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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초 Aug 28. 2023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내가 좋은 사람이냐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그럼 나쁜 사람이냐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라고. 모두가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되긴 해도, 내 눈엔 좋은 사람이 분명히 보인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 물론 그의 바닥은 그만이 아는 것이지만, 타인에게 힘 들이지 않고 99%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 것만으로 정말 좋은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힘 들이지 않고'라는 것 자체가 나의 착각일 수도, 그렇다면 나는 왜 이렇게 남들처럼 좋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것에 괴로워하는 걸까.


지금 내 일터에서는 나와 말도 섞지 않으려는 사람이 한 명 있고, 옛 친구들은 내 자격지심에 먼저 떠나와 어떻게 사는지 알지도 못하고, 가족들은 내게 싫은 소리도 한마디 못하고, 누군가는 내 가방에 몰래 선물을 넣어놓고, 또 누군가는 내게 끊임없이 안부를 물어오고, 다른 누군가는 나를 알게 돼서 좋다고 말한다.


나는 상대에 따라 선이 있는 게 아니라 내 상태에 따라 선이 생긴다. 그 선은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없다가 오후 4시쯤 갑자기 생길 수도 있는 것이라 미리 알릴 수 없다. 미리 알릴 수 없었다면 지금의 내 인간관계가 이 꼴은 아니었겠지.


내 근처에서 숨 쉬는 것조차 너무 싫었다가, 몇 시간 뒤엔 이 사람과 영화를 보러 가고 싶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처럼 고립되고 싶다가, 다음날이면 사람들과 삼삼오오 맥주집에 앉아 치킨을 뜯고 싶다. 치킨을 먹다가도, 금세 울적해져 이불 속에 들어가고 싶다. 이런 내 마음을 일일이 설명하기엔 다들 자기만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니까 난 입을 다물어 버린다. 내가 괜찮아질 때까지. 그렇게 떠나보낸 사람이 여럿이다.


일주일 동안 약을 열심히 챙겨 먹었다. 앞 글에서도 말했지만 취침 30분 전에 먹는 약은 거의 먹지 못하다가 겨우 두 번 먹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얼른 화요일이 돼 정신과 선생님을 만나고 싶었는데 오늘은 귀찮아졌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스타벅스 창가 자리는, 시야가 탁 트이는 게 좋을 것 같아 선택한 자리였는데 길 건너에 보이는 고층 아파트 때문에 갑자기 주눅 들어 버렸다. 구석 자리로 이동하기 위해 노트북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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