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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걷는 사람들 Oct 17. 2018

모든 사람은 모두 다르다

#12 [민주경희 기고글-2018년 10월]

아래의 글은 경희대학교 총 민주동문회 동문회보 '민주경희'에 2018년 10월에 기고한 글입니다. 

처음 학부 때는 사학을 전공했지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학부와 대학원(사회심리학 전공)을 졸업하고 10년 넘게 그와 관련된 일을 해왔네요. 경희대 총 민주동문회 사무국에서 제게 '심리학으로 바라본 세상'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달라 말씀해주셔서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0월인 현재까지 매달 기고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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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약 75억 명(2017년 기준)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만 5,0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한 번쯤 ‘나랑 성격이 비슷하거나 같은, 일종의 소울메이트(Soul mate) 같은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셨나요? 혹은 학교나 직장에서 나와는  정말 맞지 않는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이 사람은 도대체 나와 왜 이렇게 안 맞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지난 주말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교육을 받았습니다. 심리검사 중 가장 대중적이고 잘 알려진 MBTI 검사는 외향(E: Extroversion)-내향(I : Introversion), 감각(S : Sensing)-직관(N : iNtuition), 사고(T : Thinking)-감정(F : Feeling), 판단(J : Judgement)-인식(P : Perception)의 4가지 차원을 기준으로 하여 인간의 성격유형을 16가지로 구분하는 성격검사입니다. 사실 전 세계 75억 명의 성격이나 우리나라 5,000만 명의 성격을 단지 16가지로 구분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식적으로나 학계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이런 검사는 유형론에 근거하고 있다고 하는데, 특히 성격이론에 대한 특질론자(인간의 성격이 몇 가지 특성으로 구성되며, 각 개인은 모두 다른 성격특성을 보인다고 주장)에게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유형론이든, 특질론이든 성격은 어느 정도 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한다는데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MBTI의 16가지 성격유형

제가 심리학과로 진학을 해서 대학원을 마치고 현재도 그와 관련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질문을 받거나 많이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특히, 제 전공분야인 사회 및 성격심리학 얘기를 하면, 본인의 성격이 어떤지, 좋은 성격인지, 나쁜 성격인지 궁금하다고 질문을 하곤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일부 병리적인 경우(조현병, 우울증, 성격장애, 강박장애 등)를 제외하고는 좋은 성격, 나쁜 성격은 없습니다.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우리는 모든 사람과 마음이 잘 맞는 경우는 드뭅니다. 어떤 친구는 이상하리만큼 나와 의견이 맞지 않고, 어떤 상사 혹은 부하직원은 꼴도 보기 싫을 정도로 갈등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이때 우리는 ‘에이 성격이 저 모양이니 그렇지’라든가, ‘정말 나랑 안 맞아’라고 얘기하면서 상대방을 멀리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제 성격유형은 ENTP입니다. 외향적이고, 직관적이며, 사고형인 동시에 인식형입니다. MBTI 유형에서 보면 매우 특이한 유형(전인구의 2%)이라고 합니다. 아이디어는 풍부하지만 그뿐입니다. 왜냐하면 직관(N)이 발달한 저로서는 감각형(S)이 가진 특성인 구체적인 측면과 실행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매번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말할 때도 주어를 빼먹고 말하기도 하고, 감정보다는 이성과 논리를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 보니 누군가를 위로한다고 해도 ‘영혼 없는 리액션’이라는 말도 종종 듣곤 합니다. 정해진 형식과 규칙을 경시하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일에 지루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만약 ISTJ 유형(우리나라에 가장 많고 공무원이나 직장생활을 잘하는 유형이라고 합니다)이 제 상사라면 매사에 꼼꼼하고, 정해진 방식대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향으로 업무를 처리할 것입니다. 아마 저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고, 상사 역시 어디로 튈지 모르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는 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겁니다. 그런데, 서로가 이러한 성격에서의 차이점을 잘 인정하고 이해한다면 어떨까요? 상사는 저의 아이디어를 칭찬해주고, 저는 그런 꼼꼼한 성격에 맞추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으려고 노력한다면, 오히려 약점을 보완해주는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대부분 사람들은 ‘틀린 것’과 ‘다른 것’은 다르다면서도 ‘다른 것’ 역시 ‘틀린 것’으로 보고 행동합니다. 반드시 성격검사를 하고 그 성격유형대로 자신이 행동할 필요도, 상대방에 맞춰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 사람이 나와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장점이 보인다면 그것은 그 나름대로 인정해주고, 서로의 단점에 대해서는 보완할 방법을 찾아주는 것이 바로 사람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될 것입니다. ‘원래 내 성격은 이래’에서 그치지 않고, ‘내 성격은 원래 이렇지만 이렇게 되도록 노력해’ 가 나의 가족과 친구와 직장동료 사이에서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이미지 출처]

어세스타(www.career4u.net)

https://blog.naver.com/gemmyna/220647403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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