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민주경희 기고글-2018년 8월]
아래의 글은 경희대학교 총 민주동문회 동문회보 '민주경희'에 2018년 8월에 기고한 글입니다.
처음 학부 때는 사학을 전공했지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학부와 대학원(사회심리학 전공)을 졸업하고 10년 넘게 그와 관련된 일을 해왔네요. 경희대 총 민주동문회 사무국에서 제게 '심리학으로 바라본 세상'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달라 말씀해주셔서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0월인 현재까지 매달 기고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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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어떤 특정 대상이나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stereotype)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편견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키가 큰 사람은 싱겁다거나 ‘작은 고추가 맵다’와 같은 속담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널리 받아들여지는 고정관념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사실 우리의 뇌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도 합니다.
뇌를 정보처리 관점에서 보는 인지심리학 혹은 사회심리학의 사회인지영역에서는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는 관점으로 고정관념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즉, 뇌의 정보처리 역시 효율성의 측면에서 보면, 최소한의 (인지적) 노력을 통해 최대한의 결과(신속한 판단 혹은 옳은 판단)를 가져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고정관념은 빠른 인지적 처리를 통해 의사결정과 판단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고정관념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우리는 매번 어떤 대상이나 사람에 대해 그때마다 직접 경험하고, 대단히 많은 경우의 수를 통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인지를 판단하는 번거로움을 가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사실 고정관념은 어느 정도의 순기능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한편, 이러한 고정관념이 인지적인 요소라면, 특정 대상이나 집단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투영될 때 편견(prejudice)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지역감정이나 특정 인종에 대한 편견,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이에 해당합니다. 더 나아가 단순히 감정적인 차원을 넘어,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 차별(discrimination)이라고 부릅니다. 이와 같이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고정관념, 편견, 차별을 심리학에서는 개념상으로는 구별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편견과 차별이 드러나는 극단적인 정서로는 ‘혐오(Disgust)’가 있습니다. 원래 혐오는 ‘맛이 없다’라는 의미의 라틴어에서 나온 단어라고 합니다. 배설물이나 쥐, 상한 음식 등은 혐오감을 일으키는 원인이며, 전염병을 옮기거나 생존에 위협이 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진화심리학의 측면에서 보면, 혐오감은 생존을 위한 근원적인 정서 혹은 감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특정 대상뿐만 아니라 어떤 집단에 대해서, 즉 자신이 속해있는 내집단(in-group)보다는 잘 알지 못하고 정보가 부족한 외집단(out-group)에 대해 혐오감을 발달시키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난민’에 대한 혐오나 ‘남성 혐오’를 표방하는 일부 페미니스트 집단의 행동들은 편견을 넘어 차별로 표출한 것입니다. 아마 오랫동안 동질적인 인종적, 민족적 특성을 유지해온 한국인들에게는 이민족이며 난민인 그들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성체 훼손에 태아 훼손 사진까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행동들을 하고 있는 단체는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요?
진화라는 것이 수십 년, 수백 년이 아닌 수십만 년, 수백만 년에 이르는 시간의 산물이긴 하지만 저는 최근 여러 혐오 행동들은 우리가 진화로 습득한 생존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취직이 어렵고, 40대가 지나면 퇴직을 걱정하고, 평균수명은 느는데 먹고 살기 여전히 우리의 현실 속에서 난민이 환영받지 못하는 현실. 그리고 오랫동안의 편견과 차별 속에 숨죽이던 여성들의 저항. 어떻게 보면 그만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팍팍한 정도를 넘어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고정관념이나 편견, 차별, 혐오 이러한 것들이 생존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면 결국 그로 인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 또한 우리의 생존과 관련된 가장 기본적인 문제부터 생각해보아야 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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