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랑 Mar 28. 2022

"저는 돈 때문에 창업했어요."

어느 스타트업의 솔직한 창업 계기

요즘 스터디 한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다가... 자꾸 글의 완성도를 노리다 보니 글을 쓰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러다 몇가지 생각해두었던 캐주얼한 에세이 글 마저도 순서에 따라 밀리고 있다. 우선 에세이 형태의 글부터 발행해볼까 한다.


투자 검토를 하다보면 다양한 스타트업 창업자를 만나게 된다. 지금은 회사 사정상 초기 회사들의 투자 검토 및 집행을 자주는 못하지만, 미팅은 자주 진행한다.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대표이사들과 교류하는 건 에너지와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초기 때부터 미팅해야 향후에 더 성장해서 우리가 투자할 수 있는 타이밍에 쉽게 컨택할 수 있다. 이런 큰 그림을 그리는 차원에서 미팅을 진행한다. 


초기 회사들도 자주 만나곤 하는데,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내가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는 '창업하게 된 계기'다. 어떤 이유로 창업하시게 됐냐고 묻는데, 이들의 답은 제각각이다. 아주 미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거나 기획한 서비스/제품이 점차 확장되어서 사업이 커지는 케이스도 있었고, 거시적이고 큰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해 가는 케이스도 있었다. 


이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답변은 "돈을 벌기 위해서 창업했다"는 답변이었다. 당시의 그 대표님은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였는데, 이분과 대화를 기억을 기반으로 재구성해봤다. (편의상 나는 '나', 그 대표는 'A대표'라고 쓰겠다.)




나 "대표님 그동안의 경력을 보니 아직 나이도 젊으시고 지금 사업과는 관련 없는 일을 하셨던데, 어떤 계기로 창업하게 되셨을까요?"


A대표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될까요? 사실은 돈 때문에 창업했어요. 공동창업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어린 나이에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건 창업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둘이서 돈이 될만한 사업 아이템을 찾다 보니 이 아이템을 찾게 되었고, 이걸 기반으로 지금 팀을 모았어요. 트래픽도 빠르게 모이고 있고, 초기 투자 비용 제외하면 BEP도 금방 맞출 수 있을것 같아요."


나 "어머... 이렇게 솔직하게 말씀해주셨던 분은 없었는데, 감사합니다."


A대표 "너무 솔직했을까요?(멋쩍은 웃음) 하지만 사실입니다. 멋드러지게 말을 꾸며봤자 제 기존 경력과는 전혀 다른 사업인지라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나 "그렇군요. 그렇다면 회사의 마일스톤과 미래 주주 exit 전략은 어떤 방안을 생각하고 있으신가요?"


A대표 "저희는 같은 산업에 속한 대형 플랫폼 회사에 피인수 되는게 목표입니다. 처음부터 창업 목표도 그렇게 세웠습니다. 해당 회사랑도 꾸준히 컨택하려고 노력중이고, 일정 수준까지 사업을 키우고 인수합병 되었으면 해요."



이렇게 솔직한 대표님은 처음 만났다. 요즘엔 직무에 따라 다르겠지만, 워낙 신규 인력 채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스펙' 쌓는다는 차원에서 학생창업을 한다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그리고 초기 창업자,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정부 및 공공기관의 지원 사업도 다양하기 때문에 더욱 도전을 많이 한다.


스타트업들이 주목받은 계기가 무엇인가? 대기업이나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스타트업이 해결한다는 점에서 혁신의 주체로 꼽히고 많은 지원을 받았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AC(액셀러레이터)나 VC(벤처캐피털)도 모험자본으로서 혁신의 주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투자들이 자선사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돈을 투자했으니 그만큼 돈도 벌어야하지 않겠나. 멋드러진 말만 하고 돈은 못벌고 적자에 허덕이는 스타트업보다는 위의 A대표처럼 '돈을 벌고 수익을 내기 위한 아이템'을 고르는 사람이 현실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리고 혁신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창업자들도 결국엔 다 돈 벌겠다고 하는 일 아니겠나. 누구나 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래리 페이지,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같이 되는걸 꿈꾸지 않겠나. 테슬라 구글 아마존이라는 혁신의 결과물도 만들어 내지만, 결국은 동시에 '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왼쪽부터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LVMH그룹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개인적으로는 허황된 꿈만 꾸고 '대마불사' 형태로 돈먹는 하마가 되는 스타트업보다는 현실적이고 목적도 뚜렷하다고 생각한다. VC들이나 AC들도 '꿈'이나 '대의'를 앞세우는 사람들도 많지만, 결국은 수익률과 돈 앞에서 태도를 바꾸는 사람들도 꽤 보았다. 특히 요즘같이 국제 정세가 불안정하고 금리 상승기에 돌입해 모험자본에 대해 더욱 엄격한 시기일수록 이런 도전적인 스타트업의 평가에 박하다.


이 케이스에 대해 주변 VC들에게 슬쩍 흘려본 적이 있다.

일부 사람들은 스타트업이 무슨 '돈' '돈' 거리냐고 하겠지만, 일부 사람들은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반기더라. 참 아이러니 하다. 

이런 창업자에게 부정적인 사람들은 '돈'을 좇다가 회사 가치가 더 커지거나 사업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반대로 긍정적인 사람들은 멋드러진 목표만 이야기해서 돈 까먹는 회사보다는 건실하게 회사를 운영할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A회사는 초기 투자를 받고 현재 성장중이다. 과연 대표가 나에게 이야기했던 대로 잘 성장하여 적정한 시기에 M&A 모델로 exit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결국 VC 업무의 본질은 '사람'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