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생활이 언제나 힘들지만은 않다. 즐거운 시기도 많았다. 대학원, 특히 경영전문대학원은 학부생 때보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 기회도 더 많이 주어지고, 사회생활을 어느정도 한 뒤에 진학하기 때문에 본인이 스스로 그런 기회를 만들수도 있다.
1. GRP Program in Bocconi Business School, Milan
서울대 MBA는 해외 유수 비즈니스 스쿨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다양하게 주어지는데, 그 중 하나가 1학기를 마치고 다녀오는 GRP 프로그램이다. Global Residency Program의 약자로, 단기해외연수다. 11월 중순~말경에 중국이나 일본으로 3박4일 연수를 다녀오는 프로그램이다. 보통 주간 MBA는 중국이나 일본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고, 2017년에는 일본 히토츠바시 대학, 2018년에는 중국 베이징 대학을 다녀왔었다고 한다.
2019년 입학한 우리는 일본을 갈 차례였는데, 2019년 7월부터 일본과의 관계가 급랭됐다.전국민적인 NO JAPAN 붐과 반일 정서가 더욱 심해지면서 일본을 가기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그렇게 해서 학교 측이 EMBA에서 가는 대학들 중에서 서울대와 관계가 좋은 곳이 우리를 받아줬는데, 그게 바로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Bocconi Business School이었다!
람보르기니 박물관. 우루스 주인인 척 하고 싶었다 (.. )
원래 중국 일본일 거라고 생각했던 연수 국가가 이탈리아로 바뀌다보니 거의 모든 동기들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프로그램은 이틀간의 보코니 대학에서 수업(이틀동안 강의가 6개 넘었음), 하루 문화시찰로 Dallara 라는 스포츠카회사와 Lamborghini의 본사와 공장을 방문했다. 그외 시간은 문화체험과 조별과제를 위한 시간으로 이뤄졌다. 자세한 내용은 따로 글을 써볼 생각이다.
2. NIBC 2020 Case Competition in Vancouver
NIBC Case Competition는 National Investment Banking Competition으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대학생/대학원생 등을 대상으로 한 Case Competition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거래에서 사용되는 실제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파이낸스 모델링과 피칭 기술 및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대회다. 2009년 시작된 이래 전세계에서 100개가 넘는 유수 대학의 16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가했고, 17개 투자은행과 14곳의 사모펀드(PE), 자산운용사, 회계법인 등이 스폰서십을 제공했다.
전세계적으로 나름 유명한 대회인데, 우리 전까진 서울대 MBA에서는 아무도 준비한 적이 없다고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영어로 준비를 해야했고, 단순히 파이낸스 모델링만 하는게 아니라 전략도 제시를 해야 했고 실제로 영어로 발표도 해야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봤다. 영어 x 금융 x 전략 모두 다 잘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대회가 있었는지 몰랐던지, 아니면 Final에 가지 못했던지 했었나보다.
게다가 First round(예선) - Final round(본선) - Finalist(최종) 요 3 단계를 거쳐 우승자를 뽑는데, Final Round에 올라가야 밴쿠버에 초대를 받을 수 있다.
올해 3월초에 캐나다 밴쿠버에서 참석한 NIBC 2020 Final Round.
나는 Finance 쪽에 관심있는 대학원 동기들 중 몇명과 의기투합해서 준비를 했었다. 기본 학업 이외에 추가적으로 해야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나처럼 재취업이나 이직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굳이 할 필요가 없었던을 것이다.
그래서 연초부터 우리는 평일 저녁, 주말, 심지어는 명절에까지 모여서 회의하고 분석하고 밸류에이션 작업을 진행했다. 시작하고 꼬박 한달 이상을 준비해 제출한 덕분에 Final Round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 얘기도 할 얘기가 많기 때문에 자세하게는 따로 기록해야지.
결국 우리는 Final에 진출해 밴쿠버에 초청을 받았고,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퍼지기 직전에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다. Finalist가 되지는 못했지만, Final Round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누릴 뻔 했으나 놓친 기회
1. 3학기 때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ESSEC Business School
서울대 MBA는 대학원인데 교환학생이라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예일대, 북경대, 히토츠바시대, 에섹 등 여러 대학에서 Dual Degree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나는 Dual Degree 까지는 관심이 없었고, 교환학생 제도를 적극 활용해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싶었다.
특히 서울대에서는 교환학생 기회를 성적순으로 준다. 3학기 가는 사람은 1학기 2모듈까지 성적을, 4학기 가려는 사람은 2학기 2모듈까지 성적을 가지고 교환학생 기회를 준다.
학부시절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갔기 때문에 이번에는 프랑스로 가고 싶었다. 게다가 프랑스에서도 그랑제꼴로 꼽히는 ESSEC Business School 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랑제꼴(Grandes Écoles)은 프랑스 소수정예 고등교육기관으로, 공학계열, 상경계열, 정치행정계열, 인문계열이 있는데, 상경계열 중에서 Top 3에 꼽히는 곳이 바로 ESSEC Business School이다.
4학기는 졸업 후 재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나는 3학기에 교환학생을 가겠다고 마음 먹고, 이를 위해서 열심히 공부해 성적을 받고 교환학생을 갈 기회를 얻었다!
미리 실라버스를 보면서 수강 신청도 하고, 어디서 살아야 학교도 다니고 교통편도 편할지 고려해 매일 틈만 나면 구글맵과 에어비앤비 등을 비교하며 살 집도 구하고, 현지에서 지내면서 어디로 여행갈지도 계획하고... 이런 나날을 보냈는데...
이런 거 맨날 검색하면서 읽어보고 준비했다지..(.. )
COVID19가 터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다. EU 국가들, 특히 프랑스도 EU 주민 이외에 입국 금지를 시행했고, 오히려 현지에 있던 사람들도 학업을 접고 한국으로 들어오게 됐다. 그리고 전세계가 코로나19로 지금까지 몸살을 앓는 중이다.
실제로 갔다면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테고,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아쉽지만... 이런 예상치 못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으니... 포기할 수밖에...ㅠㅠ
2. 해외 유수 비즈니스 스쿨 석학들의 강의
3학기에 교환학생을 가지 않는 학생들은 서울대에서 해외 유수 경영대학 교수들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서울대와 협정을 맺거나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대학들에서 교수들이 짧게 방문해 강의를 제공한다. 그런데 이건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불가능해졌다.
그 이유는 바로 정부의 강사법 때문. 강사법은 원래 대학 강사의 교원 지위를 인정하기 위해 추진됐는다,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는 실정. (대학들이 강사를 채용하지 않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 그 역효과가 우리에게도 미친거다.
대학은 강사를 1년 이상 임용해야 하고 3년 동안 재임용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 이 외국인 교수들도 짧게 강의를 하러 방문하는건데, 강사로 초빙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절차를 밟아야 하고, 그로 인한 비용이 엄청난 부담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학교 입장에서 가능하지도 않는데다 부담도 크기 때문에 결국 이분들을 초빙할 수가 없게 됐다고.
사실 그 강사 초빙 비용이 남아서 우리가 GRP를 이탈리아로 갈 수 있었던 것이긴 하지만, 너무 아쉬울 따름이다. 좋은 수업도 꽤 많았다고 들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