위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작품을 구성할 때, 특정 상황을 표현할 때, 내가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이 시대에 뒤처져있진 않은지 스스로 검열하고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편견을 무심히 펼쳐놓지 않으려 노력한다.

적어도 계속 글을 쓰려는 작가라면 사회적 흐름도 민감하게 바라보며 생각하고, 폭넓게 받아들이며 꾸준히 공부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새롭게 열릴 세계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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