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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걷는 사람들 Nov 16. 2018

심리학의 대중화를 바라보는 시선

#3 심리학의 상업화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과 기대

본질이 왜곡되거나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지 예전에도 대중적으로는 상당한 인기가 있었던 학문이 심리학이었다. 최면이나 독심술 혹은 심리 상담이 마치 심리학의 전부인 것처럼 포장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잠재의식(무의식)을 끄집어내고, 타인의 마음을 읽는다는 식의 심리학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동안 대중들이 느끼는 심리학과 실제 학교에서 연구를 하는 학자들이나 학문으로서의 심리학 간의 괴리는 꽤 컸다. 그래도 최근에는 심리학자들이 전문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확대되었을 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올 정도로 대중화가 된 것 같다. 게다가 교수와 박사 수준의 전문가뿐만 아니라 대학원 석사 이상의 준전문가들 또한 여기저기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나는 이런 최근의 흐름을 지지한다.


그동안 심리학이 이상하리만큼 왜곡된 채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심리학 전문가들이 여전히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다행인 것은 한국심리학회에서도 이러한 대중화의 흐름에 발맞추어 청소년이나 일반 대중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해서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자격증 제도를 도입하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또한 교수들도 책 출간이나 강연,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들 앞에 서고, 심리학 전문가들도 예능 프로그램부터 전문적인 조언에 이르기까지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최근에는 2019년 올해 여름, 학계와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수, 학자, 전문가들이 심리학의 대중화와 '제대로 된' 심리학을 알릴 수 있는 공간을 하나 만들었다. 

내 삶의 심리학mind

50여 명의 심리학 전문가들이 직접 글을 쓰고, 소통하는 공간이다. 면면을 살펴보니 정말 심리학계에서 알만한 분들이 많이 있다. 집필진 중에는 대학원을 함께 다닌 분도, 선배도, 코칭 심리사 수련 중인 나의 직장 선배이기도 슈퍼바이저인 분도 있다. 기대되는 사이트다. 

                                     

그럼에도 여전히 걱정되는 몇 가지들       

그럼에도 나는 사실 방송에서 만나는 심리학계의 선배들과 학자들의 행태, 그리고 심리학 전문가라고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마치 심리학 전문가들인 것처럼 보이는 현실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자신의 전공 영역이 아님에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상식 정도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그렇다. 혹은 대중들의 흥미와 관심에 영합하기 위해 심리학이 아닌 것을 마치 심리학처럼 포장하는 경우도 꽤 있다. 대중들은 모를 수 있지만, 전공자들은 대체로 수긍하는, 그들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들이 있다. 첫 번째는 심리학자이지만 그다지 전문가스럽지 않은 말로 심리학을 포장하는 사람들과, 두 번째는 심리학과 무관하거나 얄팍한 지식으로 심리학을 논하는 사람들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자주 나오는 심리학자들이나 교수들은 몇 명이 되지 않는다. H, K, L 교수.. (대중들은 누굴까 궁금해 하겠지만 심리학과를, 심리학 대학원을 졸업한 사람이라면 이니셜을 보기만 해도 알 것이다) 사실 L 교수 이외에는 그다지 전문가로도 인정하고 싶지 않다. 실제로 그들의 수업을 수강했거나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저 사람이 텔레비전에 하는 말들이 과연 맞나?" 하는 의심이 들게끔 한다. 물론 심리학 전문가는 맞다. 심리학과 교수이기 때문에 전문가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분야에 이르기까지 전문가임을 자처하는 게 맞는 것일까라는 의문은 든다. 마치, 서양사 전공자가 한국사에 대한 식견을 내세우고, 정치를 전공한 사람이 외교에 대해 말하는 식과 다를 바 없다. 


재학 중일 때도 본인의 전공(학교에서 교원으로 채용할 때 전공)과 무관한 분야만 연구하면서 언론과 방송에서는 근거 없는 정치적 식견을 자랑하다가 해임돼서 정치적 투사 취급을 받더니 결국 현재는 전혀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는 사이비 전문가로 전락한 사람도 있다.


사실 진리를 탐구하여 학계에서 명성을 얻은 학자와 대중적으로 명성을 얻은 학자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상아탑에서의 진리 탐구와 현실참여 모두가 중요함은 부정할 수 없다. 가장 좋은 것은 그 두 가지가 일치하면 제일 좋겠지만, 대중적이기 전에 학문적으로 명성을 얻는 것이 학자 본연의 자세가 아닐까 한다. 개인적으로는 대중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모두 존경할만한 사람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자는 학문적 업적이 우선이다.

                 

다음으로 심리학을 말하는 이들 가운데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사람은 '일부' 정신과 의사들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사람의 마음에 대한 전문가는 오직 심리학자뿐인가'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지도 있다. 하지만 '심리학과를 졸업한 이들이 심리학을 알리지 않으면 누가 알리겠느냐'라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거니와 약간의 소명의식(?)의 발로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 의사=심리학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애초에 정신과 의사는 의학 전공자이며, 생물학적 기반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는 '뇌'의 구조와 신경전달물질의 작용, 뇌의 각 영역의 기능을 다룬다. 의대생의 전공과목 중 심리학 과목이 과연 몇 과목이나 될까? 심리학에서도 '뇌'를 다룬다. 생물심리학이나 신경심리학은 뇌를 통해 우리의 마음을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리학자가 뇌를 안다고 해서 수술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약물 처방을 하지도 않는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신과 의사들은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심리학이라는 단어를 써가면서 이야기하고 책을 써 내려간다.  

의대의 정신과 전문의와 심리학 전공의 심리 전문가는 상담심리학이나 임상심리학 분야에서는 서로 보완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상호 분야는 서로 존중되어야 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에세이 수준의 글 내용으로 정신과 의사의 타이틀을 앞세워 '심리학'운운하는 것이 불편할 뿐이다.


이런 불편한 시선은 주관적인 관점 인지도 모른다. 학자가 학문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대중 앞에서 제대로 알려야 하는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나 '생식기' 운운하며 가십 정도의 의견을 마치 심리학의 이론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 불편할 뿐이다. 또한 보완되어야 하고, 학제 간 연구를 통해 더욱 풍부해져야 하는 부분이, 어느 한쪽 집단의 권위에 눌려,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기도 하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 또한 반갑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불편한 생각만큼이나 기대를 하게 하는 움직임 또한 느껴져 반갑다.

심리학의 대중화에 기여하는 또 다른 축은 대학원 석사 이상의 준 전문가 혹은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들의 활발한 활동이다. 10여 년이 훨씬 지난 대학원을 졸업하던 시기에 나를 포함하여 심리학 전공자들이 만든 심리학 관련 모임이 세 곳 정도 있었다. 서로 모르던 사이에서 심리학 전공자 혹은 전공을 원하는 이들끼리 이야기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만나게 되어 지금껏 인연을 만들어 이어가고 있다.

바로 '누다심'이라는 이름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강현식 선생이다. 임상심리학자로서 강연자, 작가, 상담자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누구보다 심리학의 대중화라는 측면에서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하는 지인이다. 사실 강현식 선생이 두드러져 보이는 이유는 심리학자의 역할 중 과학자-실무자 모델(Scientist- Practitioner Model)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랄까? 본업인 심리 상담과 심리검사 이외에도 대중적인 강연과 저술활동을 통해 심리학의 본질을 대중들에게 쉽게 소개하려고 하는 노력이 돋보이기에 더 그렇다.

또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다양한 심리학 연구결과를 글로 소개하는 모교 후배님인 P씨, '서늘한 여름밤의 내가 느낀 심리학 썰'이라는 만화로 심리학을 소개하는 또 다른 후배님, 그리고 브런치에서 이미 작가로서 강연자로서 많은 명성을 얻고 있는 K대 출신 H씨 또한 주목이 간다.


대학교 4년, 대학원 2년, 인턴 또는 레지던트 기간 포함 1~3년 등 적게는 7~9년 동안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따고도 본인의 돈을 내며 수련을 계속 받는 상담자와 임상심리전문가들이 열악할 정도의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렇게 된 이유는 많은 전공자들, 학계 종사자들, 그리고 현업 종사자들이 자신들의 전공과 직업에 대해 알리기에 조금 소극적이었던 탓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활발히 활동해서, 대중들이 심리학을 쉽게, 제대로 이해하도록 하고, 나아가 심리학을 전공한 전문가가 된 이들이 제대로 대접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 글은 주관적인 견해가 많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글의 내용에 동의를 하지 않으시거나 다른 의견이 있으신 분들 또한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부족하거나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언제라도 고견 부탁드립니다.


[이미지 출처]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nudasim&logNo=220749139293&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m%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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