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문명은 결핍, 갈등, 충돌, 전환의 기승전결의 과정을 통해 발전해왔다. 전쟁은 결핍 해결의 극단적인 방편이 돼왔고 결과에 따라 새로운 질서와 프레임이 재편되었다. 혹자는 경제와 전쟁이 별개라는 생각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현실은 이와 반대다. 무역과 전쟁은 긴밀한 상관성을 갖고 전개되어왔으며, 그 배후에 당사국의 경제적 손익계산이 깊이 깔려있다. 전쟁과 관련해 손익계산이 빠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무역전쟁은 나라별 산업 발달의 차이로부터 기인한다. 특정 산업 발달이 먼저 이루어진 국가에서는 자유무역을, 그렇지 못한 나라는 그 산업의 붕괴를 막기 위해 보호무역을 하기 때문이다. 그 외 다른 요인을 꼽자면 국가 간의 적대적 관계에 따라서 그리고 세계정세의 흐름에 따른 패권 교체기에 어김없이 무역전쟁은 벌어졌다. 70년대 일본 경제가 급속하기 발달하면서 미일 무역전쟁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으며 지금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끝으로 하나 더 추가한다면 이익집단의 입김을 꼽을 수 있다.
무역전쟁의 초기에는 주로 물가 담합이나 전략자원의 유출을 통제하는 상대국의 시장을 교란시키는 비교적 단순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점차 시장과 필수 물자의 공급원을 봉쇄해 급기야 무력전쟁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때때로 무역전쟁은 무력전쟁보다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식량의 무기화를 통한 체제 붕괴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역사상 수많은 무역전쟁이 있었다. 이를 통해 역사의 방향과 인류의 운명을 커다란 변곡을 겪었다. 그게 나눠보면 먼저, 명나라의 호시무역을 들 수 있겠다. 둘째로는 대항해시대를 연 '향료 무역'이다. 셋째로는 제2차 세계대전을 촉발한 '관세전쟁'이다. 책에서는 이 세 가지 큰 흐름을 중심으로 펼쳐진 15장면의 주요 무역전쟁에 대해 배경과 전개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1부 왕조의 흥망을 좌우한 무역전쟁: 춘추전국시대부터 대항해시대까지
- 춘추시대를 제패한 제나라의 비밀
- 중원의 주인을 결정한 돈의 힘
- 동양과 서양을 이은 향료 무역
- '바다의 마부' 네덜란드의 흥망성쇠
2부 전 세계 패권을 뒤흔든 무역전쟁: 대륙 봉쇄부터 대공황까지
- 대륙을 봉쇄한 작은 거인 나폴레옹
- 미국을 남북으로 나눈 아나콘다
- 아편 앞에 무너진 은의 제국
- 대공황에 정점을 찍은 관세전쟁
- 은본위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중국
3부 바로 오늘의 무역전쟁: 제2차 세계대전부터 미.중 무역전쟁까지
- 또 하나의 세계대전
- 중국을 괴롭힌 일본의 비밀전선
- 한국전쟁을 삼킨 무역전쟁
- 식량과 석유라는 냉전의 새로운 축
- 일본의 굴기와 미국의 반격
- 바나나와 철강을 놓고 다툴 미국과 EU
무역마찰의 결과는 크게 두 가지로 귀결된다. 무역마찰은 모든 국가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며, 특히 관세전쟁으로 이득을 얻는 국가는 없다. 또 하나는 수입수요의 가격탄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가 비슷한 경제규모를 갖춘 국가와 관세전쟁을 치르면 서로 이익을 침해해 대체로 모두 손해를 본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긴 하다. 지난 30여 년간 자유무역은 우리에게 번영과 발전을 가져다주었고 풍요로움을 선물했다. 비록 그 확산 과정은 순조롭지 않아도, 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계화는 돌이킬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인류는 여태껏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 적이 없다는 게 인류가 역사에서 얻은 교훈"이라고 헤겔은 갈파했다. 교역 발달의 이면에는 배워야 할 교훈들이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이야기들을 통해 무역을 통한 세계 교역과 경제발전의 역사를 탐구해보는 단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