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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랑 Sep 02. 2020

[MBA일기#07] 그곳에 날 위한 람보르기니는 없었다

이태리 람보르기니 본사 방문기. GRP in Milan, Italy


이탈리아로 GRP 연수를 갔을 때 가장 신났던 순간을 꼽으라면... 람보르기니 본사 겸 공장을 방문했을 때라고 말할 수 있다.


람보르기니 헤드쿼터는 밀라노 남쪽이자 이탈리아 맛의 수도인 모데나와 볼로냐 인근에 위치해있다. 밀라노에서 약 200km 남쪽으로 떨어진 곳으로, 차로 약 2시간~2시간 반 정도 걸린다.


람보르기니.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출처=auto tribune)

그 이름만 들어도 사람들은 벌써 부릉부릉 고막을 가로지르는 V12 엔진 소리와 함께 남성적이면서도 날렵한 외형을 가진 샛노란 스포츠카를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 그 람보르기니다.



운전 경력이라고 하면 무사고 장롱면허 10년차인 나는 차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현대인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이동수단이지만, 안전하기만 하면 됐지, 굳이 비싸고 멋있는 차를 탈 필요가 있는가? 에 대해 항상 고민하던 사람이다. (라고 말하지만 그런 사람 치고는 차 타는 경험은 참 좋아한다. 또 차 이름도 꽤 많이 안다...)

그러던 내가 람보르기니 본사와 공장을 방문하고 생각이 바뀌었다. 우선은 람보르기니 본사와 공장 탐방기를 먼저 소개해보겠다,


람보르기니 본사에 방문객을 위해 마련한 박물관. 이곳에서는 역대 람보르기니에서 생산한 모델부터 현재 생산 모델, 그리고 미래 콘셉트카까지 한 번에 볼 수 있다.





람보르기니 본사 옆에 있는 공장은 람보르기니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운영되온 공장이다. 안타깝게도 공장 내부 견학은 가능하지만, 사진촬영은 금지다. 그래서 내 수중에 가진 사진이 없어서... 관련 사진이나 구글링한 사진으로 대체하려고 한다.


직접 가서 봤던 공장의 느낌은 대략 이런 느낌이었다. 출처=모터그래프

우리가 방문한 곳에서는 우라칸(Huracan)과 아벤타도르(Aventador)를 생산중이었다. V10, V12 엔진을 사용하는 모델들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SUV인 우루스(Urus)는 V8실린더로, 엔진이 달라 다른 곳에서 생산중이라고 한다.




모든 람보르기니는 주인이 있다

람보르기니 공장은 재고에 대한 걱정이 없다. 왜냐하면 이곳에서 생산되는 모든 차량은 주인이 있다. 주문을 받으면 그 때 생산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엔진 등 핵심 부품들도 주문 수에 맞춰서 제조한다.


아벤타도르는 하루에 4대를 생산한다고 한다. 아벤타도르는 총 12개의 스테이션을 거쳐 완성되는데, 한 스테이션마다 100분 시간이 걸린다고. 그렇기 때문에 주문해서 받을때까지 총 9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람보르기니 차량 박물관에서 찍은 우라칸과 나 >_<


우라칸은 하루에 13대를 생산한다. 한 번 스테이션마다 35분이 걸리고, 스테이션은 총 15개가 있다. 우라칸은 주문하고 받는데까지 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철저한 커스터마이제이션을 통한 '나만의 슈퍼카'

흥미로웠던 점은 수제로 제작되는 차량인 만큼 모든 람보르기니는 철저하게 커스터마이제이션이 가능하다. 차량 외부 컬러를 고를 수 있는 것은 물론, 내부 인테리어도 완전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다.


람보르기니는 차량에 필요한 가죽과 실내 디자인을  한땀한땀 제작한다. 출처=고카넷


한 러시아 여성 고객은 자신의 네일아트 컬러와 실내 인테리어 가죽 컬러를 깔맞춤 했다고 한다.


또, 자신이 기르는 강아지를 시트의 무늬로 새겨 넣는 고객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디자이너가 강아지의 캐리커쳐를 그려서 만들었다고 한다.





"가장 람보르기니를 많이 구매하는 나라는 미국"


이쯤되니 람보르기니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나라는 어디인지 궁금했다. 이탈리아 인구만으로는 이 비싼 고급 차량의 매출을 다 채우지 못할게 뻔했다.


너무 당연하듯이 공장 내부를 구경시켜주던 담당자는 '미국'이라고 꼽았다.



그렇다, 미국은 부자도 많고 땅도 넓어 슈퍼카를 운전하기 좋은 나라임에 틀림없다. 납득이 가는 순위였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가 의외였다. 한국에서 최근 우루스가 많이 팔려서 꽤 순위가 높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낮았다.


2위는 영국이었고 3위가 일본이었다! (의외다!)

4위가 독일, 5위가 캐나다였고, 꽤 높을거로 예상됐던 중국은 의외로 6위였다.

그리고 그 다음이 이탈리아였다. 한국15위 정도 된다고 한다.




"이태리 장인이 한땀 한땀"은 허투루 나온 말이 아니었다.

예전에 인기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보면 남자 주인공이었던 현빈이 자신이 즐겨 입던 반짝반짝한 트레이닝복을 가지고 '이태리서 장인이 한땀~ 한땀~'이라고 강조한다. 당시에는 웃으면서 넘겼는데, 아니, 이곳 람보르기니 공장에서 정말 장인들이 한땀 한땀 자동차를 만들고 있었다.




공장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내 눈길을 사로잡은건 우라칸과 아벤타도르를 만드는 각 스테이션 천정에 아주 큰 사이즈로 걸려있던 단체 사진 현수막이었다. 비록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증거는 없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곳에는 각 람보르기니 모델을 만드는 사람들의 단체사진이었다. 엔지니어며 도색하는 사람이며 여러 사람들이 모여있었는데, 그들의 표정 하나하나 모두 자신감에 넘쳤다. 마치 본인들이 만드는 차량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나오는듯 했다.


각 스테이션마다 서너명의 엔지니어들이 꼼꼼하게 차를 테스트하고 만들고 조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컬러 페인팅도 한 사람이 한 차량을 맡아 색칠한다고 한다. 한 대 완성하는데 총 10일이 걸린다. 사실 기계화하면 더 빠르게 끝날 일이지만, 사람이 직접 손으로 한다는데서 장인정신과 그 완성도가 더 올라간다고 한다.


차량 내부에 들어가는 가죽도 사람이 가죽에 흠이나 오점이 없는지 일일이 체크한다고 한다.

람보르기니의 차값이 비싼 것도 이런 숙련된 전문 인력의 인건비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면서, 그정도는 감당할 수 있는 부를 가진 사람들이 이 차를 주문하는구나 싶었다.





슈퍼카가 아니라 '경험'을 사는 사람들
람보르기니 본사에 방문객들을 위한 '박물관'


람보르기니 본사 박물관과 공장을 돌아보며 느낀 점은 수퍼카는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경험'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이 말은 차를 돈이 없어서 경험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람보르기니를 구매한다는 경험,

철저하게 나만을 위한 맞춤형 슈퍼카를 구매한다는 경험,

그렇게 구매한 차를 탔을 때 차가 주는 속도감과 탑승감의 경험,

그리고 그 차를 타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

이 모든 것을 구매하는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말그대로 '이태리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손으로 정성스레 만들어낸 이 슈퍼카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양이 얼굴을 새겨넣는다던지, 원하는 색깔을 입힌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단순히 소유를 넘어서 이 자동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유니크한 경험, 탑승감 등에서 더 한 즐거움을 얻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람보르기니 공장을 다녀오고 나서,

이 차,

한 번 쯤은 내 차로 타고 싶어졌다.


단순히 비싼 가격의 차라서

외관이 멋있는 차라서가 아니다.


이런 경험을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이 언젠간 되고 싶다.


하지만,

이 공장에는 나를 위한 람보르기니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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