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심리학의 범위에 대한 오해들
이전 글에서 나는 심리학이 '인간(개인)의 마음과 행동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한 바 있다.
사실 이렇게 얘기해도 심리학의 실체는 분명하게 와 닿지 않는다. 과연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연구하기는 하는데 어디까지 연구하는가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아래의 몇몇 경우는 심리학의 영역과 주제에 대한 잘못된 믿음에 관한 것이다.
첫째, 심리학에서는 '심리학이 아닐 것 같은' 예상치 못한 영역도 다룬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심리학의 분야 중 몇몇 분야는 아예 심리학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심리학에서 그것도 다루냐?'라는 식의 질문도 종종 받는다. 예를 들어 생물심리학이나 신경심리학은 우리 인간의 '뇌'에 대해 다룬다. 물론 의대에서처럼 중추신경계(CNS)와 말초신경계(PNS) 모두를 다루는 것은 아니며, 주로 중추신경계(CNS)에 대해 다룬다. 예를 들면, 대뇌, 소뇌 등과 같은 뇌의 해부학적 구조와 도파민, 세로토닌 등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에 대해서도 다룬다. 과거에 정신분열증(정신분열병)으로 부르던 조현병은 도파민과 관련이 있고, 우울증은 세로토닌과 관련이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우리가 '마음', '심리'라고 하는 것은 뇌의 작용에 의한 것이다. 사랑을 하거나 화를 내는 것도 뇌의 특정 영역이 활성화되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사회심리학 같은 기초분야에서도 최근에서는 fMRI와 같은 방법을 통해 뇌와 관련된 여러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둘째, 심리학의 특정 주제나 일부 영역은 심리학 자체가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얘기하는 심리학을 또 보면 심리학에서 구분하는 심리학의 영역과 범위와 다른 인접 학문에서의 영역과 범위 사이에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아동심리학 이니 대중심리학은 엄밀한 의미에서 특정 이론이나 영역을 의미하는 것이지 개별 학문으로서의 특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아니다. 아동심리는 발달심리학에서 아동발달이라는 측면에서 다루는 주제이지 심리학에서 하위영역으로서 '아동심리학'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중심리 또한 마찬가지다. 사회심리학에서 다루지만 사회학적 사회심리학과 심리학적 사회심리학은 차이가 있다. 반드시 옳은 구분은 아니나 '집단'에 초점을 두면 사회학적 사회심리학으로, '개인'에 초점을 두면 심리학적 사회심리학으로 구분될 수 있다.
셋째, 전혀 다른 학문이나 학제 간 연구, 혹은 기법들은 심리학 자체가 아니다.
심리학의 영역으로 오인되는 분야는 '치료' 영역이다. 미술치료, 음악치료, 언어치료, 예술치료 등 심리학과 다른 학문 간의 학제 간 연구의 결과물이지 그 자체가 심리학은 아니다. 미술치료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미대에서, 음악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음대에서 교육과정을 밟는 경우가 많고 아예 특수대학원 형태로 전공이 개설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 심리학과에서 전공이 개설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치료적 기법은 임상심리학이나 상담심리학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지만 심리학과에서 가르치지는 않는다. 최면 역시 마찬가지다. 정신분석적 접근방식을 취하는 임상심리학자들이 있지만, 최면 역시 다양한 기법들 중 하나이지 그 자체가 심리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레드썬'하고 티브이에서 최면을 이용해 전생을 밝히는 일종의 '유사 심리학'이 심리학처럼 여겨지지만 심리학과는 무관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심리학의 각 하위 분야를 구성하는가?
먼저 심리학은 기초분야와 응용분야로 구분된다.
기초분야는 발달심리학, 학습 심리학, 사회 및 성격심리학, 지각 심리학, 인지심리학, 생물심리학 등이 있다. 이들 기초 분야의 심리학들은 주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와 관련된 물음에 답을 하는 학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심리학이 철학에서 분리된 학문이기 때문에 어떤 측면에서 보면 각각의 분야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룬다.
응용분야는 상담심리학, 임상심리학, 범죄심리학, 코칭 심리학, 산업 및 조직심리학, 인지공학 심리학 등이 있다. 이들 분야는 기초 분야의 연구성과들을 기반으로 응용하고 실제로 적용하는 분야에 가깝다. 그래서 대부분, 이들 응용분야 전공자들은 산업현장이나 자격증과 관련해서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심리학회에서는 산하 학회(분과)들을 통해 심리학의 하위분야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으니 참고해보면 좋을 것 같다. http://www.koreanpsychology.or.kr/
사실 한국심리학회의 산하 학회들의 명칭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심리학의 하위 분야에 대한 답이 나오기는 하지만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범죄심리학 분야는 사회 및 성격심리학, 임상심리학을 두루 포괄하는 분야이지만 법심리학 분야에 가깝고, 사회 및 성격심리학에서 범죄심리사 자격증을 부여한다. 또한 여성심리학은 심리학과 내에서 따로 전공분야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예를 들어 여성심리학 전공이라는 대학원 과정을 본 적이 있는가?) 성차 심리학과 같은 과목으로 개설되어 있기도 하고 한국심리학회 내에서는 하나의 분과로 독립되어 있기도 하다.
학제 간 연구의 중요성이나 추세를 보면 기초나 응용 분야를 무 자르듯이 딱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는 그러한 이해가 전제가 되어야 심리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도 접근이 용이하리라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http://cy.cyworld.com/home/46718956/post/5003913A27D5A4ADE8828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