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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lsim Mar 19. 2019

03일째 아침식사

30일간의 아침식사 기록

*이 시리즈는 2018년 7월 1일부터 30일까지 기록했던 글입니다.


도토리묵무침, 두부김치, 소고기 뭇국, 찹쌀밥


아침밥을 챙겨 먹기 시작한 후 주위에서 도움을 많이 받는다.

간단한 레시피를 알려주기도 하고, 그릇이나 좋은 식재료를 선물로 주는 분도 있다.


직접 짠

기름의 맛


얼마 전에는 신혼생활을 하고 있는 동네 친구에게 친할머니가 시골에서 직접 짜서 만들었다는 참기름을 선물 받았다. 초록색 소주병에 야무지게 담긴 모습부터 맘에 쏙 들었는데 고소한 맛과 향이 마트에서 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인지 오늘 아침 반찬으로 만든 도토리묵무침이 당근이나 양파 없이 있는 재료로 대강 만들었는데도 너무 맛있었다.   


도토리묵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깻잎은 잘 시쳐서 채반에 받쳐 물기를 빼두었다가 가위로 얼기설기 썰어서 넣었다. 간장 2스푼, 올리고당 1스푼, 마늘 한 알을 다져 넣고, 통깨 한 줌과 함께 소금을 아주 조금만 뿌리고 친구가 준 들기름 1스푼으로 양념장을 담백하게 만들어서 버무리면 고소하고 맛있는 한 끼 반찬이 완성된다.  



기름은 왜

초록 소주병에 담을까


식용기름이 상하는 것을 ‘산패’라고 한다. 식용 기름의 구조는 글리세린과 3개의 지방산이 결합한 형태인데 산패란 글리세린에 붙어있던 지방산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뜻한다. 식용 기름이 산패되면 불쾌한 냄새가 나고 맛이 변한다.

산패를 촉진하는 요인은 고온, 빛, 산소, 수분이다.

참기름을 초록색 소주병에 담는 이유는 빛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참기름을 대부분 냉장 보관하여 쓰는데 냉장고 내부는 습도가 높고 주방과 온도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산패가 쉽게 될 수 있다. 그래서 참기름과 들기름은 실온에서 보관하고 6개월 이내에 빨리 먹는 게 제일 좋다.   

 


할머니가 차려주던

사계절의 맛


친구네 할머니의 참기름 향을 맡으며 아침을 먹다 보니,

가을이 되면 우리 집 거실에 주렁주렁 달려 쿰쿰한 냄새를 풍기던 메주들이 생각났다.

출처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


나는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는데, 그래서인지 서울에서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집은 철마다 시골 같은 풍경이 펼쳐지곤 했다.

마당에 심어놓은 라일락 꽃 향이 바람을 타고 마루로 넘어 들면 봄이 온 것을 느꼈고 마당 바닥에 딸기가 조잘조잘 생겨났다. 그러면 할머니는 돌나물 무침과 시래깃국을 해줬다. 무더운 여름날이 시작되면 알의 크기는 매우 작지만 몹시 달았던 포도들이 앙상한 나뭇가지에 맺혔고 할머니는 시원한 열무국수나 콩국수를 식탁에 올렸다. 가을이 오면 가족들을 불러 모아 메주를 만들어 그늘지는 창가에 달아놓았다가 바싹 마르면 간장과 된장, 고추장을 만들어 장독에 담았다. 그리고 김장한 김치와 함께 장독들을 감나무 밑에 묻어 두고 겨울이 지나면 조금씩 나무 국자로 퍼서 병에 담아 각종 요리에 사용했다. 감나무가 휘어질 정도로 홍시들이 무거워지면 70~80개나 되는 것들을 모조리 따서 동네 사람들과 나누어 먹었다. 그리고 겨울이 오면 내가 제일 좋아했던 할머니표 백 순두부를 새우젓으로 담백하게 간하여 끓여줬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에 집에서 직접 담근 된장과 간장으로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었던 것이 무척 감사하다. 식감을 돋으려고 산 과일 고추를 우적우적 씹으면서 할머니 생각을 했더니 괜히 마음이 울적해졌다. 다음번 할머니 묘에 갈 때에는 당신이 좋아하던 고춧가루 팍팍 넣은 열무김치 국수를 만들어 올려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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