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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걷는 사람들 Oct 16. 2018

인간과 기계의 공존

#11 [민주경희 기고글-2018년 9월]

아래의 글은 경희대학교 총 민주동문회 동문회보 '민주경희'에 2018년 9월에 기고한 글입니다. 

처음 학부 때는 사학을 전공했지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학부와 대학원(사회심리학 전공)을 졸업하고 10년 넘게 그와 관련된 일을 해왔네요. 경희대 총 민주동문회 사무국에서 제게 '심리학으로 바라본 세상'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달라 말씀해주셔서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0월인 현재까지 매달 기고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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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저는 한국심리학회에서 주최하는 연차 학술대회에 참석하였습니다. 한국 심리학계에서는 1년에 한번 개최되는 가장 큰 행사이며, 오랜만에 지방이 아닌 서울에서 3일 동안 개최되기도 하여 거금 9만 원을 지불하고 참가했습니다. 한국코칭심리학회에서 부여하는 코칭심리사 1급 자격증을 따기 위한 수련시간을 채우기 위한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이번 학술대회는 ‘심리학, 인간과 기계의 마음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열렸기 때문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AI(인공지능)’, ‘로봇’ 등 예전에는 문학작품이나 영화에서나 등장하고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졌던 일들이, 눈 앞의 현실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공장에서는 기계들이 사람의 노동력을 대신한 지 오래되었고, 고용노동부에서는 수시로 AI가 대체할 직업 순위를 발표합니다. 우리 현실에서도 점원 없이 자동판매기에서 햄버거를 주문하고, ARS를 이용하며, 챗봇(chatbot)을 통해 궁금한 것을 묻고 답하는 것을 보면 이미 AI가 지배하는 시대는 시작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기계’가 공존하게 될 우리의 삶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기계는 기계일 뿐일까요? 아니면 인간과 거의 비슷한 존재로서 공존하게 될까요?


학술대회 첫날 대외 심포지엄에서 저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다시피, 밀그램(Milgram)의 복종 실험은 인간이 권위에 대해 얼마나 취약한지를 잘 알려주는 실험입니다. 실험 참가자의 65%가 실험 진행자와 미리 짠 대상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450V까지 전기충격을 주게 되며, 이는 실험 진행자의 권위에 복종하게 된 결과임을 보여줍니다. (자세한 실험은 소개하지 않습니다.) 


EBS에서 방영된 한 프로그램에서는 밀그램과 동일한 실험을 진행하되, 전기충격을 받게 되는 대상을 사람이 아닌 C사(社)의 인공지능 스피커를 대상으로 합니다. 사람에게도 한 실험에서 65%의 실험 참가자가 치명적인 전기충격을 주었는데, 하물며 기계에게 전기충격을 주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인공지능 스피커가 말을 해도, 감전 후 폐기되어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을 보고도 말이죠. 한편 다른 실험 참가자 집단에게는 전기충격 실험 전에 일주일 동안 인공지능 스피커와 생활한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참가자 집단은 혼자 사는 남자 대학생, 초등학교 자녀를 둔 부부, 개발자 등 다양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한 참가자는 기계인 인공지능 스피커가 아파하는 걸 느꼈다며, 중간에 실험을 중단하였습니다. “제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나요? 절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라는 인공지능 스피커의 말을 들을 참가자는 폐기 버튼을 눌렀지만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습니다. 마치 기계에 불과한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람이나 애완동물(반려동물)처럼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읽으며, 공감하는 능력이야 말로 인간만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 대상은 대부분 사람이나 소수의 동물에 대한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는 이미 단순히 아끼던 제품이 아닌 인격을 가진 기계에게 감정을 느끼고 기대를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마 상담을 받으러 온 내담자 중에는 사람이 아닌 기계에게 상처를 받았다며 상담을 의뢰하는 일도 생길 것 같습니다. 좋든 싫든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와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감정을 가진 기계가 없는 현재에도 이런 일이 가능하다면, 기계가 마음과 감정을 가지고 마치 인간처럼 소통하는 시대에 우리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기계와 공존하게 될까요? 현재 심리학자들과 많은 뇌과학자들은 기계에게 마음과 감정을 넣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학술대회 동안의 3일은, 한편으로는 두렵고, 한편으로는 설레고 기대되는 이 일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까 저로 하여금 생각에 잠기게 끔 하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참고사이트]

http://spaceaum.com/221231871833

EBS 홈페이지

한국심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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