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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초 Nov 02. 2020

함께한 14년을 등지고 떠난 친구.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반려동물의 죽음



두 달 전, 나는 나의 오랜 친구였던 '가루'를 잃고 동물병원이 떠나가라 대성통곡을 했다. 난생처음 남 앞에서 소리내어 울었던 것이다.


언제부터 아팠고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말 하자면 이 페이지에 오류가 날 정도로 잔뜩 써내려갈 수 있지만 그러지 않겠다. 가루는 열 네살이었고 말티즈였고 귓병 때문에 오랜기간 약물 복용을 하며 간이 안 좋아졌다. 더워서 헥헥 대는 줄 알았던 가쁜 호흡은 심장 문제였다. 매주 병원에 데려가 귀청소를 하던 일은 같이 사는 내 동생의 몫일 때가 많았는데 그날은 어째서인지 병원에 같이 가고 싶었다. 일을 쉬는 날이기도 했고 그냥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날 나의 오랜 친구이자 가족이 죽었다.


나와 동생은 나란히 앉아있었고 가루는 내 동생의 무릎에 앉아 품에 안겨있었다. 지난 한 주 동안 별 일이 없었는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가루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더니 1차 심정지가 왔다. 강아지를 키워본 사람들을 알 것이다. 꼬리를 밟혔을때 내는, 다소 엄살 같은 비명. 귀를 찢을듯한 소리를 다섯 번 지르더니 그대로 축 늘어졌다. 너무 놀란 나는 얘가 왜 이러냐며 두서 없이 수의사를 향해 큰 소리를 냈고 수의사는 축 늘어진 나의 친구를 들어서 진료대 위에 눕혔다. 콧구멍에 물이 나오고 있었다. 모든 장기에 힘이 풀려 대변과 소변이 흘러나왔다.


"숨을 거둘 거예요. 마음의 준비 하세요."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죽는다고요? 지금이요? 왜요?"


눈이 뒤집히고 혀가 나온지 5분 정도 흘렀을때 가루의 의식이 갑자기 돌아왔다. 그런 가루를 산소실에 들여보내고 우린 수의사의 지시에 따라 집으로 돌아가야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밥도 먹지 못하고 두 시간을 멍하니 앉아 병원측의 연락을 기다렸다. 그 사이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엄마가 쏜살같이 달려왔고 엄마가 우리 아파트 단지에 들어오자마자 병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바로 오세요. 가루 이제 정말 갈 것 같아요."


시간이 딱 들어맞아 우리 세 모녀는 함께 병원으로 들어갔다. 산소실에서 나온 수의사는 아까 그 진료대 위에 다시 가루를 눕혔다. 힘 없이 늘어진 채로 헐떡이고 있었다.


"엄마야. 엄마 왔어. 눈 떠봐."


엄마가 가루를 쓰다듬으며 말을 걸자 놀랍게도 눈을 떴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일어나 엄마의 손길을 따라 머리를 비비고 버텼다. 한눈에 봐도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버티고 선 모습이었다. 그리고 정말 영화처럼, 누군가가 억지로 지어낸 감동 이야기처럼, 내 친구는 엄마와 한 번 눈을 맞추고 힘겹게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맞추고 또 한번 고개를 움직여 내 동생과 눈을 맞춘 후 2차 심정지가 와 풀썩 쓰러졌다.


돌아오는 길은 유골함과 함께였다. 걷는 걸 힘들어해서 몇 달 전 마련했던 강아지용 유모차에 유골함을 싣고 돌아오는 길은 꿈 같았다. 14년이 한순간에 연기처럼 흩어졌다. 무려 14년인데, 그 긴 시간이 14초처럼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버리고 내 품 안엔 생명 대신 유골함이 안겨있었다.



나는 내가 그렇게 많은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걸,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소리내어 울 수있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생각할 수록 생각은 깊어지고 클라우드에서 지난 사진과 동영상을 꺼내보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두 달 반 정도 흐른 지금, 여전히 그립지만 힘들진 않다. 그저 무지개다리 건너에선 아프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나를 버티게 한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아무리 준비해도 준비 되지 않은 사람처럼 허둥대고 아프다. 오래 못 살 것 같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게 오늘일 줄은 아무도 모를테니까. 꿈에라도 한 번 나와주면 좋겠다. 나는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여기에선 약도 안 먹어도 되고. 귀도 안 아프고. 심장도 안 아프고. 오래 뛰어도 숨이 차지 않는다고. 그러니 언니도 내 걱정하지 말고 행복하게 살라고.


제발 한 번이라도 나와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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