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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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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gistory Apr 29. 2016

사진. 액자

이제 사진을 남긴다.

어릴 때는 그랬다.

엄마가 집 벽에 온통 액자에다가 내 사진을 담아서 걸어두셨었다. 그때 나는 우리 집에 걸려 있는 내 사진에 괜한 심통을 부렸었다. ‘아유. 그걸 뭐하러 걸어…’ 핀잔 아닌 핀잔에도 ‘왜? 좋기만 하구만!’ 하시면서 벽이며 책상 위며 그렇게 사진들을 전시(?)하셨다. 당시 우리 집안에는 나의 대학교 졸업이 엄청나게 중요하고 큰 이슈였음에도, 나는 졸업 앨범을 구매 조차 하지 않았었다. 엄마는 당시 졸업식에 동행했던 동기 녀석이 찍어준 몇 장의 사진들을 인화해서 심지어 확대까지 하셔서 벽에 또 걸어두셨다. 나는 내 사진이 벽에 걸리는 게 참 불편했었다. 


이제 나는 사진을 벽에 걸고 붙인다.

나는 결혼을 했고, 아이가 생겼고 그렇게 작은 가정을 꾸리고 있다. 결혼을 하고나서도 함께 했던 추억들을 휴대폰으로 많이 찍어두고 꽤 자주 그 날들을 돌아보곤 했었다. 그 때, 신혼 때에도 벽에 걸려 있던 사진은 결혼 사진 하나. 물론 책상이나 선반 등에 다양한 결혼 사진을 올려 놓고 있었지만, 막상 아기가 생기고 나니 이제 사진과 액자에 대한 다양한 욕구가 샘 솟고 있다. 양가 부모님에게도 아기 액자를 드리고 싶고, 벽에도 걸고 싶고, PC 바탕화면에도 깔고 싶고, 매일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되었다. 


부모가 되었다.

그렇게 나도 아빠가 되었고, 부모가 되었나보다. 며칠전부터 계속 찍스와 스냅스를 들락달락 거리고, 모바일로 편하게 주문할 수 있는지, 포토북은 어떤게 예쁠지 등등을 둘러보고 있다. 그리고, 겨우 아주 겨우 이제야 엄마가 벽에 내 사진을 즐겁게 걸어 두셨던 이유를, 글로가 아닌 마음으로 느끼고 있다. 아이를 키워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던류의 어른들의 이야기는 이제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나에게 공감하는 명언들이 되고 있다. 사랑한다는 말이 점점 더 깊게 느껴지는 나이와 세월을 보낸다.



※ 더 많은 이야기 읽기 : sigistory ; Just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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