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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랑 Aug 17. 2020

[MBA일기#06] 이태리를 파스타나라로만 생각하지마

GRP in BOCCONI, Milano Italy

GRP는 서울대 MBA 주간 코스에서 1학기를 마치고 다녀온 프로그램이다. 원래는 중국 또는 일본에 가지만, 우리 기수는 운이 좋게 이탈리아에 갔다. 밀라노의 Bocconi에서 수업 및 체험을 할 수 있게 됐다.


어떻게 가게 됐는지 궁금하면 아래 글 참조.

( https://brunch.co.kr/@iamyehrang/26 )


3일간 수업과 기업탐방, 문화체험과 조별과제 등으로 프로그램은 이뤄졌다. 주로 보코니에서 들었던 수업 중에서 인상깊었던 걸 적어볼까 한다.




# The Italian Business Context and Entreprenuership in Italy


이탈리아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흔히들 사람들은 이태리 하면 피자파스타부터 떠올릴 것이다.


맞다.


이탈리아는 축복받은 기후와 토양 덕분에 올리브 토마토 포도 등 유럽에서 몇 안되는 식량 자급자족이 가능한 국가이자, 3면이 바다로 둘러쌓여 다양한 해산물을 접할 수 있다. 유럽의 식문화의 근간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구찌 프라다 페라가모 같은 명품 패션 브랜드.


그리고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고급 자동차 브랜드들도 많다.



주로 B2C 제품이 많아보이지만, 사실 이탈리아는 B2B 산업도 꽤나 규모가 큰 편이라고 한다.


특히 패션과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이탈리아 북부지역의 산업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화장품 ODM 업체인 인터코스를 중심으로 화장품 B2B 산업 규모가 엄청나다.


가죽제품을 중심으로 한  가구와 부엌에 필요한 오븐 등 키친 구성 등도 유명하다.


그리고 오늘날 스타벅스를 있게 한 이탈리아의 커피 문화. 주로 B2B로 제공하는 illy, 라바짜 같은 커피 브랜드 모두 이탈리아 회사들이다.


또, 화학이나 제약 분야에서 R&D 투자 비중이 이탈리아 산업 내에서 두번째로 높다고 한다. 물론 가장 높은 곳은 자동차기업들이라고.



흥미로웠던 건 이탈리아는 남북을 중심으로 문화와 경제수준이 크게 차이난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의 북부와 남부의 경제력이 차이는 엄청난데, 그날 강의를 했던 교수님은 이태리 북부는 거의 북유럽 수준의 경제수준이고, 이태리 남부는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수준의 경제력이라고 비교했었다.


북부 지역이 남부보다 27% 더 잘산다고 한다. 남부 중에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곳이 시칠리아 인데, 평균 대비 -37%라고 한다.  


북부는 공업도시, 남부는 행정도시라서 북부의 대학들은 주로 공학이나 경영, 통계 학문이 강세를 보이고, 남부 대학에서는 법이나 행정이 강세를 보인다고.



이렇듯 남부 경제가 안좋기 때문에 이탈리아에서 성공한 브랜드나 회사들은 이탈리아 내부의 성공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글로벌하게 성공하도록 전략을 짰다고 볼 수 있다.


또 재밌었던 건 그날 강의하셨던 분이 여자 교수님이었는데, 어깨 한쪽이 노출되는 원피를 입고 계셨다는거. 한국 교수님들이라면 상상도 하기 어려운 패션이다.


사실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어떤 옷을 입는지 자유다. 우리가 그동안 직업에 따라 이런 옷을 입어야해, 입으면 안돼, 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다는 걸 일깨워줬다.


최근 논란이 되는 모 국회의원의 의상에 대한 논란도 사실 이탈리아에서 보면 아무 문제가 없는 수준인데 말이다.


문화의 차이라고 하지만, 우리도 이제 그런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는것 같다.




# Italian Observatory on Family Business


이탈리아 기업의 특징 중 하나는 Family Business가 많다는 점이다.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하면 오너가 강한 오너십을 갖고, 오너는 단순히 제너럴 매니저일뿐만 아니라 경영선택을 할 때 가족 구성원이 다 매니저이고 사장, 부사장이라는 점이다.


이 얘기를 듣고나니 한국에서는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도 패밀리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대기업 재벌 문화는 후진적이라는 게 내 개인적 생각... 하지만, 이탈리아의 패밀리 비즈니스는 좀 다르다.


이탈리아의 패밀리 비즈니스들의 특징은 회사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 그리고 비상장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첫 창업자의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자손들이 물려받아 잘 이어가는 편이다. 특히 예술성과 창의성이 필요한 패션이나 명품 브랜드에서 그런 경우가 많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Family Business 기업으로 꼽히는 Salvatore Ferragamo 의 가족사진

 

또, 재밌는 점은 이탈리아는 상속세가 1% 수준으로 유럽에서 가장 낮은 편이다.


4인 가족일 경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두 명의 자녀는 아버지의 재산을 25%씩 물려받을 권리가 있다. 아들이라고 더 주고 딸이라고 덜 주고 이런 건 없다는 뜻이다.




# Core Trend in Luxury Marketing


확실히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이탈리아라서 럭셔리 마케팅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럭셔리 브랜드는 디자이너브랜드가 가장 중요했다.

높은 가격이 그 상징적인 가치였고, well-defined elites를 위한 제품이었다.


디자이너는 자기 제품을 사랑하고, 나의 제품을 소비자가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디자이너 중심적인 브랜드, 제품 중심적인 생각을 가지고 제품을 디자인하고 판매했다.



그런데 최근 럭셔리 시장의 트렌드는 바뀌었다는 것.


- 밀레니얼의 등장

- 아시아 시장의 성장

- 글로컬한 접근

- 믹스앤 매치


등을 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컬한 접근부터 말하자면 플래그십 스토어 등 그 스토어 자체가 목적지(destination)이 될 수 있는 매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사람들을 자신들의 브랜드 월드로 끌어들이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브랜드에 더 친밀감과 호감을 갖게 만드는 경험고 공간을 제공하는 거다.


믹스 앤 매치는 럭셔리 브랜드 소비가 디자이너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옮겨갔다는 증거 중 하나인데, 사람들의 구매패턴이 피라미드 형태에서 모래시계 형태로 바뀌고 있다증거다. 자신들만의 퍼스널 스타일을 정립하는 게 스마트한 소비라고 생각하고, 여러 브랜드를 골라 사는 스타일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구찌의 펌프스 슈즈를 사는 소비자가 자라의 파자마 점프 수트를 사서 입고 외출을 하는 등을 꼽을 수 있겠다.



그래서 아예 브랜드들끼리 믹스 앤 매치 협업을 하기도 하는데, SupremeLouis Vuitton, ValentinoBirkenstock 의 collaboration을 꼽을 수 있겠다.



또한, 최근 등장한 New Luxury 는 기존과는 다른 트렌드가 있다


- 럭셔리 브랜드 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한 브랜드를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원하는데

- Subtle siganling 을 통해 알아주기를 원한다.

예를 들면 보테가 베네타의 꼬임무늬가 로고 없이도 보테가 제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알렉산더왕은 징을 박아서 그 가방이 자신의 브랜드가방이라는 걸 보여준다,


=> 사람들이 알아봐주기를 원하지만 show-off 가 아닌 아는 사람만 알아봐주기를 원한다는 거다.

즉, 내가 뭘 입느냐가 아니라 '네가 무엇을 아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너무 낮은 레벨의 브랜드는 너무 낮은 레벨이라 밝히고 싶어하지 않고,

미드레벨 브랜드는 드러내고 싶어하며,

최고급 브랜드는 그걸 숨기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근 주목받는 Contemporary Brands로

Mansur Gavriel

Off-white

Jacquemus

Vetements

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탈리아라는 나라에 여행온 사람은 많겠지만, 이렇게 경제 산업 문화적 측면에서 학문적으로 배우고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식문화면 식문화, 패션이면 패션, 자동차면 자동차 등 각각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은 많겠지만, 이걸 한 번에 모아서 이해하고 배운다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여러 이야기를 들으며 내 머릿속을 관통한 생각이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자신들의 문화와 전통, 옛것에 대한 자부심과 존중을 갖고 있다는 것. 그것을 이어나가면서 잘 가꾸고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음식이든 패션이든 자동차든. 외국 자본이 들어와 그들을 인수하더라도 이탈리아 장인이라는 자부심은 잃지 않는다.


우리도 우리 선조들이 만들어낸 좋은 문화와 유산들을 잘 이어나가고, 또 새로 만들어낸 우리만의 문화와 산업을 잘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다보니 정말 이야기가 길어졌다. 이틀동안 많은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전부다 메모하기도 어렵다. 람보르기니 공장갔던 이야기는 다음번으로 미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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