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바이러스와의 싸움으로 어느정도 평화를 유지해왔던 인간이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 앞에 속절없이 무너졌기 때문.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부는 자신이 예상했다고 하지만 그건 모르는거고) COVID-19의 발발은 전세계인들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180도 바꾸어놓았다.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전 직장을 그만두고 MBA에 진학했던 나에게도 정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모든 수업이 비대면화(Online화)되었다.
코로나19가 한국에 확산되기 시작한 때는 2020년 2월 중순. 설 연휴 때 처음 한국에도 확진자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2월 중순경 대구 신천지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해졌다. 갑자기 하루에 수백명씩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의 모든 수업은 비대면화되었다. 그 때는 바로 2학기 3모듈 3주차가 되려던 시기였다. 그 때부터 모든 수업은 ZOOM으로 전환되었다.
처음 zoom으로 진행하는 수업이다 보니, 교수님들도 학생들도 그리고 학교측도 모두 이런 방식에 익숙하지 않아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4학기 1모듈까지 ZOOM으로 수업을 듣고나니, 몇가지 느낀게 있다. ZOOM으로 수업이 진행되면서 발생하는 장점과 단점이 모두 있었다.
우선 장점부터.
장점 1) 이동시간이 축소되면서 시간을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이건 비대면 수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굳이 내 공간을 벗어나지 않고 학교에 가지 않더라도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각자 집에 있자는 거지만, 그 덕분에 등하교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 좋았다. 9시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아침에 6시반에 일어나 부산히 준비하고 8시에는 집을 나서야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장점 2) 편한 옷차림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주로) 어깨까지만 화면에 나오기 때문에 편한 옷차림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좋았다. 화면이 작기 때문에 화장을 곱게 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편했다. 물론 화장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거. 특히 여성들이라면 엄청 공감할 거다. 사람마다 시간은 다르지만, 매일 샤워하고 머리 말리고 화장하는데 최소 30분은 걸리기 때문. 옷도 어떤 걸 입을지 고민할 필요도 없어진다.
하지만, 단점도 정말 간과할 수 없었다. 사실 나에겐 단점이 더 크리티컬 했다.
단점 1) 수업에 집중이 잘 안된다.
ADHD에 걸린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노트북 모니터를 하루종일 쳐다보다 보니 수업에 집중이 잘 안된다.
수업을 듣다가도... 옆집에서 나는 청소하는 청소기 소리, 공사소리, 부모님의 TV시청하는 소리 등등이 발생하면 갑자기 집중력의 끈이 풀린다. 이상하게 교실에 있을 때보다 집에서 온갖 잡음에 더욱 민감해진다.
동시에 노트북 모니터 화면에 zoom 말고도 나를 유혹하는 기능들이 너무 많다. 카카오톡 대화, 온라인 뉴스, 구글링 등 다른짓을 하기에 너무 좋은 환경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집중이 흐트러지면 곧바로 딴짓을 하기 좋다.
단점 2) 시력이 나빠진다.
정말이지, 안그래도 나쁜 시력이 더 나빠진 것 같다. 특히 난시가 더 심해진 것 같다. 10분마다 쉬는시간을 안 주는 교수님이라면 1시간 넘어갈 때마다 눈이 바짝바짝 건조해진다. 그나마 쉬는시간에 딴짓한다고 스마트폰까지 보면 하루종일 화면에 얽매이는 셈이 된다. 진짜로 올해 초에 맞춘 안경인데, 벌써 난시가 좀 더 높아져 잘 안보이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단점 3) 교수님이나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과 유대감 형성이 어렵다.
아무리 많이들 온라인, 비대면으로 이야기하는 것에 어색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역시 유대감을 형성하는데는 직접 만나는 것 만큼 중요한게 없다.
직접 얼굴을 보고 대화하고 그랬다면 교수님도 학생들을 더 빨리 기억하고, 학생들도 교수님에게 더 친근감을 느꼈을텐데, 그렇지 못했다. 아직도 인간에게는 직접 만났을 때 느껴지는 그런 '온기' 같은게 필요한가보다.
단점 4) 토론수업의 진행이 원활하지 않다.
의외로 온라인이면 진행이 잘 될 것 같은데, 이게 그렇지 않다. 교실에 있으면 교수님이 얼굴을 보면서 질문도 하고 답변도 하는데, 온라인이면 안그래도 대답 안하는 사람들이 더 대답을 안한다. 그리고 채팅으로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교수님들이 이야기하다가 채팅창을 놓쳐서 답변을 안하시기도 한다. 또, 상대방의 표정을 일일이 살 피기가 어렵기 때문에 반응을 보기도 어렵고.
3학기 1모듈인가 2모듈 때 토론수업이 많이 필요한 과목을 하나 수강했는데, 정말 진행이 어려웠다. 말을 안하는 사람은 마이크 꺼놓고 정말 한 마디도 안 한다. 일부 사람들은 귀찮으니까 "우리 토론한 척 하고 각자 생각 그냥 말하고 끝내시죠" 라고 말하기도. 이게 과연 바람직한 방식일까...
여기에 온라인 접속환경이 원활하지 않으면 정말이지.. 최악이다!!!! 서버나 통신환경 점검하는데 한나절이 다 가기도 한다.
3,4학기 예정된 교환학생이 모두 취소되었다.
나에게 특별하게 한정된 이야기이지만, 이건 정말 너무 슬픈일이었다.
3학기에 프랑스 ESSEC Business School로 교환학생을 가려고 생각했던 나에게 청천벽력같은 이야기였다.
그래서 4학기 쯤(8~9월 시작)이면 다시 코로나19가 얌전해지겠지 하는 생각에 4학기도 신청했다. 싱가포르 국립 대학으로 교환학생 어드미션을 받았는데, 이 또한 취소했다. 아니, 이건 학교측이 취소했다.
대학원 생활에서 꿈꿨던 Dream Life 중 하나였는데, 누릴 기회를 박탈당했다.
한 때는 이 바이러스의 근원지인 중국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바뀔 게 없었다. 대부분 전세계 사람들이 코로나19의 (잠재적)피해자 이기 때문에 더는 불만을 토로할수도 없었다. 그 무엇보다 30년간 쉬지 않고 일하면서 이제 겨우 1년 휴식기를 가지려 했던 우리 아빠가 있었기 때문에...
단체모임에 가는 것이 꺼려지면서 네트워킹이 어려워진다.
이것 또한 MBA로서 매우 크리티컬한 문제였다. 사실 MBA는 미래 예비 경영인으로서 경영과 관련된 재무적 지식, 전략적 의사결정 방법, 마케팅 사례 등을 배우는 것도 있지만,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넓히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대학원을 가느냐도 중요하다. 미국 등 해외 명문 MBA들이 비싼 학비를 받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한 곳에 모이는 곳이 금지되고, 심지어 무증상 코로나 감염자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감염경로를 깜깜이 확진자 비중도 높아지고 있어 사람을 만나는게 조심스러워진다. 특히 한국인들은 대면으로 만나서 밥도 먹고 술도 한 잔 해야 더 친해지는 특성상, 이런 교류활동을 할 수 없는게 너무 아쉬웠다.
요리실력이 늘어나고, 섭취하는 영양소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이건 MBA 생활과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내 삶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변화중 하나다.
건강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었고, 집에서 요리를 하다보니 무엇을 먹는가가 얼마나 내몸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중요한지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섭취하는 영양성분에 내 몸에서 어떤 작용을 일으키는지, 내가 그동안 영양학적으로 얼마나 언밸런스한 식사를 해왔는지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와 함께 헬스케어나 바이오, 푸드 산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더 관심이 증폭됐다. 앞으로 시대도 분명 이쪽으로 관심이 더 커질 것이라는 게 많은 이들의 전망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