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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마코치 Aug 18. 2020

바보

메이저 아르카나 0

# 상징물들에 대한 관찰


1. 멀리 드리워진 설산: 땅 위의 시간과 공간에서 추위가 느껴진다. 주위는 온통 만년설처럼 끝없이 펼쳐진 설산이다. 눈 덮인 산악지역이라 고생스러운 여행이 될 것 같다.


2. 남자: 그림 속의 장소와 시기라면 주인공은 가볍고 두툼한 외투 차림에 자기 키만한 배낭을 메고 있어야 할 것이다. 배낭 안에는 산악 오지에서 간단하게 혼자 지낼 수 있는 침낭, 텐트, 여행 중에 일용할 물과 식량 등이 들어 있어야 한다.


이런 예상을 뒤엎기라도 하듯 남자의 옷차림과 모습은 비현실적이다. 목을 드러낸 화려한 문양의 의상을 관찰해보자. 끝단을 요란하게 박음질하고 안감을 주황색으로 처리한 넓은 소매 깃, 바깥쪽으로 말아 처리해 짧은 아랫단으로 이어지는 의상은 흡사 미니스커트 같은 자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허리선을 살려주는 원피스 중간에 정제된 허리 장식은 아름다운 바디라인의 맵시를 더해준다. 춤사위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줄 파티복에 가깝다. 남자의 모습 또한 소풍에 나선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이다. 청색 바탕에 노란색의 꽃그림은 이국적인 열대 해변에서 입을 법한 헐렁한 티셔츠를 떠올리게 한다. 자유로운 영혼을 상징하는 듯 일상복으로 소화하기엔 부담스러운 앙드레김의 고급스러운 의상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생각은 현실을 떠나 자기만의 정신세계에 가있는 듯하다. 반 고흐의 '해바라기'나 '별이 빛나는 밤'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기운에 홀려있는 것 같다. 둘러맨 장대 끝에 매어 둔 가방을 보자. 질 좋은 가죽으로 만든 명품 핸드백을 떠올리게 한다. 그가 쓰고 있는 화려한 화관을 봐도, 가방에는 현실보다는 자신의 꿈과 이상이 담겨있을 듯하다. 화관 한편에 꽂힌 빨간 술은 하늘을 향해 한껏 솟아있다. 세상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을 높은 자존감과 자부심을 뿜어낸다.


주인공의 심리를 보여주는 결정체는 왼손에 들린 하얀 꽃이다. 그가 만끽하고 있는 현재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언젠가 만나게 될 미래에 대한 기대와 선물이기도 하다. 이상형의 여인처럼 잔뜩 상상의 나래를 펴 그려둔 주인공의 이상을 상징한다. 하얀 꽃처럼 고결하고 숭고한 이상을.


3. 태양: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다. 태양은 설산과 대조적으로 이글이글 타오른다. 한 겨울에도 볕이 잘 드는 양지는 추위를 잠시 잊을 만큼 아스라한 따스함을 준다. 과거의 시름과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도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잠시 잊는다. 지금 이 순간에 머물러 있는 주인공은 행복하다.


4. 절벽: 그러나 그는 지금 절벽 위에서 서있다. 그의 꿈과 이상은 강렬하게 빛나는 태양을 향해있지만, 한 발짝 앞은 위태로운 천 길 낭떠러지이다. 남자는 태양과 별을 쫒아 배고픔, 피곤을 잊은 채 홀린 듯 여행에 빠져있다. "이봐, 정신 차리라고! 앞을 보란 말이야!"라고 소리쳐주고 싶다. 어쩌면 그는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 몽상가로 비친다. 경쾌한 발걸음과 즐거운 표정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에서 천진난만함도 비친다.


5. 하얀 개: 남자의 옆에는 개 한 마리가 따르고 있다. 위험스러운 낭떠러지를 경고하려는 듯 안절부절이다. 그러나 남자의 귀에는 개의 짖음이 들리지 않는다. 개는 남자를 걱정하는 가까운 지인들을 상징한다. 순수한 마음으로 현실의 위험을 경고해주려고 몸이 달아있다. 필요하다면 다리를 물어서라도 현상황에 대해 인식시키고 경고해주려고 한다.




# 그림에 대한 전체적인 해석


현실의 삶 속에서 그는 바보로 보인다. 철없는 이상주의자처럼 보이는 그의 내면은 주위의 걱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유유자적 앞으로 나아간다. 남들이 뭐라든 그는 자신만의 개성이 넘쳐나는 방식으로 헤쳐나가는 아티스트이다. 창의적이며 순정한 이상주의자에 가깝다. 그의 꿈이 순리대로 풀리려면 냉소적 비판자보다는 그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지지해주는 선의의 조력자를 만나야 한다. 시절의 운도 함께 돕는다면 더 말할 나 위 없이 좋을 듯하다.




# 위에 기술한 카드에 대한 해석은 카발라나 타로에 대한 지식이 일도 없는 필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임을 밝혀둡니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자신의 타로패를 섣부르게 단정 짓는 근거로 삼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정통 교과서적인 해석에서 벗어났다 하여 딴지 걸지 말기를 권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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