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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걷는 사람들 Oct 15. 2018

공감이 필요한 시대-드라마 '나의 아저씨’

#8 [ 민주경희 기고글-2018년 6월]

아래의 글은 경희대학교 총 민주동문회 동문회보 '민주경희'에 2018년 6월에 기고한 글입니다. 

처음 학부 때는 사학을 전공했지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학부와 대학원(사회심리학 전공)을 졸업하고 10년 넘게 그와 관련된 일을 해왔네요. 경희대 총 민주동문회 사무국에서 제게 '심리학으로 바라본 세상'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달라 말씀해주셔서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0월인 현재까지 매달 기고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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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근에 종영한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를 요즘 열심히 보고 있는 중입니다. 드라마 초기에는 제목만으로 보면 키다리 아저씨가 어린(젊은) 아가씨를 좋아하고 도와줄 것이라는 오해와 논란의 중심에 있기도 했습니다.  20대 여자와 40대 남자의 관계나 자극적인 폭력장면 때문에 논란이 많았던 드라마였습니다. 


남자 주인공(동훈, 이선균 분)은 40대 대기업의 부장으로 회사 임원진들 간의 사내정치와 대표이사인 자신의 대학 후배와 불륜관계인 아내, 그리고 실직과 반복된 사업실패를 겪은 형, 한 때는 천재 소리를 들었지만 실패한 영화감독으로 살아가는 동생 등으로 인해 하루를 힘겹게 살아갑니다. 동훈은 어떻게 보면 팍팍하게 살아가는 40대, 50대 중년의 위기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한편, 20대인 여주인공(지안, 아이유-이지은 분)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유일한 혈육인 할머니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사채업자를 칼로 찔러 죽인 후, 그 아들로부터 다시 폭행을 당하며 버는 돈마저 사채를 갚아가며 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들은 서로를 위로하려 하거나 여느 40대 중년이 20대 젊은이들에게 하듯이 어떤 조언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밥 한 끼, 술 한잔하면서 묵묵히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줄 뿐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살고 있는 후계동의 사람들 역시, 함께 웃고, 함께 화내고 욕해주며 그렇게 상대방을 이해하고, 공감해줍니다. 


우리는 누군가 어려움을 호소하게 되면, 자신의 잣대로 설명하고, 납득시키려 하거나 자신의 관점에서 조언을 하려고 합니다. 누군가 ‘난 인생의 낙오자야, 아무것도 해 놓은 게 없어’라는 말을 여러분께 한다고 가정해볼까요?


여러분이 하게 되는 말은 다음의 말 중 어떤 것일까요?


1. 그 나이 때는 한 번쯤 다 그런 생각하는 거야

2. 요즘 그런 식으로 자주 생각하는 거 보니까 우울증 초기인 거 같은데..

3. 그건 네가 잘못 생각하는 거야

4. 이게 다 세상이 그래서 그런 거야. 네 탓이 아냐

5. 너도 그래? 어쩜 그렇게 나랑 똑같아?

6. 이 세상에 너보다 더 힘든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7. 어쩜 그렇게 꼬이니.. 정말 안됐다..

8.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9. 내 말 안 듣더니 이제 와서 하는 소리가 고작 그 거야?

10. 한잔 하러 가자


여러분은 어떤 말 혹은 행동을 고르셨나요?


사실 위 10가지는 공감을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공감은 나의 의견이나 선입관을 내려놓고, 과거가 아닌 현재에 초점을 맞추며, 상대방의 느낌에 집중함으로써 가능합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공감’입니다. 저는 예전 코칭 실습을 할 때, 상대방의 말에 일체의 고정관념이나 편견 없이 경청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듣자마자 우리는 머릿속에서 본인이 살아온 인생과 경험을 통해 해줄 말을 먼저 찾고 그 말을 상대방에게 전하려 애쓰곤 합니다. 


경청이라는 것은 오로지 상대방에게만 집중하여 일체의 고정관념과 편견 없이 듣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작 자신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귀를 열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상대방이 아닌 본인 방식으로 해석하고 왜곡합니다. 그렇게 상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비로소 공감이 가능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공감이 단순히 맞장구를 쳐주거나 위로를 하거나 동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드라마 속에서 한동네에 사는 동훈과 지안이 야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그들이 사는 후계동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21년 동안 철저히 혼자였던 지안에게 데려다주겠다면서 함께 지안의 집으로 가는 장면에서 지안은 빨리 40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 나이가 되면 덜 힘들지 않을 거 같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지안의 말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침묵합니다. 동훈의 친구이자 동네 술집주인인 정희는 지안의 팔짱을 끼고 걸어갈 뿐입니다. 그리고 지안을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그래 생각해보면 우리도 그 나이가 안 힘들지는 않았어’라고 나지막이 얘기할 뿐입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한 장면



한번 묻고 싶습니다. 내 주변 사람들이 정말 어렵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 여러분은 공감 잘 하고 있으신가요? 


[출처]*이 글은 한국코칭심리학회 2018년 춘계 워크숍 자료집 ‘비폭력대화’의 자료를 참고하였습니다. 

참고 : 비폭력대화센터 홈페이지(https://www.krnvc.org:5009/index.aspx)

[이미지 출처] tvN 홈페이지(http://tvn.tving.com/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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