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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걷는 사람들 Oct 18. 2018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방법

#13 [민주경희 기고글-2018년 11월]

아래의 글은 경희대학교 총 민주동문회 동문회보 '민주경희'에 2018년 11월에 기고한 글입니다. 

처음 학부 때는 사학을 전공했지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학부와 대학원(사회심리학 전공)을 졸업하고 10년 넘게 그와 관련된 일을 해왔네요. 경희대 총 민주동문회 사무국에서 제게 '심리학으로 바라본 세상'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달라 말씀해주셔서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0월인 현재까지 매달 기고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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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중년에 이른 40대 제 친구들이나 지인들로부터 ‘살기 어렵다’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됩니다. 잘 살다가 가끔씩 찾아오는 실패야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일생동안 성공의 가도만 달리는 사람은 오히려 보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한두 번도 아니고 반복적인 실패라는 괴물 앞에 좌절하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고, 그저 그 아픔에 공감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 때면 저 조차도 무기력 해집니다. 


반복적인 실패의 경험을 통해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어쩔 수 없고, 내 마음대로 안된다는 부정적인 사고를 심리학에서는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고 합니다. 심리학자인 셀리그만(1967)은 개를 대상으로 한 그의 실험에서, 한쪽 바닥에는 전기충격을 주고, 다른 한쪽으로 피하게 되면 전기충격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합니다. 이러한 절차가 몇 번 반복되면, 개는 전기충격이 오는 쪽을 피하는 방법을 학습하게 됩니다. 그런데 다른 실험에서는 같은 상황이지만 어느 쪽으로 피하든 전기충격을 피할 수 없게 합니다. 그렇게 되면 개는 어떻게 행동을 하게 될까요? 


셀리그만(1967)의 실험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전기충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학습하게 된 개는 그 자리에 그냥 웅크리고 앉아 전기충격이 끝나기를 기다립니다. 바로 ‘무기력’을 학습하게 된다고 해서 이를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부릅니다. 


사실 우울증을 유발하는 수많은 기제들이 있지만 학습된 무기력 역시 우울증을 유발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반복된 실패와 노력을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 나 스스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역시 나는 안돼’, ‘해봐야 소용없어’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반복된 사업의 실패, 반복된 연애의 실패, 계속된 가정폭력과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들, 이들의 경험이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고통을 유발하는 상황만 조금만 벗어나면 될 것 같은데, 그것마저 쉽지는 않습니다. 현재까지도 왜 이러한 학습된 무기력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인지적 과정에 대한 연구나 극복 방법에 대한 확실한 연구결과는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끊임없이 시도하고 어려운 상황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경험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마치 가위에 눌린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몸으로 움직여보려는 그런 시도처럼 말입니다. 손가락 하나를 까딱하는 것일 수도 있고, 발가락을 움직이는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자그마한 움직임들이 가위에 눌리는 상황, 즉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작이기도 합니다. 


학습된 무기력’의 개념을 연구하던 셀리그만이 그 이후 ‘긍정심리학’의 창시자가 된 것은 아마도 ‘긍정’ 역시 학습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그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문득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할 수 있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또한 상황을 완전히 바꾸지는 않더라도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개선시킬 수 있는 ‘작은 성공’을 찾아보고 이를 성취한다면, 그리고 그러한 성취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아마 낙관주의 역시 학습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행복이 절대적인 수준에서 비교하기 어려운 주관적인 개념인 것처럼, 불행 역시 개인마다 자신이 가장 크고 무거운 짐을 짊어 지고 산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누구나 가능성이 있고, 잘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일 것입니다. 


다들 힘내는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문헌]

Seligman, M. E., & Maier, S. F. (1967). Failure to escape traumatic shock.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74(1), 1-9.


[이미지 출처]

https://blog.naver.com/moood37501/221084546558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4493045&memberNo=1962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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