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을 걷는 사람들 Nov 22. 2018

자신을 '적당히' 드러내자

#5. 자기 노출(self-disclosure)

앞의 단순노출효과, 근접성, 유사성 등이 관계의 시작과 호감 형성을 위한 초기단계의 이야기라면, 자기노출(self-disclosure)은 관계와 친밀감을 발전시키고 유지시키는데 영향을 미친다.

모든 사람은 대화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며, 상대방의 마음 역시 파악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제스처나 표정 또한 대화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대화는 관계에서 필수적이다. 자기노출은 이러한 대화의 특수한 형태라고 할 수 있는데, 상대방과 친밀한 정보나 느낌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디에 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와 같은 객관적 정보뿐만 아니라, 나의 감정이 기쁜지, 슬픈지, 상대방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와 같은 주관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기노출은 깊이와 폭에 있어 상대방과 어떤 관계인지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는 비즈니스 이슈와 관련되어서는 깊은 정보를 나누지만, 가족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그 폭은 좁을 수 있다. 반면, 친한 친구나 연인관계에서는 대화 내용에서 '자기'와 관련된 노출의 폭과 깊이가 다르다.


그렇다면, 자기노출은 왜 하는 것일까?

Derlega와 Grzelak(1979)에 따르면 표현하고(expression), 자기를 명확히 하고(self-clarification), 자신을 확인하고(social validation), 사회적으로 통제하고(social control), 그리고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relationship development) 한다고 한다. 

하루 동안의 경험에서 느껴진 감정을 상대방한테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예상치 못한 행운의 기쁨을 상대방과 나누고,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한 분노감을 나누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일이다. 그것이 표정이나 대화이든 제스처든 어떤 방식이로든 자기노출은 '표현'이라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자기노출을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자기 자신을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게끔 한다. 대부분 사람은 자기가 자신 자신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꽤 많은 연구들은 자신이 바로 본 자기 모습과 상대방이 바라본 자기 모습이 그다지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자신이 경험한 일과 현재 상태의 감정을 상대방과 공유하는 것은 상대방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을 명확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세 번째 이유는 자기노출이 자신을 사회적으로 타당화할 수 있는 준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상대방의 반응을 통해 자신이 정상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상대방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면, 비정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대방이 나와 다름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기노출을 하는 네 번째 이유는 자신을 사회적으로 통제하는 기능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매우 친밀한 관계에서는 이야기할만한 사적인 일도 그렇지 않은 관계에서는 이야기하지 않거나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말을 다하거나 표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상대방에 따라 적당히 숨기거나 돌려 말하거나 혹은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마지막으로 자기노출은 친밀감을 증진시키는 수단이기도 하다. 처음 만난 사람보다는 꾸준히 오랜 기간 동안 만나온 사람에게 자신을 더 많이 노출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반대로 자기 자신을 더 많이 노출시킴으로써 오랜 기간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다. 


문제는 자기노출 자체가 아니라 자기노출의 정도이다.

자기노출이 호감을 증진시키고,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분명하지만 일방적인 자기노출이나 자기노출의 범위를 벗어나는 즉, 폭을 넘어서는 과도한 자기노출은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기 마련이다. 즉, 자기노출은 상대방과 주고받는 형태여야 한다. 미팅이든 소개팅이든 처음 만난 사람에게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거나 묻지도 않는 장황한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은 심리적인 부담을 주게 된다. 오히려 첫 만남에서는 비슷한 점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거나(호구조사를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상대방 말에 공감하는 태도와 자세가 훨씬 중요하다. (공감이나 맞장구를 쳐주는 것은 다음에 글을 쓸 기회가 있을 것이다) 자기노출은 사실 어렵다. 얼마나, 어떻게, 어떤 시점에 해야 할지를 어렵기 때문이다. 


자기노출은 상호적이며, 점진적이어야 한다. 또한 만남이나 관계의 목적에 따라 다르다. 

단순히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자신과 관련된 정보를 털어놓거나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두서없이 털어놓는다면, 아마 상대방은 불쾌하거나 자리를 옮길 것이다. 반면, 미팅이나 소개팅 자리에서 만난 사람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상대방 역시 발맞추어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만남이나 관계의 목적에 따라 자기노출이 달라야 한다는 것은 강의실에서 만나 마음에 든 이성에게 다가가는 법과 미팅이나 소개팅에서 만난 이성에게는 자기노출의 시점과 정도가 달라야 한다는 말이다. 


정답은 없다. 어떤 시점에 어느 정도로 자기노출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자기 자신만이 알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기노출은 '적당히', 그리고 '상대방이 부담스럽지 않게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문헌]

Derlega, V. J.,& Grzelak, A. L.(1979). Appropriate self-disclosure. In G. J. Chelune(Ed.), Self-disclosure: Origins, patterns, and inplications of openness in interpersonal relationships. San Francisco: Jossey-Bas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