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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랑 Jan 04. 2021

[MBA일기#09] 여름 인턴십은 인생을 바꿨다

벤처캐피털(VC)에서 인턴으로 일하기 / VC와 기자의 공통점

서울대 MBA는 여름방학이 있다, 아니 정확히는 여름방학'만' 있다.


2021년 입학생부터는 여름방학이 매우 짧은 1년짜리 프로그램으로 바뀐다고 하지만, 2020년 입학생까지는 여름방학이 존재한다. 6월 중순부터 9월초까지. 넉넉한 기간이다.


이 여름방학이 있는 이유는 여름방학 동안 커리어전환 등을 목표로 MBA에 진학한 학생들에게 인턴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언론인으로서의 삶이 아닌 다른 도전을 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여름방학은 매우 중요한 기간이었다.


그런 나에게 홀연히 한 전화가 걸려왔다.


여름에 인턴십을 하러 오지 않겠냐는 제안. 그리고 괜찮으면 졸업 후 같이 일하자는 제안도.


국내에서 운용중인 펀드 규모(AUM)가 꽤 큰 벤처캐피털로 이름을 자주 들어본 적 있는 곳이었다.


대학원 행정실을 통해 이력서를 받아보고 내 이력서에 큰 흥미를 느낀 해당 VC의 임원이 나에게 연락을 한 것이었다.


흥미로운 제안이었다.

VC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로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중하게 제안해주셔서 큰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승낙했다.


이 승낙이 내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방아쇠' 같은 역할을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여름에 일해봐야지 하고 시작했던 이 인턴십으로, 졸업을 앞두고 있는 현재의 나는 진로를 벤처캐피털(VC) 쪽으로 정했기 때문.


아마 다음주부터 작은 VC에서 새롭게 커리어를 시작할 것 같다.




VC에서 인턴으록 근무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최근 투자업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업계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벤처투자일 것이다.


아직은 규모가 작지만 성장 잠재력이 있는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집행하고, 이들의 성장과 함께 수익을 돌려받는 모험자본.


더 이상 대기업 중심 산업에서는 새로운 성장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벤처투자는 말 그대로 새로운 도전하는 이를 도와주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이다.



인턴으로서 내가 했던 일은 조금 특별했다.

다른 인턴들은 사수역할을 하는 투자심사역과 같이 다니며 IR을 듣거나, 회의자료를 정리하는 등의 일을 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지는 않았다.


이 회사에서 새롭게 투자하려고 준비중인 분야가 있는데, 그 분야에 대한 시장조사와 펀드들의 성과, 현재 투자를 하고 있는 회사들 인터뷰, 모태펀드 출자 준비 등이었다.


업계에서 실제 투자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건 흥미로운 일이었다. 그들이 어떤 고민을 안고 있고, 어떤 방향성으로 나아갈 것인가 실제로 하는 고민을 옆에서 엿볼 수 있었다.


벤처투자자로서 가장 중요한 '수익성'에 대한 고민, 투자를 집행하기 까지의 경쟁, 투자를 집행한 이후 피투자회사의 성장에 대한 고민, 그리고 본인의 투자 방향성에 대한 '도덕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 등 다양하게 하는것 같았다.




가장 먼저 VC에서 인턴하면서 놀랐던 것은, 그들의 업무 라이프가 무섭도록 기자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기자를 5년 8개월하면서 내 삶은 항상 일정하지 않았다. 9 to 6 오피스 라이프를 지내보는게 약간의 로망?이었던 나에게 VC의 삶은 기자와 너무 비슷했다.


사무실에 있는 시간은 적었다. 주1회 회의를 하는 날 이외에는 자리에 없기 일쑤였다. 매일 여러 스타트업이나 투자 관련 사람들과 만나고 정보 교류, 공부, 세미나, 회의, 미팅에 다녀왔다.


기자들도 사실 매일 어디서 마감을 하든 상관이 없기 때문에, 주1회 회의하는 날이 아니고선 회사에 들어올일이 거의 없었다. 밖에서 취재원을 만나고, 밖에서 기사를 집필하고. 그것이 일상이었기 때문.



다음으로 놀라운 건, VC는 전문가 같으면서도 제너럴리스트라는 점이다.


기자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알고 있는 직업이다. 한 분야만 취재하는 전문기자도 있지만, 여러 부서를 2~3년마다 돌기 때문에 정치에 대해서도 알고, 산업에 대해서도 알고, 국제 이슈에 대해서도 알고, 정부 정책이나 예산에 대해서도 알고. 얕고 넓게 아는 사람들이었다.


VC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한 분야 (주로 공대나 바이오/약학 쪽) 석박사인 사람들도 많았지만, 대다수 이들은 제너럴리스트다. 왜냐면 한 분야만 투자하지 않고 다양한 산업 회사 비즈니스모델을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성은 있지만 필연적으로 제너럴리스트가 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 놀랐던 건, 무섭도록 고학력인 사람들만 모여있다는 점이다.


내가 속해있었던 언론계도 대체로 대형 언론사들은 고학력인 사람들이 많았다. 학력과 취재력이 비례하는 건 아니지만 평균적으로 고학력인 사람들이 학습능력이 빨랐으며, 확률적으로 대학 동문이나 주변인들이 고급 취재원으로 분포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 즉, 네트워크, 인맥이 중요한 직업이기 때문이었다.


네트워크가 그 어느 집단보다 중요한 VC도 비슷했다. 특히 선행 기술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고, 5년 아니 10년 멀게는 20~30년을 바라보고 투자를 집행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학습능력과 지식량을 요구한다. 동시에 그런 분야에 일하거나 아는 지인이 많아야 좋은 투자처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여기도 고학력인 사람들이 즐비했다.




인턴으로서 어떤 일을 했는가는 NDA까진 아니지만 약간의 비밀조항이기 때문에 줄줄이 다 적을 순 없다.


하지만 VC와 기자가 공통점이 많다는 점,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을 이해하고 투자를 집행하고 도와준다는 점 등에서 강한 흥미와 끌림을 느끼고 나는 VC라는 새로운 필드에 몸을 담기로 결정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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