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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랑 Jun 26. 2020

[MBA일기#04] "이 경력으로는 원하는 일 못해요"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시기

MBA를 다니면서 항상 즐겁고 항상 힘든건 아니었다. 인생이 그렇듯, 언제나 UP and DOWN이 있으며, 그 시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2020년 6월, 3학기를 마친 나에게  지금까지 두 번의 큰 시련이 있었는데, 한 번은 공부 때문이었고 한 번은 커리어와 관련된 것이었다.



1. 나는 문송이다, 나는 숫자와 친하지 않다.


앞에 MBA 진학에 대한 편견에 대해 내가 소회를 밝혔듯이, 나는 경영학은 온갖 멋진 마케팅이며 리더십 이야기만 하는 줄 알았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재무 과목들과 마주했을 때 내 기분이란...



추천서를 써주셨던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께 죄송했다!!!(왜냐면 쌤이 수학쌤이셨는데 나는 그 때부터 수포자였으니까...^.^;;)


그리고, 소위 나는 7차교육과정 중에서도 '미적분을 배우지 않은 문과생'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문과생은 극한, 미분, 적분 등을 배우지 않고, 수1 까지만 수학을 배우고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던 세대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통계나 미/적분 개념과 마주했을 때 그 기분이란......


혼자서 미분이나 적분 개념, 통계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발버둥 쳐봤지만, 안그래도 싫어하던 수학이 더욱 싫어지기만 했다 ㅠㅠ

다시 학생 때처럼 인강을 듣자니, 그것도 어떤 인강을 들어야할지 애매하고... 시간도 너무 많이 걸리고...



그래서 여러 방안을 고안했는데, 그 중 찾은게 유튜브의 '수악중독'이라는 한 수학선생님의 수학강의. 여기서 <확률과 통계> 강의를 들으며 도움을 많이 받았다. 게다가 선생님 필기 짱자뤠... 목소리도 조와...



통계 관련 개념은 여기서 공부를 했는데, 미분과 적분은 도저히 모르겠더라.

사실 미/적분을 할 줄 알아야 하는 건 아니었지만, 미분에서 사용되는 개념들을 바탕으로 금융/재무 수업들이 진행됐기 때문에 개념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그 수업들의 내용을 그저 흘려들을수밖에 없었다.


이 때 정말 큰 도움을 준 건 공대 출신이었던 남자친구.

남자친구가 정말 큰 도움을 줬다. 그는 이과에 학부 시절 공대를 나와 4년 내내 계산만 하던 사람.

게다가 나의 성향과 성격을 잘 아니 내 눈높이 교육까지 가능했다는거!

거의 울기 직전까지 갔던 나에게 약 5시간 동안 속성 강의를 해준 덕분에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 정말 너무 고마울 따름이다 ㅠㅠ


그래서 정말 나를 괴롭혔던 '관리경제학' '생산서비스' 등을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었다.

이 때 어느정도 기초를 잡고 바닥쳤던 자신감을 회복한 덕에 이후로 나오는 금융/재무 수업들은 어렵긴 했어도 혼자서 노력해서 해결할 수 있었다.



2. "이 커리어로는 원하는 회사에서 일 못해요. 그냥 대학원 때려치세요."


또 다른 나를 힘들게 했던 시련.

1학기가 지나고 두번째 학기 중간쯤... 그러니까 2020년 1월쯤이었다. 학교에서 커리어 관련 레주메 컨설팅을 실시했다. 그래서 HR 컨설팅 업체에서 왔다는 분에게 레주메 컨설팅을 받았다.

나의 MBA 진학 목표는 기존에 일하던 직업이 아닌 새로운 분야로 이직하는 것이고, 취재나 홍보 이런 업무가 아닌 비즈니스와 연관된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다. 직접 비즈니스를 만들어 가거나 그 과정에 참여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랬더니 이 HR 컨설턴트 분은 내 레주메를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HR "일을 해보신 경험이 없으시네요?"


나 "(....................음?) 저 5년 8개월 동안 일했는데요?"

HR "아뇨, 기자 업무만 하시고 실제 비즈니스 분야를 경험해보신 적이 없으시잖아요."

나 "그렇다면 그럴수도 있겠네요."

HR "곧바로 이직하기는 어려울수도 있으니 인턴십을 많이 하셔야겠어요."

나 "네 그런데 지금 학기중이라..."

HR "그럼 가능한 시기가 언제에요?"

나 "여름 방학은 되어야 하죠."

HR "여름 인턴 하나 가지곤 부족해요. 학기중에도 가능하면 하세요."

나 "학기중에요? 학업이랑 병행을 어떻게 해요?"

HR "그렇게 해서는 원하는 분야로 못가세요."


그러고는 나보고 학업이랑 인턴을 병행하라며 아무데라도 좋으니 본인이 원하는 직무를 할 수 있는데를 찾아보라고 하더라. MBA의 장점이 뭐냐, 인맥 아니겟냐며 네트워크를 활용하라고 하더라.


그 말에 자극을 받아 나는 수업이 없는 시간대를 활용해 나의 기존 인맥, EMBA, SMBA, GMBA의 선배들을 찾아가 멘토링 겸 인턴 자리 구직을 하고 다녔다.


그 와중에 누군지는 말하지 않겠지만, 한 사람이 이렇게 나에게 말했다.

원래 기자였던 내 커리어를 포기하고 IT 회사에서 새롭게 비즈니스를 하는 파트에 가서 일하고 싶다고 하니,


"잔인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커리어로는 원하는 회사에서 일 못해요. 그냥 대학원 때려치세요. 이쪽 갈거면 당장 다른 일을 시작하던지 스타트업 같은데서 일을 하던지 하세요. 대학원 다니는 이유가 없어요. 그리고 IT 분야 취재 했다고 하지만 솔직히 기자가 알면 얼마나 알겠어요. 그냥 수박 겉핥기로 보기 좋은 내용만 알겠죠. 나도 아는 사람 중에 기자 있는데, 별거 없던데요 뭐. 실제 일하는 사람들이랑은 엄청 차이날걸요."


그 때 내가 들었던 말과 똑같은 워딩은 아니지만 대략 이런 맥락이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머리가 띵했다.

정말 듣고나서 멍해지면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나름 충고라고 해주던 말이니... 꾹 참고 좋은 말씀 고맙다고 하고 자리를 떴다.


원하는 커리어로 전환이 어려울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은 당연히 했고, 그럴 경우에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하게 도전해보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단순히 커리어 전환이 어려울 것 뿐만 아니라 나의 전 직업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 같은 발언이라니... 너무 무례한 발언에 짜증나고 화가나면서 동시에 눈물도 났다.


저 사람의 말에 따르면 나는 5년 8개월 동안 아무것도 아닌 일을 해온 게 된다. 너무너무너무 억울하고 화가나고 짜증났다. 그 사람이 이 글을 볼지도 모르겠지만 봐도 상관 없다. 본인이 그런 발언을 했을 때 상대방이 어떤 감정을 갖는지도 알아야 하니까. 하고 싶은 말은 더 많지만 여기까지만... #할말하않



결과적으로 나는 많은 사람들의 부정적인 이야기만 듣게돼, 미래에 대한 불안감만 더 커져갔다.

MBA를 괜히 왔나... 돈 많이 들고 여러가질 포기하고서라도 미국으로 갔어야 했나... 이런 온갖 생각이 머리를 휘감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내 마음은 무거워져만 갔고, 입맛이 없어졌다ㅠㅠ (나같은 #먹스타그램 을 즐기는 사람이 입맛이 사라지다니...!!!! 태어나서 손에 꼽힐 정도다.)


여러 생각이 들면서 정말 괴로웠지만, 다행히도 수십명에게 연락한 결과, 한 지인의 소개로 한 스타트업에서 인턴자리를 구할 수 있었고 학업과 병행해야 하는 내 편의를 봐주었다. (편의를 얻기 위해 수많은 협상과 토론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대학원을 다니다 보니 사회생활 하면서 겪었던 것과는 다른 종류의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것도 하나의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내 영혼을 너무 갉아먹게 되는듯 하다.

그리고 그 과정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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