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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걷는 사람들 Oct 12. 2018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의 소확행(小確幸)

#7 [민주경희 기고글-2018년 5월]

아래의 글은 경희대학교 총 민주동문회 동문회보 '민주경희'에 2018년 5월에 기고한 글입니다. 

처음 학부 때는 사학을 전공했지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학부와 대학원(사회심리학 전공)을 졸업하고 10년 넘게 그와 관련된 일을 해왔네요. 경희대 총 민주동문회 사무국에서 제게 '심리학으로 바라본 세상'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달라 말씀해주셔서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0월인 현재까지 매달 기고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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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작년 어느 시점까지만 하더라도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라이프가 대세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즉, 자기를 위한 아낌없는 소비와 투자가 자신의 행복을 위하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평소에는 돈을 아껴 쓰지만 쓸 때는 자신만을 위해 사치와 과소비도 과감히 하는 트렌드가 YOLO라고 합니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고, 역사상 부모세대보다 더 가난하다는 20~30대 세대는 어쩌면 미래에 대한 투자보다는 현재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이 합리적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올해는 유독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신조어가 많이 등장합니다. 요즘 SNS를 보면 파란 하늘 사진, 맛있는 음식 사진, 맥주 한 캔 등과 같이 일상의 소소한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이러한 소확행의 유행은 ‘윤식당’이나 ‘효리네 민박’에서 보여주듯이, 방송과 매체의 영향도 큽니다. 아마도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소소한 재미, 여유로움, 따뜻한 자연의 느낌 등을 잘 살리고 이를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한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다른 이유로는 욜로(YOLO)를 통한 행복추구의 결과가 기대만큼 못 미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심리학 분야에서 주관적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이라고 부르는 행복에 대한 연구결과들은 실제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른 결과들을 보여줍니다. 처음에 많은 돈이 주어지게 되거나(복권 당첨) 자기를 위한 일시적인 소비를 하게 되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정서 예측-affective forecasting이라고 합니다). 실제로도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초기에는 행복수준이 급격히 상승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사람은 곧 정서적 적응이라는 기제를 통해 행복수준이 원래의 수준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행복은 강도나 크기가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행복이라는 것은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훨씬 더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 하는 것이 정설입니다. 즉, 행복은 긍정적 정서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Happiness is the frequency, not the intensity, of positive effect.). 그래서 작고 소소한 행복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때, ‘행복하다’라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이런 이런 소소한 행복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최근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은 바로 ‘관계’입니다. 진화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를 원초적으로 바라본다면, ‘생존’이 가장 중요합니다. 생존은 혼자 고립된 상태에서는 어렵습니다. 종족번식을 위한 섹스도, 먹이를 구하기 위한 사냥도, 채집과 식사 역시 인간이라는 관계를 통해 이루어져 왔습니다. 섹스에서 쾌감을 느낀 사람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을 것이며, 음식의 맛을 잘 느끼는 사람이 더 많은 음식을 얻기 위해 노력했을 것입니다. 즉, 생존을 위한 결과로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됐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이 목적인 듯,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는가를 고민합니다. 그렇지만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사실 행복은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써 발전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만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행복하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장 원초적인 장면에서 볼 때 행복을 1장의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바로 ‘좋아하는(사랑하는) 사람과 음식을 먹는 장면’입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별로 좋아하지 않은 사람 혹은 싫어하는 사람과의 관계, 맛없는 음식, 생존과 관계없는 일 들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이런 상황에서 종종 하게 되는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라고 말은 어쩌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이 그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 가족도 좋고, 연인도 좋습니다. 소확행이라는 것은 바로 내 가장 가까운 사람과 맛있는 밥을 함께 먹는 것이 아닐까요? 그것도 자주 말이죠.



[참고문헌]*이 글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제 은사님 서은국 교수의 책, 행복의 기원(21세기 북스, 2014)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0397645&memberNo=15523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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