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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영 Jun 25. 2022

비밀


욕심이 생길수록 버리는 연습을 더 많이 했다. 그것을 나 자신과 상대에게 상처받고 싶지 않은 방어기제로 사용했다. 바라지 않되 조건 없이 줄 수 있을 만큼만 주자고 생각했다. 나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그린 원 안에서 나는 안전했고 그러기 위해서 계속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다.



친구 중에는 예민한 감각으로 일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사람을 파악하고 감정을 기민하게 알아차리기도 잘했는데 한 날은 내게 그런 말을 했다.

“너는 언젠가 다 버리고 훌쩍 떠날 거 같을 때가 있어.”

그 말에 다른 친구도 동의하며 말했다.

“사람에 대한 기대가 없다고 해야 하나. 말을 안 하니까 서운한 거 같아.”



나는 뭐든 쉽게 잘 말한다. 남에겐 내 치부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조차 내 기준에 그렇지 않다면 털어놓을 수 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쉽게 말하지 않는다. 말하고 싶은 순간에도 꿀꺽 참고 만다. 비밀이 곧 은신처다.

그어놓은 선을 넘나들고 다문 입을 자꾸 열게 만드는 사람들은 불편하다. 말을 고르게 하는 사람은 불편하고, 불편하면 어쩐지 기대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어느 소설의 한 대목처럼 쿨한 놈들보다는 징징대는 놈들에게 마음이 가는지도 모른다.


비밀이 없어질수록 나는 불안해진다. 숨을  없이 남겨질까 . 내가 두려워하던 것은 홀로 남겨지는 이었다.

그런데 남겨지는 게 아니라 남는 쪽이면 다르지 않을까?

남는 사람. 잔뜩 가져보고, 욕심낸 다음에 모두 떠나도 끝에 남는 사람. 추억과 또 다른 비밀을 품고서 나는 나를 중심으로 안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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