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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 mei mi Oct 05. 2020

희극지왕(喜劇之王)에게 배웠다

주성치가 건네는 꿈의 위안




<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 >





한 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마지막 글을 9월 16일에 블로그에서 완성했으니 정확히 18일간의

시간을 덧없이 흘려보냈다. 어느 유명한 가수의 은퇴 사유였던 창작의 고통으로 인한 단절의

시간도 아니었다. 추석 기간에도 꾸준하게 좋은 글을 발행하시는 많은 작가님들을 보며 "이러

면 안돼, 본받아야지.." 하면서도 좀처럼 손가락을 움직 일 수 없었다.



스멀스멀 등허리에서 시작된 방사통이 조금씩 강도를 높여 발가락까지 도달할 때, 허리를 누일

수 있는 침대로 향하고 만다. 올해 3월 수술했지만 여전히 불현듯 찾아오는 통증은 적응이  안

된다. 잠시 허리를 펴서 쉬게 하려는 목적이었지만 이내 깊은 잠에 빠진다. 시트는 극세사 재질

로 보송보송. 그런데 내가 누울 때이고 간 게으르고 무한 기운이 끈적하게 표면에 엉기는 

기분이 든다. 그런와중에도 거치대를 이용해 스마트폰을 꽃아 유튜브 영상 스크롤을 왔다 갔다 

했다.



... 나는 잉여인간.


"한심하기 짝이 없군. 정처 없이 유튜브를 기웃기웃하기나 하고.."


그때였다. 영화를 리뷰 해주는 채널에서 <희극지왕>을 소개했다. 15분 정도의 리뷰 영상을 보고

오래전에 보았던 이 영화를 다시 찾았다.







<  영화 포스터 역시  주성치 답다.^^ /  이미지 출처- 구글  >







1999년도 홍콩영화로  배우 주성치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 희극지왕 >. 주성치가 분한 윤천구는 엑스트라로

일하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배우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현장에서는 동료 엑스트라들을 독려하며 그

들도 자신처럼 연기에 대한 진정성을 갖길 바란다. 그는 근근이 하는 보조출연으로 어려운 생계를 이어가고자 동네 복지관에서 근무한다. 연기가 고픈 배우였기에  아르바이트 공간에서도 무료로 사람들에게 연기를 가르쳐 준다. 더불어 간이 무대를 만들어 즉흥 연기로 공연을 하지만 관객은 한 두 사람. 하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봐주지 않는다.





<  영화 이미지 출처- 유튜브 >





어렵게 대타로 맡은 위험한 연기. 얼굴이 보이지 않고 등만 나오는 장면에서도 캐릭터의 내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를 고심하는 그였다. 그러나 영화감독과 촬영 스텝의 협의가 계속되고 정작 중요한

'cut' 소리는 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 양팔에 붙인 불의 온도가 한계점에 다다르고, 결국

뜨거움을 참지 못해 뒤돌아서 얼굴을 보이게 되어 촬영은 실패하게 됐다. 분명 최선의 노력이 과정에

들어갔지만, 완수 하지 못 한 것은 실패라는 이름으로만 불린다. 차갑게 식은 저렴한 도시락도 주어

지지 않는 냉랭한 현실. 그럼에도 그는 마을 아이들과 어설픈 무대라도 만들어 연기를 지속해 나가는

뜨거운 배우다.





우리나라 A매치 축구 경기 단골 해설 맨트인 '한국인의 정신력'이 내게도 있을까? 아니 그건 없나

보다. 그게 있었다면 그 긴 공백의 시간이 설명이 안된다. 데님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내게 멈춰 버

린지도 1년 4개월. 오랫동안 밥벌이를 못 한 자격지심이 만든 우울과 무력감. 5월에 시작한 글쓰기

는 곧바로 현물처럼 금전적 이익이 되어 돌아오는 행위가 아니기에 "뭣이 중한데"라는 마음속 외침

과 함께  18일 동안 그저 손 놓고 있던 거였다. 솔직한 내 심정을 영화를 보며 마주 했다.






넘어지고 깨져도, 앉으나 서나 연기밖에 없는 영화 속 주인공. 언제나 노력하는 그 사람이 바다를

보며 외쳤다.


"노력! 분발하자!"


영화의 오프닝을 열었던 이 장면은 지금 것 삶을 보노라면, 통곡해도 괜찮을 상황이다. 그런데 울지

않고 짧고 굵게 말할 뿐이다. 지금의 현실은 작은 미소 한번 지을새 없이 삭막하지만, 언제고 잔잔한

물결 같은 웃음이 만발할 내일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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