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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lsim Mar 24. 2019

04일째 아침식사

30일간의 아침식사 기록

*이 시리즈는 2018년 7월 1일부터 30일까지 기록했던 글입니다.


가래떡구이, 꿀,  티(Fortnum and Mason) 


7월 초인데, 주말 내내 날씨가 쌀쌀하다 싶더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몸이 으슬으슬 추웠다. 왠지 달콤하면서 따듯한 아침을 차리고 싶어서 들기름에 약불로 가래떡을 굽고 꿀에 찍어 따듯한 차와 함께 먹었다.   



양반과 왕족만 먹을 수 있었던

천연 감미료, 조청 


원래 가래떡은 조청에 찍어 먹어야 하는데, 여태 제대로 된 조청을 사 본 적이 없다. 조청이 꿀보다 훨씬 몸에 좋다고 했던 게 생각나서 나무 위키에서 조청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았다.   


조청은 곡식으로 만든 천연 감미료다. 보리나 쌀 같은 곡물을 찌거나 삶으면 끈적끈적한 점성을 가지게 되는데, 이것을 호화라고 하고 여기에 엿기름 물을 섞어 중탕을 하거나 묻어두면 밥알이 삭아서 설탕처럼 단 맛을 내게 된다고 한다. 이것을 자루에 퍼 담아 단물을 짜낸 후 큰 무쇠솥에 부어 불을 지펴 조리면 조청이 완성된다.   


만드는 방법이 간단해 보이지만, 1kg의 조청을 만들려면 쌀 2kg에 엿기름 500g을 부어서 6시간 동안 삭히고, 그걸 또 한나절 꼬박 졸여야 한다. 지금 시대에도 장작으로 불을 때서 요리하는 옛날 방식이 아니면 가스비가 엄청나게 들기 때문에 쉽게 시도하지 않는다. 보통 할머니 연세 정도 되는 분들이 조청을 만들 줄 아신다면, 양반집 음식은 다 만들 줄 안다고 보면 된다. 조청을 만들기 위해 쌀과 장작이 엄청나게 들어가기 때문에 서민들은 꿈도 꾸지 못했던 식재료였던 것이다. 꿀단지를 숨겨놓고 먹던 훈장님이 나오는 전래동화 속 그 꿀단지도 본래 조청이 들어있는 단지라고 한다. 


정성이 들어가는 제작 과정 때문인지, 조청은 장의 독소를 제거하고 소화에도 도움을 주며 혈액을 맑게 하고 세포 재생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설탕과 달리 섭취 후 혈당에 변화가 없으며 오래 보관해도 성분이 변질되지 않는다고. 


옛날식 제철 음식으로 암을 이겨낸 

가미오 데쓰오 셰프 


조청에 대한 글을 읽다 보니, 작년에 재미있게 읽었던 가미오 데쓰오의 ‘암으로 죽지 않는 식사’라는 책이 생각났다. 이 책의 저자는 원래 프랑스 음식을 요리하던 셰프였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891849


그는 말기 암 선고를 받은 후 여러 조사 끝에 50년 전만 해도 일본에서 암에 걸리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현재 일본은 3명 중 1명은 암으로 사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과거 일본인들이 왜 암에 걸리지 않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고민한 데쓰오는 일본 땅에서 태어난 본인이 프랑스 음식 전문인 셰프로 살아오면서 일식을 전혀 입에 대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로 인식했다. 


식물이 싹을 틔운 자리에서 필요한 영양분을 흡수하고 주변 환경에 적응하며 자라듯, 인간도 본인이 태어나고 자란 땅의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으며 사는 것이 자연적인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 데쓰오는 일본 조상들이 먹었던 옛날식 일식에 대해 공부하고 식생활을 개선하였다. 그리고 아직까지 잘 살고 있다. 각종 식재료의 기본 성질부터 조리법까지 본인이 직접 먹고 나아지는 경험을 바탕으로 쉽고 자세하게 설명이 정리되어 있으니 건강과 좋은 식습관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하고픈 책이다. 




나는 양반 음식이었던 조청은 아니지만, 지인이 핀란드에서 사다 준 천연 꿀에 가래떡을 찍어 먹었다. 페퍼민트가 섞여 있어 보통 꿀보다 향이 좋고 맛이 있다. 입맛이 없거나 가볍게 아침식사를 하고 싶은 날에는 종종 가래떡 구이에 꿀을 찍어 먹는다. 해먹기도 쉽고 입에 맴도는 단맛이 하루의 시작을 행복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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