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솔 Nov 02. 2023

추석 때

”엄마, 추석 때 그런 말 하지마.“


지인이 자기 딸이랑 동생을 맺어주자고 한다면서 ”쟤가 살만 빼면 내가 소개해 줄 사람 많은데 답답해 죽겠어.”라고 했을 때 내가 한 말이다.


”이모, 추석에 그런 말 하면 안 된대요. 신문에 나왔어요.“


이모가 이십대 후반인 자기 아들에게 “어릴 땐 영재였는데 왜 이렇게 됐니?”라고 했을 때 내가 말했다. 이모가 웃으며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 추석에 그런 말 하면 안 된대요.“ 


어머님이 현관에서 작별 인사하는 조카에게 ”장가 가라.“ 했을 때 내가 어머님 어깨 위에 손을 얹고 밖으로 끌고 나가며 속삭였다. 


추석 때 그런 말 하면 안 된다. 김영민 교수가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에서 했던 말이다. 취업했냐 묻지 마라. 결혼했냐 묻지 마라. 애 안 낳냐 묻지 마라. 둘째 안 낳냐고도 묻지 마라. 


나는 시할머니께 들었다. 하나만 더 있으면 얼마나 좋아. 나중에 외로워서 어째. 올해도 나는 숙달된 미소를 지어보였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어차피 일 년에 두 번 뵙는다. 


아직도 ‘추석이란 무엇인가’ 칼럼을 안 읽은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어르신들이 읽어야 하는데 오히려 청년층이 더 많이 읽은 듯하다. 칼럼아 널리 퍼져라. 특히 어르신들에게 퍼져라. 널리널리 퍼져서 추석이 무엇인지 널리 알려라. 

매거진의 이전글 죽음에 대한 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