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을 걷는 사람들 Oct 15. 2018

함께 즐기는 월드컵을 위하여

#9 [민주경희 기고글-2018년 7월]

아래의 글은 경희대학교 총 민주동문회 동문회보 '민주경희'에 2018년 7월에 기고한 글입니다. 

처음 학부 때는 사학을 전공했지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학부와 대학원(사회심리학 전공)을 졸업하고 10년 넘게 그와 관련된 일을 해왔네요. 경희대 총 민주동문회 사무국에서 제게 '심리학으로 바라본 세상'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달라 말씀해주셔서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0월인 현재까지 매달 기고하는 중입니다.  

------------------------------------------------------------------------------------------------------------------------

전 세계의 축제라고 하는 큰 스포츠 이벤트를 우리는 올해 두 번이나 보고 있습니다. 4년마다 열리는 동계올림픽은 우리나라 평창에서, 또 예년보다 열기는 식었지만 4년마다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을 보고 있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을 떠올리시는 분들은 이번 러시아 월드컵 두 번째 경기를 마친 우리나라를 보면 참 실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국가 대항전 경기를 보면 저는 참 신기한 점 하나를 발견합니다. 순위권에 입상해서는 ‘국민들 덕분에’, ‘국민에게 감사하다’, 반대로 패배나 순위권 입상에 실패하면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가 바로 그것입니다. 도대체 선수들은 왜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요? 또 국민들은 선수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었을까요?

확실히 수년 전, 금메달을 따지 못하고 은메달만 따도 ‘국민에게 죄송하다’ 던 선수들의 인터뷰나 국민들의 선수들에 대한 비난은 많이 없어졌습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만 해도 경기 자체를 즐기는 모습에 열광하고 선수들 또한 개개인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스스로 만족을 하는 경우가 많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유독 이번 월드컵에서는 몇 차례 실수를 저지른 우리나라 특정 선수에 대한 비난이 많아 보입니다. 경기를 하다 보면, 선수 개개인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순간의 실수가 상대방의 득점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마치 선수가 최선을 다하지 않아 발생한 것인 것처럼 비난을 하곤 합니다. 두 번의 경기에서 실수를 한 선수는 다른 선수들과 함께 퇴장하지도 못하고, 별도의 통로를 통해 빠져나갔고, 많은 비난은 선수뿐만 아니라 감독의 학연까지 확대되어 가고 있습니다. 


몇 달 전 미투(Me-Too)에 관련된 글에도 언급하였지만 어떤 행동의 원인이 상황에 있음에도 사람에게 있는 것으로 원인을 돌리는 것을 기본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고 합니다. 이러한 오류를 ‘기본(Fundamental)’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에게 나타나는 인지적인 오류이기 때문입니다. 

기본귀인오류 - "사람탓"

아마도 제가 단언컨대, 월드컵이 끝나고 나면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누군가가 지적하면서 ‘시스템의 문제’와 ‘축구협회’의 문제를 언급하리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올랐던 2002년에 비해 해외진출 선수는 더 많아졌고,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걸출한 선수도 있지만, 여전히 한국 축구의 문제는 개인보다는 상황, 시스템의 문제가 더 많아 보입니다. 체계적이지 못한 유소년 육성 시스템과 창의성보다는 성적을 우선시하는 대회 시스템, 폐쇄적이고 학연, 지연이 여전히 강력한 축구협회 등,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다음 2020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까요?

또한 대표팀 내에 멘탈 코치 한 명이 없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한 개인의 반복적인 실수가 전체 팀 구성원들께 미치는 영향력과 위축된 심리를 바꿔야 할 필요성을 감안할 때, 심리학 전문가가 대표팀 내에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놀라왔습니다. 경기에 패배한 선수들의 심리상태뿐만 아니라 경기에 승리하더라도 선수 개개인은 스스로 잘못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회복) 탄력성(resilience) 차원에서라도 선수들의 심리상태에 대한 시스템적인 대안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스웨덴은 8년이나 함께한 멘탈 코치가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언제까지 선수들의 '정신력'만 탓할지 궁금하기까지 합니다. 


이제 마지막 한 경기가 남았습니다. 현재 FIFA 랭킹 세계 1위인 독일이 비록 멕시코에게 패했다고 하나 우리나라에게는 벅찬 상대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4년 동안 열심히 훈련하며, 최선을 다해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비판은 할지언정, 비난은 없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도 최선을 뛰어 준 선수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남겨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저는 선수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에게 부끄럼이 없도록 경기를 뛰어주세요’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공감이 필요한 시대-드라마 '나의 아저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