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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걷는 사람들 Oct 22. 2018

심리학 전성시대

#1 왜 심리학이며, 심리학은 무엇인가?

바야흐로 심리학이 전성기를 맞이한 것 같다. 책 이름이며. 방송에서도 '심리'라는 것만 넣으면 어느 정도 먹히는 것 같다.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거나 문외한인 사람은 그렇다 쳐도, 인접 분야건. 적당히 포장되고 가공된 심리학 강의를 들어본 이들도 심리학을 말한다.


그러다 보니 대중들은 정말 '오해의 소지가 있는' 심리학을 보고 듣고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사람의 심리가 심리학의 전유물은 아니다. 정신의학에서도 다루고 철학에서도 다루며, 심지어는 법학에서도, 역사에서도 다룬다. 쉽게 말하면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인문학과 사회과학에서는 '심리학', '심리'를 다룰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심리'와 '심리학'을 혼동해서 쓰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한글과 한국어를 혼동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심리'와 '심리학'을 구분하지 않는 현실이 조금은 불편하다. 대중적으로 친숙하다는 것과 전혀 '심리학'답지 않은 내용으로 심리학이라고 얘기해서 잘 포장해서 판다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다. 후자는 자칫 왜곡되고 편향된 내용으로서의 심리학을 전달하게 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심리학은 예전보다 훨씬 더 대중적이며, 더 친숙하게 되었다. 도대체 왜 심리학이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을까?

1879년 분트의 심리학 실험실을 과학으로서의 현대 심리학의 출발이라든가 철학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사실을 볼 때 심리학은 불과 200년이 채 안된 신생 학문이다. 우리나라에서의 심리학 역시 몇몇 대학을 제외하면 1980년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심리학과가 꾸준히 개설되고 있는 걸 보면 비교적 최근에 들어서야 심리학이 질적, 양적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필자가 처음 심리학을 공부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초등학교 시절인 1980년대,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인 1990년대만 해도 심리학 공부해서 철학관을 차리거나 독심술을 배우는 것으로 오인받던 시대가 분명히 있었다. 1960년대, 70년대 먹고사는 문제가 더 중요한 시기에 '심리'를 말한다는 건 아마 어불성설일 것이다. 


일단, 심리학이라는 학문적인 특성을 파악해야 왜 최근에 심리학이 인기가 있는지 조금은 설명이 된다. 심리학은 '인간(개인)의 마음과 행동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내가 정의한 것이 아니고 대부분의 심리학 개론서에 등장하는 심리학의 정의이다. 심리학의 정의를 가지고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보자. 


첫째, 심리학은 개인을 연구한다. 보통 사람들이 군중심리니 대중심리를 이야기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건 사회학적 사회심리학의 영역이다. 물론 사회심리학이라는 심리학의 분야에서는 집단을 연구하기는 한다. 내집단-외집단의 개념이라든가, 집단극화 같은 개념은 집단으로 연구하지만 그 조차도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시 말해서 심리학에서 관심 있는 개인이며, 특히 '개인차'에 집중한다. 당연히 인간은 모두 다르다는 전제가 심리학에서는 깔려 있다. 그리고 이렇게 저마다 다른 개인을 여러 명 연구하다 보면, 자연스레 '평균'이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다시 먹고 살기 어렵던 60년대, 70년대로 돌아가 보자. 

먹고 살기 어렵던 시절을 지나, 고도의 성장기인 80년대, 90년대에는 성장의 과실을 쫓다가 IMF와 금융위기를 겪으며 저성장의 시대가 왔다. 빈곤과 빈부격차의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우리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으리만큼 풍요한 세상에 살고 있다. 먹고 살기 어려워, 돈 버느라 정작 관심은 개인이 아니었던 시절이다. 국가와 회사와 가족이 우선시되던 그 시절에는 늘 개인은 소외되어 왔다. 그런데, 먹고사는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다 보니 자연스레 개인이 중심이 되었다. 보통 심리학을 '부르주아의 학문'이라고 하며, 1인당 국민소득(GDP)이 30,000달러가 넘어야 대중화되는 학문이라 한다. 아마 최근의 심리학 열풍은 이런 개인에 대한 관심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두 번째로 심리학은 '마음과 행동'을 연구한다. 심리학이 '마음'을 연구한다고 하지만 마음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프로이트가 '무의식'에 대해 얘기하지만 미국 중심의 현대 심리학에서 하나의 가설이나 이론으로 받아들여질 뿐 무의식의 존재에 대해 입증하지 못한다는 것과 유사하다. 그래서 심리학자는 마음을 '행동'을 통해 연구한다. 왜냐하면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독심술이나 최면은 심리학인가? 심리학이 독심술과 같다면 심리학을 오래 공부한 사람은 그만큼 사람의 마음을 잘 읽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사람은 보지 못했다. 또한 상담이나 심리치료의 영역에서 최면이 사용하기는 하지만 최면=심리학이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비주류의 영역이며, 현대 심리학의 주류를 이루는 미국 쪽에서는 차라리 별개의 학문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행동을 '실험'을 통해 연구한다. 물론 실험이 아닌 자기 보고식 설문지나 관찰을 통해 연구하기도 한다. 어떤 연구방법에 의해서든 심리학에서는 명확히 드러난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심리학은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일반적으로 과학적이란 표현은 '반복적으로 검증이 가능한 경험적인'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선험적인 철학과는 다르며, 실험실에서 어떤 대상을 누가 해도 같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의미이다. 심리학은 어떤 의미에서 자연과학과 다르지 않다. 심리학과를 가보면 '실험'이라는 용어에 매우 익숙하며, 많은 연구방법론이나 통계는 자연과학과 유사하다. 우스갯소리로 'function'이라는 영어 단어를 접할 때 인문학 전공자들은 '기능'이라고 이해할 때가 많은 반면, 심리학과 전공자들은 '기능과 함수'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방법론적인 측면과 대상에서 '자연'이 아닌 '인간'일뿐이지 자연과학과 매우 가까운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심리학이다. 


분명 내가 생각하는 심리학이 맞다. 그르다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를 비롯해서 많은 심리학 전공자들이 최근의 유행에 편승해서 심리학을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그릇된 정보를 제공하는 건 여전히 불편하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심리학은 우리나라에서 꽃을 피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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