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교진 Dec 30. 2023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가진 사회로

연세대 젠더연구소 김영미 소장에게 듣는 불평등 완화 대안

한국 사회의 다양한 갈등 중에 특히 심각한 문제가 젠더 갈등이다. 용어 하나에도 의도와 목적에 따라 부정적 의미를 덧씌워 대립 구도로 만든다.  젠더 문제의 뿌리에는 노동시장의 문제가 있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한 채로 켜켜이 쌓아  근현대사가 있다. 연세대학교에 이러한 젠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학술활동, 사회혁신활동, 교육 등을 지원하는 ‘젠더연구소 있다. 2002 개원한 ‘여성인력개발연구원 여성의 사회진출에 관한 교육 련과 연구 등을 수행하는 목적이었다면, 2007 여성인력개발연구원을 계승한 젠더연구소는 여성학 연구와 정책개발에   집중해 여성학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여성학 연구와 성평등을 위한 학술활동을 지원한다. 황금색 자줏빛 가을이 겨울옷을 입으려는 길목에서 젠더연구소 소장 사회학과 김영미 교수를 만나 갈등의 원인과 현황,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사진 copyright 김도균 작가


젠더 문제의 근원에 있는 노동시장의 문제

김영미 소장은 연세대에서 사회학 석사를 하며 “백화점 작업장 체제”를 주제로 논문을 썼다. 백화점은 다양한 직책과 직위, 성역할이 혼재해 운영되는 곳이다. 그 안의 판매 직원은 이 거대 기업의 말단 근로자다. 전망이랄 게 없는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는 백화점 작업장의 말단 근로자를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논문으로 김 소장은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이후 코넬대학교로 건너가 1990년대 이후 미국 노동시장 재구조화에서 사람들의 경력이동에 영향을 미친 패턴을 연구했다. 그 패턴의 차이에서 불평등을 강화하는 요인을 분석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소장이 일찍이 말단 근로자, 불평등을 겪는 사회 약자에 집중한 까닭이 궁금했다.

“저는 특별히 사회 약자에게 관심을 두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관심이었죠. 사회의 핵심이 하부계층의 고통에 있다고 본 거예요.”


사회계층과 불평등, 젠더사회학, 사회통계학, 사회조사방법 등이 세부 전공인 김 소장은 남녀 문제의 갈등 양상에 국한해 이야기하기보다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 문제에서 젠더 이슈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2021년부터 젠더연구소 소장을 맡았다.

“젠더연구소는 크게 3가지 미션을 가지고 있어요. 성평등 학술활동 지원, 학부생과 대학원생, 연구자들의 여성학 학술커뮤니티 지원 그리고 젠더 관점에서 지속 발전 가능성을 고민하는 사회혁신 활동 지원입니다.”


젠더연구소는 정책개발을 위한 학술콜로키움, 전문가포럼, 성평등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특히 일터와 일상에서 편견, 고정관념 때문에 일어나는 무의식적 차별을 줄이는 다양성과 포용성 워크샵을 주최하고 있다.     


사회학자로서 김 소장이 젠더 문제에 집중한 배경에 대해 들어보았다.

“노동시장에 관심이 많었어요. 제 정체성이 ‘불평등 연구자’고요. 미국 노동시장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쓴 뒤 한국에 돌아와 노동시장을 연구하는 데 임금 불평등 문제를 파고들수록 젠더 문제가 보이는 거예요. 한국은 이례적으로 남녀의 임금 격차가 높습니다. 이례적이라고 한 것은 어떤 이론으로도 한국 남녀 임금 격차의 불평등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임금 격차의 정도도 크고 그 패턴도 특이해요. 한국의 임금 불평등, 경제 불평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젠더 불평등을 이해해야겠기에 젠더 문제를 연구했어요.”


현재 한국 사회에 고임금을 받는 여성 임원이 과거보다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 남녀 불평등은 해소되고 있을까? 김 소장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남녀 임금 차는 34%에요. OECD 국가 평균이 12~13%이고 한국은 최하위죠. 그런데 한국의 고학력 여성이 얼마나 많아요? 학력은 남녀 차가 없어졌는데 임금 차는 여전히 크다는 것이 이례적이죠.”     



《82년생 김지영》 이슈

젠더 갈등의 첨예한 지점에 있는 책이 82년생 김지영》이다. 남성이라는 존재 자체가 스펙인 사회라는  논쟁을 일으키며 많은 독자가 읽었고 영화로도 제작됐다. 호평과   비판이 동시에 일어난  책은 한자 문화권인 중국, 홍콩, 대만, 일본 등에서번역돼 모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우리와 비슷한 가부장적 분위기인 나라들의 젠더 감수성이 지극히 낮아  책이 동시다발적으로 각성을 일으킨 것일까?

“공감하게 되는 뿌리가 있죠. 《82년생 김지영》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 읽어도 공감할 거예요. 우리가 유토피아에 사는 건 아니잖아요? 젠더 갈등 소재는 전 세계 누구나 겪는 사회적 고통의 뿌리와 맞닿아 있어요.”


넷플릭스로 세계 각국의 드라마를 쉽게 볼 수 있다. <겨우 서른> 같은 인기 높은 중국 드라마를 보면 세계적인 무역도시 상하이에서 우리나라 80년대 수준의 남녀 인식이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국의 성평등 의식보다 훨씬 나은 수준일까? 김 소장은 이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는 비교 사회를 분석할  단선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요. 낮은 상태에서 높은 상태로, 단순한 상태에서 복잡한 상태로,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상상하지만, 사회 문제로 불평등이 나타나는 양상은 너무나 복잡합니다. 불평등은  사회의 역사적 맥락에서 펼쳐진다는 거예요. 중국의 젠더 감수성이 우리의 20 전이 아니고, 우리가 스웨덴의 30 전도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 사회의 역사에 뿌리를  불평등 모습이 있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죠.”


,  소장은 다른 나라를 대상화해서 한국과의 차이를 발견하기보다  사회와 우리의 공통 문제는 무엇이고, 문제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 없지만 우리에게서 독특하게 나타나는 불평등의 양상을 연구해 해결해 가고, 우리의 문제가 발현되지 않은 나라의 특징이 무엇인지 모색해 불평등을 공동의 문제로 여기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소장은 다른 국가의 사회 불평등 모습에서 우리의 나은 수준을 찾아 안심하기보다 우리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사례 분석을 통해 연구하고 공동의 해결책을 찾는 것이 성숙한 관점이라고 말한.     



한국의 독특한 불평등 패턴

우리의 역사적 문화적 불평등 문제의 근원은 노동시장에 있어요. 한마디로 한국 노동시장은 분절성이 강하죠.  분절성이 만들어지면서 엄청난 속도로 경제가 발전했어요. 불과 수십  만에 급성장하며 불평등 양상이 뿌리 깊게 박혔죠. 대기업 중화학 공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고, 거기에 거대한 하층 산업이 존재해요.  하층의 고리에서 원청과 하청  권력구조의 불평등이 일어나고 이에 기반해 생산해 왔죠.”


경제 발전의 초석을 이룬 3공화국 시절, 수많은 어린 여성이 공장에서 생리휴가도 없이 밤낮으로 재봉틀을 돌렸다. 외화벌이에 나선 간호사들 또한 자기 행복의 선택권이 없었다.

 기억이 우리에게 계속 남아 있어요.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떠나 여전히 우리에게 익숙한 패턴으로 작용하죠. 이를테면 나이  사람이 젊은 사람을 이끌어야 하고, 남자는 리더로 여자는 옆에서 보조하는 역할을 해야 일이 잘된다든지, ‘분위기 좋잖아이런 식의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오죠. ‘똑똑한 천재  명이 수천 명을 먹여 살리는 거야’, ‘ 천재  명을 위해 희생하는  모두를 위해 좋은 거야라는 식의 익숙한 생각이 결국 불평등한 일상을 만들고 있죠. 한국 노동시장에 뿌리를  불평등 양상이 바로 이런 사고 익숙함에 있습니다.”     


사람은 자기 경험을 인생의 진리로 삼고 산다. 문제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익숙하게 여기는 리더들이 사회 상부에서 시대정신을 지휘하는 한 불평등이 개선될 여지는 없지 않을까?

“결국 우리가 어떤 조건에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우리의 소통이 상호작용해서 조건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노동시장의 조건이 바뀌어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가족관계가 바뀌어 젠더 문제 해결이 가정에서 이뤄지면 많은 불평등 문제가 빠르게 변화되지 않을까요? 그런 역동적인 변화가 한국 사회의 저력이기도 하고요.”     


불평등을 일으키는 조건을 바꾸는 대안

 소장은 노동시장의 조건을 바꿀  있는 대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말하고 싶은 부분을 꼬집어  기쁨을 표하듯 목소리에 힘을 실어 말했다. 불평등 해소의 핵심은 노동시장의 조건에 집중하는 거라며.


국가 정책을 만들  중요한 초점이 노동시장의 조건을 변화시키는 거예요. 국회에서 정책을 만들어도  흘러가지 않습니다. 왜냐면 우리나라는 분절 노동시장이라는 조건 때문에 정책을 시행할 공간이 한정적이에요. 국회는 주로 대기업, 공기업, 정규직을 표준으로 노동정책을 만들어요. 그래서   군데 관련 현장은 시행 다수가 일하는 중소기업은 시행 어렵죠. 그래서 정책을 만들  제도를 어떻게  것인가보다는 제도를 실행할 조직과 기업의 생리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요. ‘해당 조직이  제도를 적용할  있을까?’,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끊임없이 질문하되 중소기업이 바뀌는 정책을 만들어 지원해야 합니다.”


김 소장은 제도 개혁과 조직 개혁,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지 않으면 노동시장의 변화는 어렵다고 강조한다.     


‘성평등’과 ‘양성평등’, 낙인의 언어

성평등과 양성평등의 차이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남녀갈등을 ‘젠더문제라고 표현하면 정치적 의도가 있다 편견을 가진다.  소장은 이런 문제가  문제가 되는지 이해가  된다고 한다.


“성평등과 양성평등, 둘 다 영어로 젠더 이퀄리티(Gender Equality)에요. 한국은 지난 몇 년간 정치적 변화에서 낙인의 단어를 많이 만들어 냈어요.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정치적 이득을 위해 만든 낙인의 단어가 많아지면서 별 차이 없는 용어를 상반된 의미로 쓰고 있죠. 이런 낙인의 언어는 결국 문제 해결에서 멀어지게 하죠.”


‘성평등 No! 양성평등 Yes!’ 같은 용어를 쓰는 건 그 말을 만들어 낸 사람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다. 낙인의 단어는 배제하고 문제 본질에 집중하도록 하는 언어로 새로운 서사를 쓰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     

“두 단어는 젠더 다양성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의 논란에서 비롯됐어요. 오직 남녀 두 개의 성만 인정하는 ‘양성평등’과 성소수자까지 품는 ‘성평등’이라는 말로 구분해 논쟁하죠. 이런 논란을 일으키는 이들에게 ‘양성평등’이 무엇인지 묻고 싶어요. 남녀가 다른 존재임을 인정하지 않고, 소수자의 존재를 사회적 성 관념에 기초해 부인한 뒤 편견과 낙인에 기반해 갈라놓고 고정관념의 관계로 몰아넣는 건 평등이 아니죠.”


성평등, 양성평등의 용어 구분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우리의 상상력을 소진시킨다. 용어의 차이를 규정해 논쟁하는 건 의미가 없다. 사회가 나아갈 바를 향해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게 한다. 소수 집단을 인정하지 않고 가치를 절하하고 그것에 기초해 역할을 제한하며 목소리를 차단하는 것이 양성 불평등의 모습이다. 양성평등의 핵심은, 사회 범주가 주는 억압,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의사소통하고 관계를 맺게 하는 데 있다.     



아레나에서 벌어지는 싸움, 그 관전을 멈추고

남녀가 서로를 존중하는 목표를 향하지 않고 여성 우월성을 주장하는 집단도 있다. 남성 우월성에 대해 미러링 효과를 주고자 했다지만, 결국 남녀 혐오의 극렬한 전쟁판을 만들어 벌이고 있다. 일단의 이런 현실에 대해  소장의 고견을 들어보았다.


미래지향적이고 바람직한 생각을 하자면, 우리가 지금 하는 이야기에 담긴 독성을 먼저 빼야 해요.  톡식한 것이 이대남, 이대녀, K-페미니즘, 페미라는 낙인의 언어예요.  프레임 안에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요. 싸움이 일어나는 양상을 자세히 들여다본다고 해서 해결책이 생기지 않거든요.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해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묘사하는 것으로는 해결이  됩니다. 백신을 만들어 내야 하죠.”


문제를 묘사하는 것으로는 해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싸움의 양상에서 눈을 떼고 근본적인 과정으로 눈을 돌려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있다.  소장은 이대남, 이대녀 등의 용어로 한국의 2030 남녀갈등 문제를 진단하는 순간 문제 해결의 상상력이 막힌다고 한다.


마치 아레나가 있고  안에서 2030 남녀가 패싸움하는데 관중석에서 '쟤넨  저렇게 싸워?' 하면서 보고 있는 느낌이에요. 관중석의 우리는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것처럼 말예요. 그런데 사실 남성과 여성을 둘러싼 갈등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없는 시대죠. 특히 2030 젠더 갈등의 영향 속에서 살아가는 세대에요. 남성과 여성의 온라인상 갈등의 문제에는 노동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불평등한 노동 구조에서 형평성이 무너지고 적대감이 쌓이니까요.”     


 소장은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노동시장에서 ‘피해자 경쟁 들었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부족하고, 자본 분배의 불평등이 커질 것이란 불안한 예견에서는 자신이 받을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한국은 IMF 이후 노동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줄었다. 일하는 사람의 파이가 적어진 현실을 살피고 노동시장을 개혁노동자가 일한 만큼 충분히 수확해 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상호 연대해야 하는데 여전히 피해자끼리 경쟁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 구조의 불평등은 2030 남녀의 온라인 전쟁을 부추긴다.     

 

사진 copyright 김도균 작가

    


대안은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지향하기

우리는 젠더 문제를 묘사하는 자체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고민하는 지점으로 넘어가야 한다. 문제 묘사는 이미 충분하다.

젠더 문제 해결은 문제 심각성을 인지한 사람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것이 필요해요.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중요시하는, 글로벌기업이 강조하는 개념이 ‘얼라이십(Allyship, 서로의 편이  주기)’입니다. 먼저 깨달은 사람이 문제 해결을 위해 여성과 소수자의 편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줘야 합니다.”


젠더연구소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즉,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으로 인종, 성별, 장애 유무 등에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리더를 배출하는 교육에 진력하고 있다.

“DEI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글로벌기업과 유엔 국제 조직에서는 새로운 지향점과 목표로  있어요. DEI 함양에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죠. 최근  조지 플로이드 살인사건  인종 갈등이 심각해지고 사회 정의 운동이 요구됨에 따라 사회의 일원으로서 기업이 무엇을 할까 고민하며 DEI 경영을 내세웠어요. 미국의 대학들도 DEI 실천하는 교육에 힘을 쏟고 있죠. 젠더연구소는 연세인 모두가 ‘DEI 리더 되는  미션을 두고 있습니다.”

     

연세대학은 젠더연구소의 지원을 통해 DEI 가치를 선제적으로 함양해 한국 사회의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가치를 높이고자 한다. 인적 다양성의 강점에 주안점을 두고, 형평성의 균형을 갖고, 포용하는 사회 혁신가! 사회 구성원 모두가 DEI 개척해 가는 역량을 갖추어 문제 해결의 얼라이십(Allyship) 형성해   있길 기대한다.


_글 황교진 / 연세소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