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친숙성(Familarity)과 유사성(Similarity)의 원리
친숙성(familarity)은 앞서 소개했던 '단순노출효과(mere exposure effect)'로 설명할 수 있다. Zajonc(1968)의 실험에서 나타난 것처럼 단순히 자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호감이 증가했으나 일정 수준 이상의 노출에는 호감이 증가되지 않는다는 것과, 대상이 처음부터 부정적인 경우 반복적인 노출은 오히려 부정적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친숙성의 효과는 첫째, 상대방에 대한 인지를 증가시킴으로써 호감으로 발전시키는데 도움을 주게 된다. 둘째, 친숙하게 될수록 상대방의 행동을 예측하도록 만든다. 다시 말하면, 어떤 식으로 행동할지를 파악하게 됨으로써 안전하게끔 느끼게끔 한다는 것이다.
몇 가지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친숙한 얼굴은 인지적으로 처리해야 할 정보의 양을 감소시켜줌으로써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시간과 노력을 자연스레 감소시킨다. 또한 진화적으로 볼 때도, 자주 보고 익숙한 얼굴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위협적이거나 공격적으로 느껴지게 하지 않는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다.
영화 '뷰티인사이드'에 보면 자고 일어날 때마다 매일매일 외모가 바뀌는 남자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여자 주인공(한효주)은 첫 만남에서 호감을 느끼게 되고, 남자 주인공은 매일 바뀌는 자신의 모습 때문에 3일 정도 잠을 자지 않는다. 그렇게 짧은 시간 내에 자주 보게 됨으로써 남녀 주인공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여자 주인공은 매일 바뀌는 낯선 모습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9050
반복적으로 보면서 호감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대신, 매번 낯선 모습이어서 호감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음에도, 같은 사람이라는 인지적인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에서 여주인공은 심각한 부조화를 경험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친숙성을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자주 보는 것 자체가 호감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됨은 분명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주 본다 해서 반드시 호감이 증가되지는 않는다. 특히, 처음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거나 갈등상태에 있는 경우 빈번한 접촉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기 자신이 상대방에게 어떠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근접성과 친숙성과 더불어 호감을 증진시키는데 중요한 요인은 유사성(similarity)이다. 우리는 태도, 흥미, 가치, 배경, 성격적인 요인이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유사성은 생각보다 많은 인간관계에서 적용된다. 남녀 사이는 물론이거니와 친구 관계도 마찬가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유유상종'이나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라는 속담에서 나타나듯이 비슷한 사람끼리 친해지기 마련이다.
심리학에서는 그동안 이러한 유사성에 대해 여러 실험을 진행해왔으며, 실제 사람이 아닌 어떤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행위(phantom other technique)만으로도 자신과 유사하다고 판단되면, 그러한 기대가 호감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연애와 결혼에서 유사한 파트너를 찾는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기도 하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언론이나 방송에서 보도되는 상류층끼리만의 결혼이나 일류대 출신끼만의 결혼, 혹은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끼리의 결혼은 유사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일리가 있는 행위다.
심리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각 개인들이 모인 '평균'을 통해 '인간이 어떻다'라는 것을 설명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유사성의 예외도 많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인종적으로 다른 커플이 증가하는 경우라든가, 경제적으로 격차가 많이 나지만 결혼에 성공하는 경우도 예외적인 경우다. 그럼에도 '평균적으로' 유사성이 호감을 증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반대의 특성을 가진 사람에게 끌리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유사성과 달리, 반대되는 성향에 끌리는 특성을 상보성(Complementarity)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반대되는 성향이라기보다는 상호 간에 보완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실제로 서로 다른 성격적 특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연애를 하고,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친구나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서로 다른 특성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오래도록 지속하게 되는 경우는 많다. 그러나 이렇게 상보성이 작용하는 경우는 유사성이 바탕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관계를 처음 시작할 때는 유사성이, 관계를 지속하는 데는 상보성이 중요하다.
연애를 잘하는 사람은 상대방과의 공통점을 본능적으로 잘 찾는 사람이다. 악한 의도가 아니라면,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끔 하는 수많은 기술 중의 하나가 상대방과의 유사성을 잘 찾고, 내가 상대방에게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를 잘 전달하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꼈다면, 적절한 질문을 통해 상대방과 나의 공통점을 찾고, 그것을 통해 '나'라는 사람을 노출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관계가 발전할수록 상대방을 보완해줄 수 있는 부분을 찾을 수 있다면, 관계를 오래도록 지속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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