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민주경희 기고글-2018년 12월]
아래의 글은 경희대학교 총 민주동문회 동문회보 '민주경희'에 2018년 12월에 기고 예정인 글입니다.
처음 학부 때는 사학을 전공했지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학부와 대학원(사회심리학 전공)을 졸업하고 10년 넘게 그와 관련된 일을 해왔네요. 경희대 총 민주동문회 사무국에서 제게 '심리학으로 바라본 세상'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달라 말씀해주셔서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1월인 현재까지 매달 기고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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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의 마무리를 해야 할 12월입니다.
작년 이맘때 글을 쓰면서 시간의 절대성은 누구에게나 동일하지만, 각자가 느끼는 시간은 다르다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올 한 해는 각자 시간이 빨리 갔는지, 아니면 천천히 갔는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가족과 친구, 동료들과의 모임에서 한 해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말하곤 합니다. 어떤 사람은 모든 일이 술술 풀렸던 반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꼭 한 가지씩은 후회하고 있는 일이 있게 마련입니다. 올해 초에 1년 간의 계획을 잘 세웠는데 그것을 실천하지 못해서 후회할 수도 있고,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을 하게 되어 후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후회(regret)를 상향적(upward)이고 자기에 초점을 둔(self-focused), 사후 가정적 추론(counterfactual inference)에 근거한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현재보다 더 나은 상황을 가정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이를테면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혹은 '~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와 같은 감정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런 후회를 경험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사실 후회라는 것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입니다. 후회는 인지적으로는 의사결정과 판단, 선택, 그리고 기회와 같은 요인들과 관련이 있습니다.
후회는 부정적인 감정이기는 하지만 동기부여의 역할을 함으로써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감정적으로 자신에 대한 실망과 아쉬움, 분노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후에 눈 앞에 놓여진 수많은 상황 앞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게끔 하고, 기회를 가지기 때문에 긍정적인 동기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어떤 행동의 결과가 실패라면 실패하지 않게 위해 또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긍정적인 결과를 만드려 내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우리는 크게 보면 2가지 형태의 후회를 경험하게 됩니다. 바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을 때(inaction)의 후회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을 때(action)의 후회로 구분합니다. 계획을 세우고 지키지 못하거나 정해진 시간에 버스를 놓쳐버렸을 때의 후회와 입사를 앞둔 상황에서의 면접 실수로 인한 후회는 다릅니다. 그러면 어떤 것에 대한 후회가 더 클까요? 많은 연구들은 일시적으로는 한 것에 대한 후회가 더 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종국적으로는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후회가 더 크다고 합니다. 인생의 종착역에 다다른 노년에 과연 어떤 일을 하게 돼서 후회하는 것이 기억에 남을까요? 아니면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더 많이 남을까요? 꽤 많은 주변 사람들이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준비하고 실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나이가 먹을수록 버킷리스트의 하고 싶은 일들은 줄어갈 것이고, 그만큼 후회는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후회'에 대한 심리학 연구들은 매일매일 후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가르침을 줍니다. 바로 어떤 일을 할까 말까 고민하기보다, 그리고 안 하는 것보다는 해보는 것이 낫다는 것입니다. 종국적으로는 하지 않아서 하는 후회가 해서 하는 후회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습니다. 많은 기혼자들이 공감하시겠지만 절대 결혼을 한다고 해서 모든 일상이 행복하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싱글로서의 삶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이 느끼는 후회의 감정은 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결혼이냐 싱글이냐는 개인의 선택에 따른 사안이기는 합니다.
올해 무엇인가 하지 못한 후회가 큰 2018년이었다면, 내년 2019년에는 교육, 직업, 연애, 양육, 자기 계발 등에 대한 일종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하나하나 실천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2019년에도 올해와 같은 후회를 느끼기 싫다면 말입니다. 원하는 것을 꼭 결심하고 해 보는 2019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참고문헌]
Gilovich, T., Wang, R.F., Regan, D., & Nishina, S.(2003). Regrets of action and inaction across cultures. Journal of Cross-cultural Psychology, 34, 61-71
Roese, N.J., Summerville, A.(2005). What we regret most...and why.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on, 31 127-1285
[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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