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문대학원(MBA)에 입학하면서
내 스스로가 가지고 있던 편견,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갖고 있는 편견에 대해
이번에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그래야 조금은 이쪽으로 진학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도움이 될테니 말이다.
먼저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
1. 경영학은 간드러지는 말만 배우는 학문이다.
이건 MBA에 입학하기 전
내가 경영학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이었다.
학부 시절에 교양과목 중 하나로 경영대에서
개설된 리더십 관련 수업을 들은적이 있다.
해당 교수님은 리더십과 관련된 여러가지 이야기(이론이라고 말하기에도 너무 쉬운)를 하고,
그 당시 각종 산업의 기업 경영자들을 초청해서,
그들이 학생들에게 여러 주제에 대해 강의를 했다.
주로 자신의 회사가 어떤 산업에 있고 그 상황이 어어떠하
어떤 과정을 거쳐 회사를 키웠는지를 이야기했다.
그 수업은 정말이지...
그냥 교보문고 가서 리더십이나 삶의 방식에 대한 책 한권
읽으면 끝나는 수준의 내용이었다.
교양과목이어서 그랬겠지만,
뭐 이렇게 쉬운 수업이 있나 싶었다.
교수님이나 기업 경영자들이 하는 말은
다 겉보기에만 멋진 말이었다.
인생의 100가지 목표를 세워서 이뤄봐라,
직원을 가족처럼 여겨라 등등...
11년이 지난 지금 하나도 기억에 남는 말이 없다.
뭐... 이런 류의 책 제목 같은 교양서에 담길법한 이야기라는 의미다... 당연히 성적도 A+.
아... 경영대는 이렇게 학점 따기가 쉽구나.
경영대 애들은 다 성적 쉽게 따네.
나는 죽도록 소설 읽고 분석하고 수십장짜리
영어 레포트 써도 겨우 A 받을까 말까인데,,,
이런 마음에 경영전문대학원에 가더라도
공부하는게 엄청 쉬울거라고 생각했다.
온갖 듣기좋은 말만 골라서 하기만 하면 되는,
그런 학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나의 큰 오산이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한건 전략이나 마케팅, 인사관리 등의
일부 이론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경영학의 어려움은 단순한 이론만 가지고는 전부 파악할 수 없다.
실제로 대내외적으로 수없이 많은 조건들로부터
영향을 받는 실제 기업들의 경영 환경에 대해 통찰력을 갖고,
상황에 적합한 이론과 방법을
적용하는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각 기업마다 처한 국가나 시대, 경제 상황, 기업 내부 조건 등
변수가 다 다르기 때문에
완벽하게 적용되는 절대적인 이론이나 원칙이라는게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 어렵다.
정답이 없는 학문은 어렵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게 정답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숫자 공부는 수능을 끝으로 손놓고 있었는데...
또한, 경영학에서는 숫자나 수리적인 부분을 기반으로 내용도 많다.
재무회계부분이 바로 그러하다. 재무적인 부분, 회계적인 부분은 모두 숫자를 기반으로 한다.
다양한 금융공학적 기법이나 이론 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수리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간과를 했었다.
나처럼 숫자와 친하지 않은 문송이 가장 간과했던 부분이다.
(이와 관련된 내용이 궁금하면 https://brunch.co.kr/@iamyehrang/25 참고)
2. 경영학은 취업을 위한 학문이다.
경영학은 노동자를 위한 학문이 아니다.
이름처럼 '경영학'이기 때문에 경영자를 위한 학문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한국의 대학에서 경영학을 배우는
학생들은 취업을 하고 '노동자'가 된다.
그래서 난 경영학이 취업을 하기 위한 학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MBA에서 수업을 듣고 나니,
이 학문은 철저하게 '경영자' 또는
'경영자가 되고 싶은/될 예정'인 사람들을 위한 학문이었다.
어떻게 하면 기업 이윤을 최대화 할 수 있나,
기업이 보유한 인력이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input 대비 최고의 output을 끌어낼 것인가.
이 모든 것은 기업을 경영하는데 필요한 고민이다.
취업을 목표로 '노동자'가 되려는
많은 이들을 위한 학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기업에 취업을 하고 싶은 학생들은
경영학을 주학문으로 배우기보다는
submajor 등으로 배우는게 더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는 여러가지 사회경험을 한 뒤에 공부하는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회계사 등을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조금 견해가 다르지만 말이다.
그리고 스타트업이나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이라면
훨씬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주변의 편견
1. MBA는 놀려고 진학하는 대학원이다.
이건 대학원 가겠다고 퇴사할 때 정말 많이 들은 말이다.
'논다'는 것의 정의가 무엇인가. 맨날 술먹고 골프치는 것인가?(아저씨들 기준)
정말 큰 오산이다.
나는 MBA에 들어와서 방학기간을 제외하고
제대로 놀아본 적이 거의 없다.
내가 부족해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항상 수업과 관련된 무엇인가를 하던지 그 외 활동을 하고 있었다.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예복습 하거나 팀플 과제를 하고, 1달에 한번씩 돌아오는 시험 공부를 하고, 이력서 코칭을 받고, case competition 등에 참가하기 위해 서치하고 공부하고 회의하고 ppt를 만들었다.
학기가 모듈제라 1모듈(=1달)의 시험 끝나고 좀 놀겠다 싶으면 한 달 뒤에 두번째 모듈의 시험이 다가오는... 매달 공부하고 매달 시험보고 매달 과제하고...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혼자 울면서 유튜브 보며 통계 공부하던 나.... 특히나 숫자와 친하지 않은 문송이었기 때문에
재무금융 수업을 들을 때마다 고역이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 번 일기에서 작성할 예정. 울엄마는 나보고 고3인줄 알았다고 했다.
(엄마... 그래도 고3은 좀... 나 고3땐 공부 더 마니 하긴 했어...)
학업 이외에 시간을 또 중요하게 쓴 부분 중 하나는 다른 선배들이나 교수님들과 교류하고 식사하는거다.
MBA를 진학하는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인맥을 쌓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기 때문.
그런 부분을 '논다'고 지칭하는거라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언제 이들이 나의 상사, 서포터, 추천인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네트워킹은 편하게 노는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파티만 매주 한다고 생각하면 이런 글을 남기지도 않았다....
물론 건너건너 들어보니 해외 MBA는 파티 자주 있다고는 하더라... 맨날 드레스 입고 샴페인 글라스 한 손에 쥐고... (.. )
하지만 파티를 익숙해 하지 않고 술만 오질라게 때려 마시는 폭력적(?)인 한국 문화에서는 파티는 아주 가아아아끔 있다.
나는 파티도 술자리도 피곤훼...
2. 국내 MBA는 전부 야간 MBA다.
가끔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국내 MBA는 전부 야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를 다니며 병행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그런 프로그램도 대학마다 존재한다.
하지만 내가 다니는 건 full-time MBA라는 거.
그리고 나같이 5년8개월 정도 일한 애매한 연차가
회사를 다니며 병행하는 MBA를 가는건
조금 이르지 않을까.
보통 이런 사람들은 회사에서 임원으로 키우기 위해
투자 및 보상 차원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분들은 MBA를 자기 돈으로 안다닌다.... (.. )
그래서 학비도 오질라게 비쌈 (.. )
물론 내 학비도 비쌈 (.. )
국립대라서 그나마 싼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