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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gistory May 22. 2019

가치관. 그리고, 오늘

우리의 판단이 결국 우리의 가치관이다.

우리는 거의 매일 2시간 정도의 대화를 나눈다.


출근 때 1시간, 퇴근 때 1시간 그래서, 하루에 보통 2시간 가량을 와이프와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날 또는 전날의 이슈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대부분 대화 주제의 70% 가량은 아이에 대한 이야기와 30%정도는 일 또는 다른 일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제다. 이렇게 매일 매일을 대화를 하다 보니, 반대로 이렇게 매일 부부가 이야기를 나누지 않으면 서로의 삶 깊숙한 곳들이나 생각들 그리고, 부딪히는 가치관들을 조율하는 일이 엄청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의 현상에 대해서 바라보는 관점이 아무리 부부라도 다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다름을 인정하기 이전에 무엇이 다른지에 대한 서로의 의견과 생각을 나누는 일이 수년간 이어져 온 우리의 일상에 대한 패턴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당연히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서 엄마와 아빠, 부모가 갖는 생각은 꽤나 다르다. 엄마와 아빠 객체의 성장 과정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남자와 여자로 나누는 생물학적인 분류를 이성적인 판단의 잣대로 나누던 시절을 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의 대화는 부딪히는 구간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방과후 활동을 왜 하는데. 엄마나 아빠가 최대한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지. 어떻게 고작 3~4살 밖에 되지 않는 아이를 5시, 6시까지 기관에 맡길 생각을 해? - 나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퇴근 시간을 꼬박꼬박 맞춰서 퇴근하는 매일이 언제까지 가능하겠어? 그리고, 지금도 퇴근하면 허덕대는데, 지금 애를 봐주는 사람이 없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해야 하잖아? 그리고, 다 그것도 비용이 되는거잖아? - 와이프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떤 주제에 대해서는 서로가 너무 상반된 의견을 주고 받지만 한쪽에서 받아들이기에 기분 나쁠 때가 더러 있어서 대화를 더 잇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도 하고, 한쪽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또 어떤 때에는 공감하며 수긍할 때도 있다. 우리가 함께 결정하는 것들이 우리의 일상을 이끌어 가는 가치관이기 때문에 우리가 내린 결정에 따른 결과가 어떻게 되더라도 우리가 함께 받아들이고 대처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당시에 내렸던 결정이 비록 당장은 ‘잘못되었다’라고 판단할지라도 실제 그 판단 역시 ‘당시’의 판단이고, 이 결정으로 인한 나비효과를 우리는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고 믿는다.


우리의 판단이 결국 우리의 가치관이어야 한다.


마냥 즐겁기만 했던 둘만 지내던 신혼의 시간이 지나가고, 아이가 생기고, 아이가 모유를 먹고, 이유식을 먹고, 걷고, 뛰고 그렇게 4살이 되자 우리에게는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위대하고, 엄청난 일임을 더욱 더 깨닫게 된다. 그리고,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는 더 큰 고민에 빠졌다.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가장 단순한 잣대를 들이대라고 한다면, 나는 언어라고 믿는다. 그 언어는 식별이 가능하고, 생각이 담겨있고, 상황과 감정을 담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고, 생각과 판단 그리고, 기호를 이야기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가 아이와 나누는 대화 그리고, 아이에게 가르치는 삶에 대한 모든 것들이 적어도 아이가 자신만의 신념과 가치관이 생기기 전까지는 부모의 가치관을 그대로 이어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가치관은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가 일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관점은 무엇일까? 그 가치관에 따라서 우리의 아이는 부모의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받아들인다. 설령 그게 옳든 그렇지 않든간에 말이다. ‘사람을 때리는 건 좋지 않은 행동이야’, ”밥 먹을 때는 한자리에서 먹는거야’, ‘장난감은 친구들과 같이 나눠서 갖고 노는거야’, ‘목욕할 때에는 바닥이 젖어 있어서 미끄러질 수 있으니까 뛰지 않는거야’, ‘할머니한테 말을 예쁘게 해야지’, ‘삼촌이나 이모를 만나면 인사부터 하는거야, 알지?’, ‘수면등 끄면서 우리 인사해야지?’ 등등 어른들에게는 어쩌면 필요 없을 수 있는 기본적이고 개인적인 것일 수 있겠지만, 우리가 이런 교육과 훈육을 하는 이유는 사실 한가지이다. 


함께 살아가기. 그 함께 살아가기는 사회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는 모든 동물이 가지고 있는 본성이자 사회성인 셈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가치 기준을 설명하기 이전에 우리가 아니 모든 부모들이 하는 가장 첫번째는 ‘옳은 방향 제시’가 아닐까 싶다.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옳은 방향들에 대한 언어적인 표현과 가르침. 어느 시점이 되면 아이는 슬슬 되묻기 시작한다.


왜?


부모의 가치관이 실제로 발현되는 시점이 바로 이 시점이 아닐까? 옳고 그름에 대한 나름의 기준은 있지만, 실제로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것들은 답하기가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매일 매일 만나는 자연 현상 부터, 복잡한 사회적인 현상까지 우리가 아는 수준에서 답을 하더라도 우리 스스로에게 물음표가 여운이 남는 상황들이 부지기수로 발생한다. 그 오묘한 지점에서 부모의 가치관이 드러나는 것 같다. 왜 이렇게 되어야 하고, 왜 이렇게 말해야 하고, 왜 이렇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모의 기준선. 우리는 고작 이제서야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서 기준선들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그랬으면 좋겠어. 오늘,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관들을 명문화해서 어딘가에 적어 놓지는 못했지만, 수 많은 시간 동안 와이프와 내가 나눈 대화들 속에 나는 우리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믿는다. 와이프는 가끔 개똥철학이라고 웃어넘기지만, 내가 살아온 인생에서의 숱한 과오와 시행착오, 사람에 대한 생각과 사회에 대한 생각 그리고, 바로 오늘을 통해서 배우는 수 많은 경험들이 ‘나’를 만들어 주었고, 내일의 ‘나’도 만들어 줄거라고 믿기 때문에 고집과 아집 그걸 아름답게 표현한 가치관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 


그랬으면 좋겠다. 오늘, 지금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날이고 시간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오늘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즐기고, 더 많은 꿈을 꾸고, 그래서 ‘우리’가 조금은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었으면 하는 것. 설령 ‘오늘’은 그렇지 못했더라도 ‘내일’은 그렇게 될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오늘을 중요하게 살아가면 좋겠다. 그러면 내가 혹은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 보다는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내일이 더 아름다울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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